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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2년 원년 대전구장의 추억>
    7080 이야기거리 2024. 5. 2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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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야구를 보면, 1982년 동갑내기 정근우와 이대호의 재미난 케미가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 중에서 이 둘의 티격태격이 꽤나 큽니다. 그런데 이들이 태어난 바로 1982년이 프로야구의 원년입니다. 둘이 최강야구의 고참급인 점을 보면, 세월이 참으로 많이 흘렀음을 깨닫습니다. 둘은 저보다 훨씬 성공한 인생입니다만, 제가 둘보다 딱 하나 나은 점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꾸준히 직접프로야구를 관람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유능해도 태어나기 전의 사실은 직접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둘보다 나을 것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 추억을 되살려 봅니다.

     

    1982년 프로야구의 출범 당시 저는 대전에서 살았습니다. 당시 프로야구를 정책적으로 밀던 전두환 정부는 정규방송 시간에도 프로야구, 프로축구, 씨름 등 프로스포츠를 생중계했습니다. 정권차원에서 국민의 눈을 현혹한다는 일부 비판도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제대로 된 자본주의국가 중에서 프로스포츠가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는 없습니다. 영국은 프로축구를, 그리고 미국은 프로야구를 각각 100년 이상 했습니다. 일본의 프로야구역사도 꽤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전두환 정부가 아니라도 프로스포츠의 태동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아무튼 대전에서 거주하던 저에게 프로야구의 태동은 신명나는 일이었습니다.

     

    대전구장의 조명탑설치 공사 때문에 1982. 6.경에 비로소 대전구장에서 프로야구가 열렸습니다. OB베어스 전 16전 전패의 쓰라림을 겪은 삼미슈퍼스타즈가 바로 그 경기였습니다. 난생 처음 관중들의 환호를 온몸으로 느낀 대전구장은 막상 와보니 영 아니었습니다. 외야관중석은 그냥 잔디가, 게다가 듬성듬성 패인, 깔렸습니다. 그리고 외야 담장을 둘러싼 플라타너스와 모기, 파리 등 각종 벌레, 오징어에 소주를 파는 잡상인들은 넘쳐나서 시장좌판과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TV에서 보던 OB베어스의 유니폼이 아니었습니다. ‘OB BEARS’가 아닌 그냥 ‘OB’라고만 새겨진 유니폼이었습니다. 그리고 TV에서는 흰색이었지만, 막상 보니까 미색, 일명 아이보리색이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새롭습니다.

    그런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OB베어스의 역사를 기록한 이재국 기자가 바로 이 ‘OB’ 유니폼의 역사를 혼동하였습니다. ‘OB’ 유니폼은 원년에만 입었습니다. 그리고 ‘OB BEARS’ 유니폼과 마찬가지로 아이보리색과 네이비색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원년에는 4종류의 유니폼이었던 셈입니다. 이렇게 4종류를 입은 것은 당시 지방야구장의 시설공사가 늦어지면서 부득이 홈과 원정이 아닌 중립구장에서도 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원년의 OB베어스는 MBC청룡의 차순위로 서울운동장(후일 동대문운동장으로 불리다 헐린 바로 그곳!)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는데, 바로 이 경우에 ‘OB BEARS’ 홈 유니폼을, 그리고 MBC청룡과 경기할 때는 어웨이 팀이 되므로, 네이비색의 ‘OB’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대전, 2순위 서울), 어웨이(MBC청룡과의 경기에서는 서울이라도 어웨이!)가 복잡한 상황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7qzuZXpkm4

     

     

    그래도 TV에서만 보던 프로야구선수들을 직접 보니까 신이 났습니다. 지금은 외야쪽에도 그물망이 설치되었지만, 원년에는 없었습니다. 소주에 취한 동네 진상아재들이 불콰한 얼굴로 경기가 끝나면 우르르 경기장 담을 넘어오는 것이 예사였습니다. 실은 야구장 밖 담장을 월장하여 야구장으로 입장하는 공짜관객(?)도 꽤나 많았습니다. 공짜관객이 주로 오는 코스는 단연 경마장쪽 낮은 담장이었습니다. 대전구장 바로 옆 경마장은 말똥냄새의 원천이었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말똥의 원초적인 냄새가 야구장으로 스멀스멀 흘러들어왔습니다. 전체적으로 시골장터와 같은 야구장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대전야구장이 좋아서 1982년 원년에는 뻔질나게다녔습니다. 이제 미국프로야구식 야구장의 완공이 목전이기에 그 지나간 시절이 참으로 꿈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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