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이야기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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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 그리고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7080 이야기거리 2024. 6. 19. 14:28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 벅 여사의 ‘대지’의 주인공 왕룽이 늘그막에 바람을 피는 장소가 다방입니다. 그런가 하면,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의 주인공 R과 J가 주야장천 만나는 장소도 다방입니다. 물론 둘은 모텔을 추가하기는 합니다. 그런가 하면, 1980년대를 강타했던 김홍신의 ‘인간시장’에서 소재로 쓰인 만남의 장소는 단연 당구장과 더불어 다방입니다. 만남의 장소로서 다방은 나름 족보가 있습니다. ‘명동백작’이라 불린 박인환 시인은 물론 김동리 소설가 등 네임드 문학인들이 늘상 모였던 곳이 ‘은성다방’ 등 다방인 사실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외국인이 한국에서 너무나 많아서 의아해했다는 곳이 교회, 당구장과 더불어 다방이었습니다. 서울 신촌의 ‘독수리다방’은 1980년대 연세대를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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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 : ‘장고’>7080 이야기거리 2024. 6. 15. 16:41
누구든지 인생을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경우가 있기 마련입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경우 중에서 대표적인 경우가 권총을 쏴본 경험입니다. 당연히 군복무(방위병 출신입니다) 중에 발생한 일입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장교라면 1년에 한 번은 권총사격을 해야 하는 날이 있습니다. 전날 술을 잔뜩 마셔서 숙취에 헤롱거리던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장교의 부탁(말이 좋아 부탁이지 실은 강제에 근접한!)으로 딱 한 번 권총을 쏜 일이 있었습니다. 묵직한 m1911권총으로, 흔히 45구경 권총으로 불리는 바로 그 권총이었습니다. m1911권총은 아직도 사용되는 미군의 명품권총으로 불립니다. 그러나 튼튼한 내구성이 강점이기는 하지만, 묵직해서 한국인이 한 손으로 쏘기는 부담스럽고, 막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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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그 이름은 ‘길위의 날들’>7080 이야기거리 2024. 6. 9. 18:12
유튜브 알고리즘이 ‘길위의 날들’이라는 ‘신TV문학관’의 연작드라마의 하나를 안내해서 무심코 보다가 끝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어렴풋이 오래전에 KBS가 바로 이 ‘길위의 날들’로 국내외 각종 상을 휩쓸었다는 뉴스가 생각났습니다. 보다가 과연 각종 상을 휩쓰는 것이 당연함을 깨달았습니다. 수려한 영상미와 절제된 대사,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 넘치는 사실감 등 영상소설을 보는 느낌과 수채화가 내 눈앞에 놓여있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비평가의 눈이나 시청자의 눈이나 사람의 눈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평범한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길위의 날들’에서는 장기수로 복역할 만큼 중죄를 지은 주인공 정순우(김영기 분)보다 감옥 밖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추악하고 부조리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거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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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성심당 이야기>7080 이야기거리 2024. 6. 2. 02:38
‘대전시의 성심당’이 아니라 ‘성심당시의 대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아마도 대전을 대표하는 제과점이기에 그런 말이 생겼는가 싶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초 제가 자주 먹었던 빵을 만들었던 성심당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대전시에서 유명 제과점 중의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대전을 떠나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한국은 물론 외국인이 손꼽는 대전의 명소가 되었다니 성심당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지만, 묘하게 대전사람의 자부심을 자극하면서 그저 감개가 무량합니다. 1980년대초 대전시에서는 유명 제과점이 몇 개 있었습니다. 성심당 대각선 방향으로 맞은편에 있었던 봉봉제과(모 건물이 미준공상태인 바로 그 자리), 대전역 맞은편의 뉴욕제과(배우 전양자가 실소유주라는 설이 파다했습니다),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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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크라운맥주>7080 이야기거리 2024. 6. 1. 21:17
두산베어스의 전신은 OB베어스입니다. OB베어스가 프로야구단의 간판으로 OB를 내세웠다는 것은 과거 두산그룹 계열사인 OB맥주를 간접적으로 광고하는 것인 동시에그만큼 과거 두산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크라운맥주를 말하면서 생뚱맞게 OB맥주를 말한다고 의아해하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크라운맥주의 굴욕적이면서도 구슬픈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OB맥주의 역사를 말할 때는 그냥 한국 최고의 맥주로 OB맥주‘만’ 설명하면 되지만, 만년 2인자였던 크라운맥주를 설명할 때는 불가피하게 OB맥주‘도’ 언급해야 합니다. - 주유를 낳았으면서 어찌 제갈량을 또 낳았습니까(旣生瑜 何生亮) 혹자는 크라운맥주와 OB맥주 간의 관계를 제갈량(OB)과 크라운의 관계로 설명하곤 합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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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사이다, 그리고 이덕화>7080 이야기거리 2024. 6. 1. 01:20
킨사이다 vs. 칠성사이다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들 자체가 드물겠지만, 1970년대말에는 ‘사이다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슈리슈바’가 인상적인 칠성의 cm송. 그리고 ‘뜨거운 가슴 타는 갈증엔 마시자 킨사이다!’가 인상적인 킨의 cm송의 대결도 뜨거웠습니다. 당시 양사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혜은이(칠성)와 이덕화(킨)를 내세워 누가 더 시원하냐면서 뜨거운 전쟁을 벌였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칠성이 한발 앞서 있었습니다. 승부는 결과가 있기 마련이며, 그 결과는 칠성의 완승이었습니다. 지금도 사이다, 하면 당연히 칠성을 연상할 정도로 사이다의 대세는 칠성입니다. 실은 칠성은 사이다의 대명사에 근접했습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킨을 선호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병으로 판매했던 양 제품의 용량이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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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튜니티 시리즈>7080 이야기거리 2024. 5. 26. 01:37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초까지 남자아이들에게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딱지가 있었습니다. 접는 ‘네모난 딱지’와 구분하기 위하여 ‘동그란 딱지’로 불렸는데, 전자는 집에서 달력, 공책 등의 종이로 접는 것이었고, 후자는 문방구에서 파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남자아이들에게는 전자든 후자든 딱지가 많은 것이 우쭈쭈 자랑거리인 시대였습니다. 동그란 딱지는 인쇄된 종이에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주로 등장했는데, 아무래도 남자아이의 놀이다보니 로봇이나 그 조종수인 소재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들장미 소녀 캔디’나 ‘요술공주 새리’ 등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그 비중이 적었습니다. 가끔은 ‘타잔’, ‘육백만불의 사나이’, ‘원더우먼’ 등 외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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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원년 대전구장의 추억>7080 이야기거리 2024. 5. 22. 14:37
‘최강야구’를 보면, 1982년 동갑내기 정근우와 이대호의 재미난 케미가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 중에서 이 둘의 티격태격이 꽤나 큽니다. 그런데 이들이 태어난 바로 1982년이 프로야구의 원년입니다. 둘이 ‘최강야구’의 고참급인 점을 보면, 세월이 참으로 많이 흘렀음을 깨닫습니다. 둘은 저보다 훨씬 성공한 인생입니다만, 제가 둘보다 딱 하나 나은 점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꾸준히 ‘직접’ 프로야구를 관람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유능해도 태어나기 전의 사실은 ‘직접’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둘보다 나을 것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 추억을 되살려 봅니다. 1982년 프로야구의 출범 당시 저는 대전에서 살았습니다. 당시 프로야구를 정책적으로 밀던 전두환 정부는 정규방송 시간에도 프로야구,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