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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채화, 그 이름은 ‘길위의 날들’>
    7080 이야기거리 2024. 6. 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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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알고리즘이 길위의 날들이라는 TV문학관의 연작드라마의 하나를 안내해서 무심코 보다가 끝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어렴풋이 오래전에 KBS가 바로 이 길위의 날들로 국내외 각종 상을 휩쓸었다는 뉴스가 생각났습니다. 보다가 과연 각종 상을 휩쓰는 것이 당연함을 깨달았습니다. 수려한 영상미와 절제된 대사,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 넘치는 사실감 등 영상소설을 보는 느낌과 수채화가 내 눈앞에 놓여있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비평가의 눈이나 시청자의 눈이나 사람의 눈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평범한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길위의 날들에서는 장기수로 복역할 만큼 중죄를 지은 주인공 정순우(김영기 분)보다 감옥 밖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추악하고 부조리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거듭하여 보여주었습니다. 죄수인 주인공을 사기치는 비죄수인 감옥 밖의 인간군상을 묘사하면서 실정법이 규정한 범죄를 범한 죄수의 인생과 범죄를 범하였지만, 죄수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나쁜 인간군상이 처벌받지도 않고 오히려 더 활개치는 아이러니한 사회를 조명하였습니다. 죄수보다 더 야비하고 악랄한 인생을 사는 인간군상의 현실! 누구나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를 느끼지만, 막상 그 장본인들은 풍요와 안락에서 인생을 즐기는 현실의 모순을 시청자들은 절감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visMQG3qwo

     

     

    이렇게 길위의 날들은 빼어난 영상미를 품은 수작이지만, 왜 오랜 기간 KBS는 이렇게 밀도폼은 영상문학을 제작하지 않았는가, 의문이 샘솟습니다. 슬프게도 앞으로도 KBS는 물론 MBC, SBS 모두 제작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청률이 보장되는 청춘스타가 없습니다. 주연인 김영기는 물론, 주요 출연배우인 정애란(작고), 서갑숙, 남영진(작고), 장미자 등은 모두 조연이나 단역전문 배우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TV문학관이나 전설의 고향’, 그리고 베스트극장등 단막극에 주로 출연한다고 하여 단막극용 배우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왜 단막극용 배우가 생겼냐면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 문제 때문입니다. 1970년대부터 드라마나 영화 모두 미남, 미녀 주연급 배우에게 우선적인 캐스팅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출연료도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그런데 주연급 배우들은 1회에 거액을 받는 영화나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를 선호했습니다. 인기와 돈 모두 취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조연전문 김영기가 주연을 맡은 것은 이러한 사정에 기인합니다. 김영기도 단역이나 조연 아니면 단막극용 배우가 전문입니다. 단막극이 아니라면 꽃미남 주연급 배우가 아닌 김영기가 주연을 맡을 이유가 없습니다. 과거 주연급 배우였던 유인촌이 수십 년간 주연만을 했던 배우출신인 자신이 돈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는 항변을 한 적이 있습니다. 유인촌의 말은 사실입니다. 연예계 자체가 양극화가 보통이며, 배우 사이의 양극화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영화의 메카인 헐리우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누구보다 상업영화에서 성공한 헐리우드의 거장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입을 모아 향후 영화산업의 미래를 비관합니다. 영화산업의 자양분인 예술영화, 컬트영화 등 새로운 영상을 발현할 장이 소멸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넷플릭스 등 ott가 투자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드라마와 영화시장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중파는 물론 종편의 드라마슬롯이 비었어도 신규 제작은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영화 제작기술은 길위의 날들이후에 눈부시게 성장하고 플랫폼도 다양해졌지만, 막상 현실은 풍요속의 빈곤인 셈입니다. 중견배우들도 출연할 작품이 없다고 하소연을 하는 상황입니다. 이제 방송국은 물론 영화사도 생존을 고민하는 시기입니다. 멀티플렉스 극장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의 미래는 양극화로 귀결될 것인가 의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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