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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총잡이 Lee Van Cleef>7080 이야기거리 2025. 5. 9. 21:32728x90반응형
‘뽀빠이 아저씨’ 이상용의 부음을 전하는 연합뉴스의 기사에 ‘90년대 명MC’로 이상용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분명히 90년도 이후 출생자로 확신을 했습니다. 70년대에 ‘어린이의 친구’로 불리면서 뜨거운 인기를 누렸고, 당대 어린이 프로그램의 간판 ‘모이자 노래하자’로 백설희와 함께 이미 당시부터 명MC로 군림했던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라디오와 TV를 넘나들면서 각종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했고, 어린이날에는 가장 바쁜 명사로 유명했습니다. 그래서 ‘90년대 명MC’라는 표현은 고인에 대한 실례입니다. 왜냐하면, 멀리 갈 것도 없이 그 시절에 그를 사랑했던 팬의 하나가 바로 저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용이 90년대 이후 어린이 프로그램의 MC로 활동이 뜸해진 것은 방송가에서 이미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어린이 프로그램의 제작 자체를 줄여나갔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프로그램은 광고 단가가 낮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의 구매력은 상대적으로 적은 연령대이고 저출산의 여파로 연령대별 비중이 낮기에, 방송국은 ‘돈이 안 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줄여나갔고, 이상용의 출연비중도 자연스럽게 낮아진 것입니다. 연예기획사는 물론 방송국도 ‘돈이 되는’ 연령층을 타겟팅하기 마련입니디. 소년, 소녀 아이돌은 있지만, 어린이 아이돌은 없습니다. 아무튼 그때부터 최근까지 각 방송국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유튜브 광고 단가에도 어린이용 콘텐츠는 저가의 광고가 붙습니다.
어린이 프로그램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팬심 자체가 형성이 되지 않는 영화장르는 저절로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관객이 모이지 않으면 영화관의 시장형성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90년대 중후반부터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한 홍콩 무협영화장르가 있습니다. 왕조현, 주성치, 주윤발, 홍금보 등의 홍콩 영화스타들이 빛의 속도로 사라져갔습니다. 이제는 홍콩영화라는 말 자체가 언론에서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사라진 단어가 있으니, 그것은 70년대를 정점으로 극장에서부터 슬며시 사라지기 시작한 ‘서부영화’입니다. 80년대까지는 TV영화로 꾸준히 방영이 되었지만, 이미 70년대부터 극장에서 상영되는 서부영화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헐리우드배우답다는 ‘혼도’의 주인공 존 웨인이 바로 서부영화의 붐을 일으킨 스타였습니다.
‘OK목장의 결투’로 유명한 버트 랭커스터, 커크 더글라스도 서부영화에서 명성을 높인 당대 특급배우들입니다. ‘Once Upon a Time in the West’라는 기념비적인 영화의 주연 배우 찰스 브론슨과 헨리 폰다 모두 당대 특급배우들입니다. 특히 영화음악의 최고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ost는 아직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석양의 건맨’에 출연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당대 특급배우였습니다. 그와 더불어 출연한 리 반 클리프 역시 당대 특급배우이자 서부영화의 간판배우입니다. 미국 영화사를 빛냈던 배우들이 대부분 서부영화에 출연한 전력이 있다는 것은 헐리우드영화에서 서부영화는 당당히 하나의 장르였다는 점을 웅변합니다. 서부영화의 간판 ‘석양의 건맨’에서 구 거물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리 반 클리프가 등장하는 다음 장면은 무수히 많은 서부영화에서도 간판격인 장면입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tNaPfQ1fOHY
‘석양의 무법자’니 ‘황야의 무법자’니 하는 헷갈리는 한글번역 제목이 알고보니 일본에서 작명한 것이라는 짜증이 밀려왔지만, 당시 무법자로 통칭이 되는 총잡이의 활약은 한국에서는 인기만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서부소년 차돌이’로 번역이 된 ‘황야소년 이사무’라는 만화영화까지 제작이 됐습니다. 서부영화의 인기가 없다면 만화영화까지 제작될 일이 없습니다. ‘석양의 건맨’ 자체는 두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리 반 클리프가 주연을 했지만, 전자는 나중에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을 한 반면에, 후자는 서부영화로만 뽕을 뽑았습니다. 특히 그가 출연한 대부분의 서부영화에서 콧수염에 부츠를 착용한 일관된 이미지에 더하여 연기 자체도 똑같은 진정 ‘일관성의 끝판왕’이 바로 리 반 클리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uFMPI4CJTE
나스타샤 킨스키의 아버지 클라우스 킨스키와의 카리스마 대결로 유명한 이 장면에서 리 반 클리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카리스마를 그가 출연한 서부영화에서 일관되게 보여줍니다. 당시 서부영화에서 어필하는 총잡이 이미지에 부합하는 인물이었기에, 그는 연기변신을 하지 않았습니다. 관객이 원하는 이미지는 과묵하고 줄담배를 피는 날렵한 총잡이였기 때문입니다. 실은 리 반 클리프의 인상은 강렬하기에 다른 이미지를 창출하는 배우로는 소구력이 약합니다. 짙은 미간에 단단해 보이는 턱선, 그리고 매서운 눈매 등 전체적인 이미지가 거물 총잡이에 딱 맞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가 무명일 때는 ‘OK목장의 결투’에서 커크 더글라스의 단검에 맞아 죽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차츰 이름이 알려질 무렵부터는 거의 주연으로만 출연해서 전술한 일관된 이미지를 창출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0y8Oajzjs0
서부영화가 뜨면서 성장한 리 반 클리프의 캐릭터는 서부영화가 지면서 소구력이 떨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마치 이승현이 평생 ‘얄개’의 이미지가 따라오듯이, 리 반 클리프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서부영화의 총잡이라는 이미지가 굳건했기 때문입니다. 리 반 클리프는 바로 이 점에서 동료배우의 반면교사가 되었습니다. 배우는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인데, 고정된 이미지는 연기활동의 확장성을 제약하고 배우로서의 생계 자체를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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