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이야기거리

<오리온 초코파이의 추억>

방랑시인 2025. 1. 1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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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오리온 초코파이 발매 50주년 기념의 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조사인 오리온은 50주년 기념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 시절의 맛은 복원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발매 당시의 가격은 얼마였나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0원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50원과 지금의 50원의 단순비교는 어렵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합니다. 라면땅류 과자인 자야20, 그 밖의 봉지과자는 10, 봉지빵이 50원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이후 1970년대 후반에 100원으로 인상하였습니다. 혹자는 초코파이의 가격 변천사를 왜 그렇게 정확히 기억하는가, 라는 물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시절 초코파이는 국민학교 소풍의 인기아이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낱개포장이 대세였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기록보다 정확한 그 시절의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기에 교차검증도 가능합니다.

최근 제과업계의 트렌드는 신상품의 실종과 기성제품의 리뉴얼입니다. 신상품은 개발비와 광고비가 필요합니다. 신상품이 히트상품으로 자리잡기까지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더 높은 장벽이 있습니다. 그것은 맛입니다. 입맛은 그 어떤 것보다 소비자의 반응이 민감합니다. 소비자는 낯선 맛보다는 이미 익숙한 맛을 선호합니다. 정치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갈릴 수 있어도 입맛은 보수적인 것으로 대동단결합니다. 게다가 만국공통입니다. 단골술집은 없는 사람도 단골식당은 있는 것이 보편적인 한국인의 자화상입니다. 그래서 초코파이의 괴력이 묻어납니다. 롯데와 해태가 무려 반세기 넘게 양강체제를 이룬 시대에서 오리온이 살아남은 것은 전적으로 초코파이의 힘입니다. 초코파이가 장수하는 것은 맛의 힘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오리온은 맛이 아닌 정()을 내세운 정 마케팅을 강조하고 있으며,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정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도 추상적인 인간의 감정에 불과합니다. 실은 막연하기까지 합니다. 서양식 과자인 초코파이에 동양인의 정서인 정과는 이질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초코파이를 통해서 부모가 자식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동료가 동료에게 정을 나눠준다는 지극히 동양적인 발상으로 서양인의 감성을 녹였습니다. 실은 이러한 한국식 정이라는 것은 동양적인 것을 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합니다. 그래서 지극히 한국적인 광고마케팅이 중국을 넘어, 러시아, 그리고 서양에서도 통했습니다. ‘정 마케팅은 중국을 넘고 러시아를 넘었습니다. 심지어 북한땅 개성공단에서는 실물화폐로까지 등극했습니다. 맛과 정 모두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초코파이의 위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초코파이 자체는 그리 대단한 과자는 아닙니다. 비스킷 사이에 마시멜로를 넣고 겉을 초콜릿으로 감싸는 것은 서양의 보편적인 과자제조방식의 하나입니다. 초코파이의 출발시점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비스킷에 초콜릿을 버무린 과자류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한국제과업계의 고질병인 미투상품의 개발이 어쩌면 필연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예상하듯이 경쟁업체서 초코파이라는 명칭의 과자를 만들었고, 유사한 명칭의 미투상품을 개발했습니다. 그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리온초코파이는 승리했고, 이제 초코파이하면 당연히 오리온이 최고이자 원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에서 매출 1조를 기록한 것은 기념비적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에서는 오뚜기 마요네즈, 팔도 도시락면과 더불어 오리온 초코파이는 한국을 상징하는 식품으로 등극한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국뽕을 채우는 식품들입니다.

 

그러나 소박한 시민은 일상에서 초코파이를 먹으면서 국뽕까지는 느끼지 않습니다. 그냥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군것질이 땡기면 과자를 찾고, 그 과자 중에서 초코파이를 찾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진정한 초코파이의 위력은 교도소의 재소자와 군대의 군인, 즉 폐쇄된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이 절절하게 느낍니다. 훈련병이 고된 일과를 수행하면서 먹는 것도 자유롭게 먹지 못하는 순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초코파이 한 봉지입니다. 영어의 몸으로 교도소에서 신체의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면서도 먹는 자유의 소중함도 절절히 느낍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을까, 볶음밥을 먹을까, 라는 고민은 교도소의 죄수는 느낄 수 없습니다. 그 작은 자유가 소중함을 죄수는 엄청나게 커다란 것으로 느낍니다. 그 많은 재소자가 교도소에서 마음껏 먹고 싶은 것이 달달한 초코파이라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천하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먹은 것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치킨이었습니다. 행복이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먹고 싶을 때 마음껏 초코파이를 한입 베어먹는 것이야말로 소확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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