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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미슈퍼스타즈 18연패의 아련한 기억>
    7080 이야기거리 2024. 5. 1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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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는 옛날을 소환합니다. 옛날은 기쁨과 환희만 있는 것은 아니며, 좌절과 분노, 그리고 슬픔이 녹아있습니다. 다음 유튜브는 지금은 사라진 삼미슈퍼스타즈의 18연패를 끊는 역사적(!) 경기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승부가 갈리기 마련입니다. 실은 승부가 스포츠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기고 지는 것은 숙명입니다. 패배는 일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는 팀의 선수에게 그 패배의 순간은 슬픔과 분노를 안깁니다. 때로는 잔인함까지 안깁니다. 선수에게 연패는 단순히 패배 이상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전 출신입니다. OB베어스, 빙그레이글스, 그리고 한화이글스만을 응원했습니다. 게다가 극성팬이었습니다. 그러나 고향팀 외에 이상하게도 삼미슈퍼스타즈, 청보핀토스, 그리고 태평양돌핀스를 응원했습니다. 그 계기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대 OB베어스의 16연패였습니다. OB베어스가 삼미슈퍼스타즈를 연파하면서 뿜어졌던 신바람이 차츰 안쓰러움과 동정으로 변해갔습니다. 가위바위보를 해도 지면 짜증이 나는데, 직업이 야구인 선수들은 얼마나 짜증이 날까, 하는 연민과 동정, 그리고 응원이라는 복합미묘한 감정이 함께 묻어났습니다. 동네야구, 동네축구를 해도 승부욕이 발동하며, 여기에서도 지면 짜증이 폭발하기 마련입니다. 아무튼 저도 모르게 삼미슈퍼스타즈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983년 삼미슈퍼스타즈가 OB베어스를 처음 만나자마자 승리를 거두는 장면에 환호작약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9Lds753-Gg&t=303s

     

    패배팀의 선수들은 의욕을 상실합니다. 그리고 팬들은 외면을 하다가 관중은 황혜화됩니다. 팬들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무의미합니다. 패배는 구단주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경영의지를 꺽습니다. 패배가 반복되는 프로스포츠팀이 실제로 해체되는 경우가 없지도 않습니다. 상대팀은 당장은 이겨서 신이 나겠지만, 패배팀은 좌절과 분노에 휩싸이다가 해체를 결심하는 계기를 만듭니다. 승리란 경쟁자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경쟁자 자체가 사라진다면 승리는 공허합니다. 삼미슈퍼스타즈는 실제로 연채기간 중에 해체설이 솔솔 흘러나왔습니다. 18연패를 끊은 직후 삼미슈퍼스타즈는 청보핀토스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 시절에 프로야구는 돈 먹는 하마로 광고효과 외에는 그리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 경기 이후에 삼미슈퍼스타즈 선수들은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팀 선수들처럼 감격에 겨워합니다. 얼마 되지 않은 인천팬들도 감격합니다. 사실 이 경기는 이기기 쉬운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상대팀인 MBC청룡의 선발투수가 에이스 하기룡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하기룡은 그 시대를 기준으로 강속구 투수였습니다. 8회에도 구위가 훌륭합니다. 하기룡은 신언호, 이광은 등 배재고 동문들과 나란히 배번 32, 33, 34번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이들은 나란히 원년멤버로 초창기 야구인기몰이에 공헌이 큰 선수들이자 MBC청룡의 터주대감이었습니다.

     

    삼미슈퍼스타즈는 인천과 강원을 연고로 한 팀이었지만, 막상 연고지에는 거물급 선수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만루에 적시타를 친 양승관은 인천의 간판선수였습니다. 큰 키에 거구의 김진우도 나름 인천 출신 간판타자였습니다. 삼미슈퍼스타즈가 연패에 빠진 근본적 이유는 타자보다는 빈곤한 투수력에 있었습니다. 장명부가 198330승을 한 이후에 장명부가 엄청난 혹사 이후에 구위를 상실하고 나서는 팀 전체가 투수가 실종된 상태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완봉호투를 한 최계훈도 실은 고교시절 혹사의 여파로 초고교급 투수라는 명성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MBC청룡의 원년멤버 송영운은 솔직한 행동(?)으로 고 김동엽 감독에게 거한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같은 원년멤버 김인식은 작은 키에도 악착같이 열심히 하는 선수로 유명했습니다. 작은 체구임에도 거의 고의적으로 투구에 몸을 던져서 몸으로 때운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던 선수였습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정구선은 그나마 제대로 된 사람처럼(?) 활약하는 선수였으며, 제 고향 대전 출신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대전고 감독으로 활동하다가 백수생활도 오래했습니다.

     

    인천 도원구장은 이제 추억의 장소입니다. 요즘 메이저리그 구장에 버금가는 구장에 비하면 초창기 프로야구장은 너무나 열악해서 거의 초가집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팬들은 불평이 없이 응원을 했습니다. 팬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멋진 야구장은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1985년 당시에도 삼미슈퍼스타즈의 18연패를 끊는 장면을 보고 울컥했는데, 지금 다시 봐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당시 삼미슈퍼스타즈 선수들이 연패를 할 때마다 얼마나 쓰린 상처를 받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안쓰럽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유튜브를 보면서 이날의 감격이 함초롬히 되새겨집니다. 연패를 이겨낸 선수들이 대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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