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소주를 아시나요?>
막소주는 글자 그대로 막 만든 소주입니다. 막 만들었다는 것은 정식 주류제조면허를 받지 않은 상태, 즉 위생과 품질의 규격을 구비하지 아니한 것은 물론 주세를 납부하지 아니하고 만든 소주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막소주는 조잡한 외형의 상표와 용기가 트레이드마크입니다. 대충 밀주(密酒)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막소주는 해방 이후이 혼돈의 공간, 그리고 6.25 전쟁 통에도 인기를 누린 소주입니다.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부둣가 현장에서 막노동을 할 때 마셨던 바로 그 소주가 막소주입니다. 또한 황석영 작가가 세상을 구경한답시고 건설현장에서 일용근로자로 일할 때 마셨던 소주이기도 하며, 이문열 작가의 ‘젊은 날의 초상’의 배경이 되었던 방랑시절에 마셨던 소주이기도 합니다.
막소주는 밀주이기에, 식품으로 치면 불량식품에 해당하며, 당연히 범죄가 됩니다. 그런데 불량식품과 다른 점은 식품위생당국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세당국이 수사를 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죄악세로 불리는 주세의 세율은 고율이기 마련이며, 필연적으로 탈세의 문제가 뒤따릅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마피아 알 카포네를 수사했던 주체가 국세수사국이었던 것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래서 막소주는 다른 밀주와 마찬가지로 역대 단속의 역사를 돌아봐도 국세청이 주로 단속을 했습니다. 밀주가 전통방식의 주류를 가정 내의 소규모 소비 정도에 그치면 국세조사의 칼날이 미칠 이유가 없습니다. 밀주는 제조와 유통이라는 지하경제와 탈세의 온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각국의 냉정한 역사이며, 막소주로 대표되는 우리의 주류역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의 소주 제조는 전통적인 증류방식이 아니라 희석방식이기에 제조방법이 단순합니다. 당연히 제조원가 자체는 저가입니다. 모두가 가난했던 해방공간 즈음에 막소주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탄생한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심지어 6.25 전쟁통에도 막소주는 날개가 달린 듯이 팔렸습니다. 전쟁 그리고 피난의 혼란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는 말이 있는데, 사랑 말고도 막소주는 불꽃을 피웠습니다. 소주에 진심인 술꾼이 에틸알콜에 물을 붓고, 사카린을 섞어 만들었다는 괴담이 있었던 것은 희석식 소주 제조 방법이 단순했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막소주를 마시던 사람도, 그리고 만들던 사람도 모두 시민입니다. 마냥 범법자를 만들고 국세행정의 공백을 조장할 수는 없습니다. 박정희 정부는 국세청을 내세워 당근과 채찍을 주면서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이, 1970년대초에 전국적으로 ‘1도 1소주회사의 원칙’을 내세워 막소주회사의 통합을 유도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소주회사는 소주 제조원료인 주정(酒精)의 배정을 통하여만 소주를 제조할 수 있도록 주세행정의 주무부처인 국세청이 소주회사별로 연간 주정공급량을 정해 주정회사로 하여금 이 범위 내에서만 소주회사에 주정을 공급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이것이 주정배정제도인데, 국세청이 사실상 소주회사의 연간 생산량을 조절하는 동시에 통합의 주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였습니다. 소주의 제조에 대한 일련의 규제는 후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막소주의 역사는 그 자체가 한국의 주세행정의 역사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한국인의 DNA에 술이 각인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술을 사랑하는 민족입니다. 사극에서 주막이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막걸리와 더불어 소주는 국민주일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가 보드카, 중국이 고량주라면, 한국은 소주입니다. 막소주의 탄생은 어쩌면 필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고관대작부터 가난뱅이에 이르기까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양하고 술종류도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주를 빼고는 한국의 술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