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라를 찾기까지>

다음 유튜브는 1983년 'KBS 가요대상‘입니다. 유튜브가 있어서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사연들도 새록새록 기억할 수 있습니다. 결혼과 함께 방송국을 떠난 추억의 서동숙 아나운서가 원로 아나운서 김동건과 함께 사회를 맡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문제의 정수라가 등장을 합니다(9분 46초경). 그런데 서동숙은 정수라가 1982년에 데뷔하여 ’데뷔 2년차‘라는 멘트를 합니다. 그러나 서동숙의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0d0CYbG6bk&t=670s

 

 

정수라를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아예 무관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정수라의 목소리를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은 숨도 쉬지 않고 동의를 할 것입니다. 저는 정수라의 목소리를 1978년경 다음의 티나콘 cm송에서 들었습니다. ‘별들의 노래 속에 파묻힌 티나’로 시작하는 정수라 특유의 째진, 그리고 까랑까랑한 소리가 cm을 휘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UYtpuG9xis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cm송 가수는 비애가 있습니다. 마치 호부호형을 하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cm송 가수는 자기가 어느 cm송을 불렀다고 거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일단 cm송 자체가 특정 회사나 그 회사의 제품을 광고하는 것이기에, 언급 자체가 무척이나 부담스럽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자기의 노래를 불러야지 일종의 부업에 해당하는 cm송을 부른다는 것이 쪽이 팔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려 100개가 넘는 cm송을 부른 가수인 윤석화는 언제나 ‘연극인’으로 불리기를 원했고, 무수히 많은 cm송을 작곡한 가수 윤형주도 작곡의 경력에 cm송을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김도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인지 무수히 많은 방송출연을 했던 정수라지만, 정작 cm송 가수로 활약했던 어린 시절에 대하여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위 1983년 가요대상에서 ‘신인가수’로 둔갑(!)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수라는 cm송 가수로만 활약한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용 동요를 부른 가수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기억하는 분이 거의 없을 것이지만, ‘정의의 슈퍼맨’이라는 어린이용 동요를 부른 가수이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iFCdlptwN0

 

 

이 노래는 1978년 고 크리스토프 리브가 열연한 슈퍼맨이 극장에서 상영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한 노래입니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바로 정수라입니다. ‘슈퍼맨맨맨맨’하는 반복적인 후크가 인상적이었으나, 노래 자체가 아동용이다보니 정수라는 방송에서 이 노래를 실황으로는 거의 부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라디오의 음악프로그램에서는 간혹 틀어주기는 했지만, 노래가사부터 요즘 말하는 ‘오글거리는’ 노래이기에 정수라가 가요무대에서 실황으로 부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개인적으로는 ‘야! 예전에 티나콘 cm송을 부른 그 여자가 여기에도 나타났다!’하는 반가움이 무척이나 컸습니다. 그러나 그 때까지 정수라라는 이름은 정확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지나가다가 듣기는 했지만, 가수의 소개 장면에서는 거듭하여 놓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그러다가 운명의 시간은 1983년이 되었습니다. 장재현과 함께 부른 ‘아! 대한민국’이라는 대박 건전가요가 엄청나게 떠서 마침내 정수라라는 이름 석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 그 티나콘 cm송을 부른 그 언니가 바로 정수라였구나! 오랜 기간 누구일까, 하는 문제의 궁금증이 그렇게 풀렸습니다. 귀염상의 미모 여가수를 생각했지만, 약간은 펑퍼짐한 얼굴의 가수라 솔직히 실망은 했지만, 오랜 기간 그토록 궁금했던 '티나콘 cm송‘, 그리고 ’정의의 슈퍼맨‘을 불렀던 바로 여가수의 이름을 알게 되어 그저 통쾌함히 밀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