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이야기거리

<Queen의 이 노래: ‘I want break free’>

방랑시인 2025. 4. 5.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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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은 냉전의 두 거두 자유진영을 대표하는 미국과 공산진영을 대표하는 구 소련과의 마지막 대결의 장이 펼쳐진 올림픽이었습니다. 냉전시대가 진행형인 까닭인지 미국선수단은 자유를 내세워 입장식에서도 자유분방하게 입장을 했습니다. 반면에 구 소련선수단은 질서를 내세워 줄을 맞춰서 입장했습니다. 자유진영의 일원인 한국인 대다수는 당연히 미국선수단을 응원했습니다. 그런데 여론에서 반전이 생겼습니다.

 

자유분방을 앞세운 미국선수단의 입장은 방종이거나 무질서에 가까웠다는 평이 대체적인 여론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개최국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평까지 등장했습니다. 반면 구 소련선수단은 KAL기 폭파사건을 일으킨 빨갱이 국가라는 선입견을 깨고 국민의 호감을 받았습니다. 이 호감이 훗날 북방외교의 성과로 구 소련과 수교를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민의 반감이 강하면 절대로 수교가 불가능하기에, 서울올림픽은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의 산실이자 숨은 공신이었던 셈입니다.

 

당시 NBC의 편파왜곡 보도, 미국 수영선수의 일탈 등과 곁들여서 미국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국민의 신념(!)으로 등극하여 반미의 무풍지대인 한국에서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등장하는 이례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굳건한 한미동맹을 주장하는 보수언론조차 미국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미국에 대한 비판까지는 아니라도 미국에 대한 냉정한 현실 인식의 계기가 된 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방종이 아닌 자유의 개념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계기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자유는 질서라는 한계에서만 통용이 된다는 자유의 사회적 함의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유는 사회적 함의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의 영역에서도 자유가 등장합니다. 사랑은 속박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그 사랑의 상대방을 내 영역에, 내 생각의 테두리로 가두는 것입니다. 만약에 사랑의 상대방이 이역만리로 떠난다면 그 고통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내 사랑을 느끼고 일체화하려는 것이 인간이 체감하는 사랑의 본질입니다. 사랑을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결합이라 표현하는 것은 사랑이란 속박의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속박과 자유의 길항작용(拮抗作用)을 합니다.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I want break free’에서 그것이 현저합니다. 거짓말을 하고 자기만족에만 그치는 사랑에 대하여 작중 화자는 짜증을 넘어 자유롭고 싶다고 소리를 지릅니다(‘I want to break free from your lies. You're so self-satisfied I don't need you’). 그러나 그 벗어나고 싶은 감정은 실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의 상대방을 내 품 안에 안고 격렬하게 키스를 퍼붓고 싶은 것이 사랑의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벗어나고 싶다는 절규는 실은 절절하게 사랑을 느낀다는 외침입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벗어나고 싶다는 절규는 실은 처음 느끼는 사랑입니다(I've fallen in love for the first time. This time I know it's for real).

 

I want to break free, I want to break free

I want to break free from your lies

You're so self-satisfied I don't need you

I've got to break free

God knows, God knows I want to break free

I've fallen in love

I've fallen in love for the first time

This time I know it's for real

I've fallen in love, yeah

God knows, God knows I've fallen in love

It's strange but it's true, hey

I can't get over the way you love me like you do

 

https://www.youtube.com/watch?v=VsMDVfwqHPA

 

 

사랑에 대한 모순적인 본질은 만해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에도 담겨 있습니다. 사랑은 자유롭게 시작하지만, 사랑이 무르익으면 속박, 나아가 복종까지 이르게 됩니다. 심지어 목숨까지 각오하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사랑이 어찌 달콤하기만 합니까! 사랑은 안타깝고 짜증나고 지겹기도 하고 벗어나고 싶은 감정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사랑은 참으로 풀기 어려운 함수입니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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