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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살아보세! 그리고 재건복>
    7080 이야기거리 2024. 5. 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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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시대의 일꾼 민주정의당!

     

    이 구호를 알면 올드보이 인증입니다. 이 구호는 전두환 신군부가 민주정의당(민정당)을 창당하면서 동네 통, 반장에게 돌린 운동복(트레이닝복, 일명 츄리닝’)에 새겨진 구호입니다. 군사정부는 군복이 일상인 특성 때문인지 유달리 제복을 즐겼습니다. 그래서인지 민정당 창당 즈음에 전국의 통, 반장들에게 운동복과 파란색 모자(다이아몬드형의 민정당 로고가 새겨진), 그리고 민정당 로고가 새겨져 있거나 전두환 휘호가 새겨진 손목시계를 돌렸습니다. 박정희 정부 이래 손목시계를 하사하는 것은 나름 유구한 전통(?)입니다. 지금에야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난리가 나겠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그냥 프리패스인 시절이었습니다.

     

    전두환 신군부는 박정희 유신정부를 한편으로는 계승한다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지우기작업에 열을 올렸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유신에 대한 국민의 비판의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5공화국 출범을 표방하면서 아무래도 대 국민유화책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체육관선거를 비롯한 관권선거, 공조직의 동원 등이었고, 후자는 두발자유화, 교복자율화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일이라는 것이 두부를 자르듯이 명확한 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중간한 것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 어중간한 것의 하나가 재건복 새마을복 근무복으로 이어지는 복장입니다. 1970년대에는 관공서나 공기업, 각급 학교를 가면 성인남자 상당수가 걸치고 있는 것이 재건복이었습니다. 물론 1970년대 초반 새마을운동이 불이 붙으면서 재건복과 새마을복이라는 이름으로 혼용되었지만, 여전히 재건복이라 부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지금도 1960 ~ 70년대 졸업앨범에 재건복을 입은 각급 학교 선생님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1970년대 교련 선생님이나 훈육주임 선생님, 체육 선생님 등을 중심으로 각급 학교 선생님들은 제복처럼 재건복을 입었습니다. 일반 선생님들은 양복이 일상이었지만,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학생들을 제압(?)해야 하는 선생님들은 제복처럼 보이는 재건복을 애용했습니다. 동사무소의 공무원을 비롯하여 시청이나 도청의 공무원, , 반장 등은 재건복이 아예 일상복이었습니다. 중고생들의 교복도 학생차원의 재건복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관공서에서 새마을노래잘 살아보세!’가 심심하면 등장했습니다. 전두환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건복은 스리슬쩍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근무복이라는 이름으로 변신을 했습니다. 2024년 지금의 근무복의 근간은 과거 재건복의 현대적 변용(!)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지금의 근무복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다음 나무위키의 재건복에 대한 서술을 보면, 재건복과 새마을복에 대한 명칭의 혼용에 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언어습관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습관, 버릇, 관행 등의 용어 자체가 사람이 보수적인 본능을 설명합니다. 나무위키에서는 정확하게 설명이 되지 않았지만, 마을 단위 새마을지도자들 상당수는 통, 반장이 겸직을 했습니다. 따라서 새마을복이나 재건복이나 결국에는 통, 반장이 입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선거철마다 고무신, 막걸리, 손목시계, 운동복을 입은 수혜자들(?)이기도 했습니다.

    70년대에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재건복은 색상과 디자인을 살짝 바꿔서 새마을복이라는 옷으로 다시 등장했다. 각 마을마다 있던 새마을지도자들은 이 옷을 입고 다녔다고 한다. 새마을복은 여러가지 바리에이션이 있었으며, 활동복, 사무복, 점퍼 형태 등이 있었다. 70~80년대 드라마에 나오는 공무원이나 농촌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하늘색 또는 황토색의 허름한 옷이 바로 새마을복이다. 실용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멋은 신경쓰지 않은 디자인이었다. 이 옷은 21세기에는 사실상 멸종 상태지만 아주 드물게 시골에서 작업복으로 이용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나무위키 중에서-

     

    재건복이 곧 새마을복인 시대와 쌍둥이처럼 일치하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바로 새마을노래잘 살아보세!’라는 노래입니다. 그때 그 시절에는 이 둘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쓰레기차가 지나가면서 들리는 노래였습니다. 그리고 국민학교에서는 거창하게 이 두 노래를 건전가요라고 규정을 하면서 따라배우기가 강제되었습니다. 그 시절을 살았던 분들이라면 건전가요를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날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Vw9pm1XMQA

     

     

    잘 산다는 것은 물욕을 지닌 인간에게는 당연한 목표입니다. 그러나 이를 국가차원의 캠페인으로 규정하여 각 개인에게 강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개성을 소중히 여기면서 각자 알아서 인생을 추구하면서 잘 사는 것이 당연하게 통용되는 2024년의 시각에서는 그때 그 시절에 총화단결이라는 미명으로 국산품애용’, ‘달러모으기’, ‘혼분식장려운동등을 전 국민에게 강제하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가가 이를 강제하는 것은 각 개인의 개성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다분히 전체주의로 평가될 일련의 국가차원의 캠페인은 그 시절에는 나름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했지만, 지금의 시각에서는 국민의 동의는커녕 공분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실은 국가가 개인의 가난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명제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6070세대와 2030세대의 세대차이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의식구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잘 살려는 것은 시대와 장소를 떠나 인간의 본능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잘 사는 방법, 그리고 국가차원의 캠페인의 존부는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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