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이야기거리

<로제 APT.에 담긴 사랑방정식>

방랑시인 2025. 3. 14.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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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미국 대선의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공약의 핵심적 차이는 전자는 가치에 비중이 있다는 것이고, 후자는 이익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둘 모두 현실에 천착한 공약을 내세웠지만, 상대적인 방점이 어디에 있는가, 라는 구분점을 찾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후자가 당선되었다는 것은 후자의 공약을 미국인이 더 선호한다는 풀이가 가능합니다. 엉뚱하게 로제의 APT.를 소개하면서 왜 미국 대선을 끄집어내는가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선거는 유권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약이 대결하는 장, 즉 현실인식이 공론화되는 장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인이 현재 가장 중요시 하는 정서도 당연히 반영되며, 이는 대중가요의 속성에도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선택했다는 것은 대중가요인 팝의 가사에 담긴 사랑방정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다음은 미국을 대표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대표곡 ‘Love me tender’의 가사입니다. 그의 또 다른 히트곡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와 마찬가지로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사랑뽕가득한 가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은 서로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를 자처했던 남진이나 나훈아 모두 엘비스 프레슬리 비슷한 사랑뽕이 가득한 가사가 담긴 노래를 발표했습니다.

 

Love me tender, love me sweet, Never let me go.

You have made my life complete. And I love you so

 

남진의 가슴 아프게나 나훈아의 사랑모두 사랑뽕이 치사량급입니다. 실은 70 ~80년대까지 한국의 대중가요에 담긴 가사는 사랑뽕 일색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서 사랑방정식이 변하고 사랑뽕은 약해졌습니다. 이제 로제의 APT.의 가사로 눈을 돌려봅니다.

 

Kissy face, kissy face. Sent to your phone but,

I'm trying to kiss your lips for real.

Red hearts, red hearts.That's what I'm on yeah

Come give me something I can feel.

Oh oh oh

Don't you want me like I want you, baby.

Don't you need me like I need you now.

Sleep tomorrow but tonight go crazy.

All you gotta do is just meet me at the APT.

 

출발부터 화끈합니다. 카디 비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Kissy face, kissy face. Sent to your phone but, I'm trying to kiss your lips for real.’라는 가사는 화끈하게 육체적인 사랑을 노래합니다. 실은 서양에서는 선섹후사라는 사랑방정식이 보편화되었습니다. 결혼보다는 동거가 더 보편화되었기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술한 노래들이나 스모키의 ‘Living next door to Alice’에 담긴 애절한, 실은 찌질한, 사랑방정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밤새 놀아보자(Sleep tomorrow but tonight go crazy)는 외침은 실은 미국의 청년들이 갈구하는 사랑방정식이기도 합니다. 로제의 APT.가 엘비스 프레슬리 시대의 사랑방정식을 품었다면 폭망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이라고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 K-POP 아이돌의 히트곡 가사도 대동소이합니다. 예전의 대중가요 가사를 오글거린다고 비난하는 것이 2030세대들이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kr2nIex040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대중가요 속의 사랑방정식이 변했다고 하여 진정 사랑에 대한 인간의 감정 자체가 변했나, 하는 근본적 의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맹자 시대에도 사단과 칠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맹자는 무려 예수보다 연장자입니다. 그 이후 조선시대에도 사단칠정에 대한 논쟁이 이황과 기대승 간에 뜨겁게 벌어졌습니다. 칠정이라는 인간의 정서에는 분명 사랑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기원전 맹자 시대에도 존재했던 사랑이 불과 몇 십년 만에 사라질 리는 만무합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시대의 사랑의 감정과 로제 시대의 사랑의 감정 자체는 동일합니다. 단지 표현의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인생 자체에 정담이 없듯이 어느 사랑방정식이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둘 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따지자면 로제의 사랑방정식이 정답에 근접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미움과 무관심을 내포하는 인간의 감정입니다. 위대할 수도 있지만, 그냥 스쳐지나가는 감정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슴을 태우며 그리워하는 격정의 사랑도 세월이 흐르면서 미지근해지거나 아예 원수가 되는 것이 오히려 보편적인 것을 목격하면 그런 확신이 듭니다. 그나저나 세월이 흘러도 뜨거운 사랑을 지닌 분들은 진정 세상을 멋지게 사는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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