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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의 영화 : ‘장고’>
    7080 이야기거리 2024. 6. 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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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든지 인생을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경우가 있기 마련입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경우 중에서 대표적인 경우가 권총을 쏴본 경험입니다. 당연히 군복무(방위병 출신입니다) 중에 발생한 일입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장교라면 1년에 한 번은 권총사격을 해야 하는 날이 있습니다. 전날 술을 잔뜩 마셔서 숙취에 헤롱거리던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장교의 부탁(말이 좋아 부탁이지 실은 강제에 근접한!)으로 딱 한 번 권총을 쏜 일이 있었습니다. 묵직한 m1911권총으로, 흔히 45구경 권총으로 불리는 바로 그 권총이었습니다. m1911권총은 아직도 사용되는 미군의 명품권총으로 불립니다. 그러나 튼튼한 내구성이 강점이기는 하지만, 묵직해서 한국인이 한 손으로 쏘기는 부담스럽고, 막상 쏴보면 실제 명중률이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원효가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면서 득도를 한 것과 비교는 과도하지만, m1911권총을 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m1911권총을 쏴본 분은 알겠지만, 한 손으로 조준하고 명중하는 것은 꽤나 어렵다는 점입니다. 급기야 서부영화에서 주인공이 한 손으로 적들을 죽이는 장면은 전부 거짓이라는 점도 권총사격의 경험을 통하여 명확하게 깨달았습니다. 대부분의 서부영화에서 쓰이는 싱글액션방식의 구식권총은 정조준을 해도 명중률이 처참합니다. 이것은 노리쇠를 한 번 당기고 쏘고, 다시 노리쇠를 당기는 방식으로 단발로 장전과 발사를 반복하는 권총입니다. 더블액션방식으로 현재 리볼버로 불리는 연발방식의 권총과는 장전과 발사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구식이든 신식이든 권총 자체가 명중률이 높지 않습니다. 말 위에서의 조준 등 조준 자체를 대충하고 쏘면 적을 죽이는 서부영화의 설정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실제사격을 통해서 깨달았습니다.

     

    그러다가 주말의 명화에서 봤던 장고가 한 손으로 싱글액션방식의 권총을 연사하면서 적을 죽였던 장면은 모두 거짓이라는 기억으로 씁쓸하게 이어졌습니다. ‘장고는 비록 1966년에 처음 개봉한 영화지만, 한국에서는 높은 인기를 누렸기에 1970년대까지도 대도시의 동시상영관에서도(당시에는 개봉관동시상영관으로 극장이 구분되었습니다.) 상영될 정도였습니다. 1970년대에는 학교앞 문구점에서 조립식권총이나 완제품권총을 팔았는데, 아이들이 권총을 사서 장고처럼 한 손으로 쏘는 시늉을 하곤 했습니다. 당연히 장고를 비롯한 당시의 서부영화의 인기가 반영된 것입니다. 지금이야 서부영화 자체가 거의 소멸되었지만, 그 시절만 하더라도 서부영화의 인기가 뜨거울 때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gRxjOy914k

     

     

    고 피천득 선생의 인연의 주인공 아사코처럼, 차라리 안 봤으면 추억으로만 멋지게 남았을 것인데, 위 유튜브에서 장고의 리뷰를 다시 보니 그 옛날 감동 받았던 장고의 장면 하나하나가 허무감을 가슴에 퍼부었습니다. 마구 기관총을 쏘지만 총알은 그대로인 허술한 설정, 그리고 조준도 대충했는데 피도 안 흘리면서 죽는 악당들의 불쌍한 모습 등이 한숨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왜 헐리우드에서 서부영화를 포기했는지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건진 것이 있었습니다. 여주인공의 미모는 여전했고 업소언니(?)의 미모도 훌륭했다는 점입니다. ‘장고는 지금 보면 전형적인 B급 영화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 시절 서부영화의 추억을 소환하는 영화로 장고를 빼고 설명하기는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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