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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의 크라운맥주>
    7080 이야기거리 2024. 6. 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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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베어스의 전신은 OB베어스입니다. OB베어스가 프로야구단의 간판으로 OB를 내세웠다는 것은 과거 두산그룹 계열사인 OB맥주를 간접적으로 광고하는 것인 동시에그만큼 과거 두산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크라운맥주를 말하면서 생뚱맞게 OB맥주를 말한다고 의아해하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크라운맥주의 굴욕적이면서도 구슬픈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OB맥주의 역사를 말할 때는 그냥 한국 최고의 맥주로 OB맥주설명하면 되지만, 만년 2인자였던 크라운맥주를 설명할 때는 불가피하게 OB맥주언급해야 합니다.

     

    - 주유를 낳았으면서 어찌 제갈량을 또 낳았습니까(旣生瑜 何生亮)

     

    혹자는 크라운맥주와 OB맥주 간의 관계를 제갈량(OB)과 크라운의 관계로 설명하곤 합니다. 1인자와 2인자의 관계로 일면 그럴듯한 비유입니다만, 시장경제에서는 복수의 시장참여자를 전제로 하고, 이들 간에는 경쟁이란 필연적인 속성이기에 꼭 들어맞는 상황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크라운맥주와 OB맥주의 기나긴 라이벌 역사를 보면 그 어느 스포츠 못지않은 역전과 재역전이 혼재하는 전선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묘하게도 맥주시장의 역사는 삼국지연의와 마찬가지로 크라운, OB, 그리고 카스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엃히고 설킨 관계가 있습니다.

     

    1970년대까지는 맥주는 대중주인 소주와 막걸리, 그리고 고급주인 양주 사이에서 뭔가 어정쩡한 포지션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캔맥주가 보편화 되면서 확실하게 대중주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되었습니다. 허무하게도 경쟁은 싱거운 승부로 결정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맥주시장에서는 OB맥주가 절대권력자였습니다. 무늬만 2인자인 크라운맥주는 점유율에서 일방적으로 밀렸습니다. 특히 두산그룹이 OB베어스를 창단하면서 간접적인 광고가 히트를 치면서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한자성어가 떠오를 정도로 OB의 일방적인 독주가 이어졌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VLfYI9sOwg

     

     

    크라운맥주는 광고에 돈을 쏟아부었고, ‘수퍼드라이라는 신상품까지 출시하면서 역전을 노렸지만, 매번 OB맥주의 철옹성에 좌절감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암반수를 내세운 하이트맥주를 내세우면서 마침내, 그리고 꿈에 그리던 점유율 역전의 신화를 썼습니다. 지금도 암반을 뚫는 하이트맥주의 광고는 전율을 느낄 정도입니다. 하이트맥주의 돌풍은 꽤나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크라운맥주는 상호 자체를 하이트맥주로 갈아치웠습니다. 세상은 하이트맥주의 천하가 된 듯싶었습니다. 그러나 달콤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소주시장의 강자 진로가 카스맥주를 생산하면서 맥주삼국지가 펼쳐지면서 다이나믹한 맥주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장점은 동시에 단점이 됩니다. 암반수를 무기로 절대반지를 낀 형세의 하이트맥주는 수질이 갈수록 이상하다는 애주가들의 불만이 누적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누리던 권좌의 자리에서 서서히 밀려서 마침내 2010년대에는 맥주 3사의 점유율이 혼전 양상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다가 IMF구제금융의 와중에 카스맥주를 인수한 OB맥주에 완전히 역전당했습니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삼국지연의의 교훈이 엉뚱하게도 맥주삼국지에서 재연이 된 셈입니다. 2017년 이후에 OB맥주는 맥주시장의 점유율 1위를 넘어 점유율 격차를 벌렸습니다. 그 어떤 스포츠보다 짜릿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는 하이트맥주가 하이트맥주 올인의 전략, 즉 상품다각화가 실패한 결과입니다. 암반수가 강점이라는 것은 암반수에 대한 신뢰가 흔들이면 맥주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권좌를 되찾은 OB맥주가 자신이 인수한 카스맥주 올인전략으로 성공한 것이 얄궂은 기업흥망사를 만들었습니다. 그 어느 드라마도 이렇게 얄궂은 플롯을 전개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크라운맥주가 하이트맥주를 출시 전까지 맥주시장의 선두주자였던 OB맥주는 소주시장을 장기집권했던(아직까지도!) 진로소주가 주력사였던 구 진로그룹 계열사인 진로쿠어스가 개발한 카스맥주를 인수하며, 비록 간접적인 방법이지만, 맥주시장의 왕좌 자리를 되찾았고, 정작 카스맥주를 개발한 구 진로그룹의 진로소주는 경쟁사였던 하이트맥주에 합병되어 진로하이트가 되었고, 진로하이트의 주력상품인 하이트맥주는 구 진로그룹이 개발한 카스맥주에 밀려 2인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크라운맥주 상표 자체는 사라졌지만, 하이트맥주의 전통에서 살아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어지러운 M&A가 소비자를 헷갈리게 합니다만, 소비자는 맥주상표와 무관하게 더 맛좋은 맥주를 일관하여 선호했고, 이에 따라 점유율과 M&A가 펼쳐진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 최근 수입산맥주가 맥주시장에 가세하여 맥주시장은 지금 춘추전국시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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