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이야기거리

<홍금보, 그리고 ‘귀타귀’>

방랑시인 2024. 11. 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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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명절 특선만화로 방영된 검객 시라노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만화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은 무조건 미남자에 무공, 학식 등에 있어서 초절정 고수여야 하는 필연법칙(!)을 깨고 못생기고 키도 작으면서 단지 코만 큰 추남자인 검객시라노가, 미남자인 크리스찬의 연서를 대필한다는 기발한(?) 내용이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검객 시라노는 영화화 되기도 했습니다. 역시 프랑스의 국민배우지만, 얼굴은 꽃미남이 아닌 제라르 드 파르디외가 주연배우로 활약했습니다.

 

검객 시라노는 제 자전적인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상하리만치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못생기기는 했지만 나름 공부는 꽤나 잘했음에도, 급우들에게 공부도 못한다는 오해를 항상 받았던 저의 인생, 그리고 운명과 같다는 생각에 검객 시라노를 제 이야기로 여기곤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남녀공학 고교시절에는 못생겨서 여학생들이 안 놀아주니까 화풀이로 악으로 깡으로 공부를 해서 우등생이 되었다는 여학생들의 안주거리였습니다. 못생긴 사실만으로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님에도 이상하게 남의 비난을 받고 무시를 받는 쓰라림을 겪었습니다. 그 아픔은 겪은 사람만이 절감합니다. 미남미녀는 그 자체만으로 남에게 호감을 받는 것과는 상반된 운명입니다.

 

검객 시라노의 홍콩무협영화 버전이 바로 홍금보 주연의 귀타귀였고, 또한 홍금보가 주연급 배우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계기도 귀타귀였습니다. ‘귀타귀를 보면서 저렇게 못생겼어도 주연배우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둔탁하고 뚱뚱하게 생긴 홍금보가 저렇게나 날렵한 무공을 발휘하는 것이 또 놀라웠습니다. 지금 보면 저렴한 셋트장에 더하여 소품도 저렴이로 일관했기에 딱 B급영화임에도 국내에서의 흥행은 엄청났습니다. 아마도 그 이전의 이소룡이나 취권의 성룡과는 다른 색다른 감성이 관객을 홀렸나 봅니다. 아마도 강시라는 새로운 유형의 중국 귀신이 구미호라는 국내 귀신과는 색다른 취향으로 무헙영화 팬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효과일 수도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O5_RDQ736A

 

 

그 시절 국내에서는 색협지라는 악명이 높은 무협지가 두툼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을 때였지만, 이상하게도 홍콩은 물론 국내 무협영화는 에로틱한 장면은 전혀 없는 무술 원툴의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러니까 무협영화는 무술만으로! 무협지는 에로와 무술로!’라는 암묵적인 클리셰가 형성된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귀타귀는 무술에 코믹귀신 강시까지 더하여진 새로운 컨셉의 무협영화였기에 더욱 각광을 받았습니다. ‘귀타귀이후에 임정영의 강시시리즈가 초대박이 난 것은 물론입니다.

 

귀타귀가 이색적인 것은 강시가 코믹했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으로 국내에서 귀신은 심야에 공포감을 극대치로 부풀려서 인간에게 공포감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보기만 해도 오싹한 귀신의 존재로 인하여 납량특집에서 무더위를 잊게 해줬습니다. 그러나 강시는 무섭기도 했지만, 엉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강시의 무섭고도 코믹한 특유의 동작이 대박을 쳤습니다. ‘앞으로 나란히!’를 하면서 앞으로 콩콩 뛰는 그 독특한 동작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귀타귀의 내용 자체는 평범한 권선징악에 불과했지만, 공포와 코믹을 오가는 강시의 동작에 무협영화팬은 물론 일반팬도 사로잡은 것입니다. 귀신의 고정적인 클리셰를 깬 강시의 등장으로 안 그래도 폭발직전의 홍콩영화의 인기가 1980년대 전체를 관통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귀타귀의 초대박 이후로 홍금보는 홍콩영화의 살아있는 레전드 역사를 써내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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