7080 가수/7080 남자가수

<풍운아 가수, 박일남>

방랑시인 2024. 9. 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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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 여의도의 한 식당에 갔다가 발견한 풍운아 가수 박일남의 방문기가 인상적이기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식당을 방문한 왕년의 인기가수 박일남을 알아본 식당 사장이 방문기를 써달라고 부탁하여 받았다는데, 우락부락한 외모에 한성깔하는 걸로 유명한 박일남이 의외로 유려한 필치에 예인의 기상이 느껴지는 호방한 필치가 인상적인 이 방문기는 의외로 일본어 人生(じんせい)(わたし)だけの(たび)’가 담겨있기에 더욱 놀랐습니다. 식당 사장에게 이 글귀의 의미를 아는가, 라고 물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잘 쓴 글씨라는 점 외에 그 의미는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나만의 여행이라고 번역을 해줬습니다. 날짜를 보니 2023. 7. 3.으로 약 1년 전인데, 고령자답지 않게 글씨에 힘이 있기에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여의도에서 어지간한 식당이거나 유명 식당의 경우에는 연예인 또는 셀럽들의 방문기가 넘칩니다. 그런데 MZ세대 연예인들이 남긴 방문기 중에서 이렇게 한자가 섞인 방문기는 거의 찾기가 어렵습니다. 국한문혼용, 게다가 일본어가 섞인 방문기는 박일남이 올드보이 중에서도 올드보이임을 증명합니다. 박일남은 1960년대에 데뷔곡 갈대의 순정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가수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의 데뷔곡이자 대표곡인 갈대의 순정을 능가하는 히트곡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노름꾼들의 은어인 첫끗발이 개끗발인 셈입니다. 이미 팔순을 넘긴 나이에 새롭게 히트곡을 남길 것으로 예상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의 가수인생을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대표곡 갈대의 순정으로 촛점이 모입니다.

 

박일남이 가수 데뷔를 하던 시기, 1960년대는 연예인을 일컬어 딴따라라고 비하했던 시기입니다. 그 비하는 1970년대에도 지속되었습니다. 딴따라라는 멸칭은 연예인들 중에서 무대에서 춤을 곁들인 노래를 부른 사실을 비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천대를 받았던 남사당, 그리고 광대를 은연중에 빗댄 것입니다. 그러나 제 개인사이기는 하지만, 딴따라라는 멸칭을 남발한 사람 중에서 인텔리이거나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타인을 헐뜯거나 비하하는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러한 막말을 한 사람의 인격을 오히려 의심하는 것이 소박한 시민의 생각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타인을 험담하지 말라는 가정교육을 받기 마련입니다. 딴따라라는 멸칭은 실은 연예인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이 내재된 말입니다. 아무튼 지금은 연예인에 대한 이런 멸칭이 사라진 시대입니다.

 

박일남의 멋진 방문기를 보면서 박일남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박일남은 갈대의 순정으로 대박이 난 가수였지만, 폭행 등 끊임이 없는 구설수에 시달린 사람입니다. 본인 스스로 사람좋기로 유명한 고 송해 옹에게 뺨을 맞았다고 실토할 정도로 인성에도 문제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인의 기질이 출중한 사람입니다. 80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작곡활동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예인의 자질을 단박에 표출하는 방문기를 쓸 정도입니다. 연예인의 기질은 정녕 하늘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박일남을 보면서 그건(사람됨) 그거고, 이건(예인기질) 이거라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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