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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일기’, 그리고 강수연>7080 배우/7080 여자배우 2025. 3. 1. 13:40728x90반응형
1980년대를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군사정부의 폭압적 권력이 사회를 짓누른 암울한 사회라고 흔히 표현합니다. 그러나 대중문화에 한정해서는 이러한 규정이 맞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2025년 현재 TV에서 사라진 ‘TV문학관 ’, ‘베스트극장’ 등의 단막극, ‘전원일기’ 등의 농촌드라마, ‘X수색대’ 등의 어린이드라마는 물론 청소년 대상의 ‘고교생일기’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TV유치원 뽀뽀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체했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평양에선’과 같은 반공드라마까지 방영되었던 사실은 오점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간판 대중매체인 TV는 드라마를 통하여 다양한 세대구성원의 요구를 수용하는 시대였습니다. 영화에서는 ‘애마부인’으로 상징이 되는 에로영화가 억눌린 성적 욕망의 표출이 가능한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에게 성적 욕망은 DNA라는 이름으로 본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본능은 표출과 억제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미디어에 투영되기 마련입니다. ‘고교생일기’는 제2차 성징으로 극대화된 성적 호기심과 욕망을 고교라는 무대를 통하여 절제된 방식으로 시청자들과 동시대의 고교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당시에는 일반적이지 않았던 남녀공학, 게다가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는다는 당시 한정 비현실적인 설정에 대하여, 당시 ‘고교생일기’ 제작진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이 극대화된 시기를 같은 반에서 일어나는 일상으로 치환하여 자연스럽게 표출한다고 해명을 하였습니다. 영어와 수학 등 교과 위주의 드라마 전개는 드라마적인 전개가 불가능한 플롯입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녹아드는 이성에 대한 갈망이라는 요소가 있어야 드라마를 보는 재미의 핵심요소인 갈등구조가 극대화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기에, 당시 제작진의 강변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청소년드라마는 이렇게 성적 호기심을 발산할 수 있는 하이틴스타의 출연이 필연적입니다. 그래서 낙점된 인물이 조용원과 더불어 ‘동명이인(東明二人)’의 하나인 강수연이었습니다. 당시 동명여고 주간(조용원), 야간(강수연)의 동창이라는 것에 착안하여 생긴 동명이인이라는 신조어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이라는 원조 한자성어를 대체할 정도로 조용원과 강수연의 파괴력은 극강이었습니다. 서구적이고 이지적인 미모의 조용원이라면, 동양적이고 백치미가 일품인 강수연의 당시 인기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고 수준이었지만, 미세하나마 조용원이 우위였습니다. 당시 ‘제리뽀’ CF로 여신의 이미지를 구축한 조용원의 아성이 워낙 막강했기 때문입니다. 조용원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원래 CF는 광고제품이 중심이 되어야 정상인데 ‘제리뽀’ CF의 주인공 조용원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uMWpH_M2T8
당시만 하더라도 같은 배우의 이름이 영화에서는 영화배우. TV에서는 ‘탤런트’라 불렸습니다. 상대적으로 조용원은 영화에, 그리고 강수연은 TV에 집중을 했기에, 강수연이 ‘고교생일기’에 캐스팅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만, 조용원이 캐스팅되었어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조용원은 미모에 걸맞는 연기력이 되는 배우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역배우부터 연기내공을 다진 강수연의 연기력이 떨어지는 배우는 아닙니다. 둘은 여고 라이벌을 넘어 시대의 라이벌로 불릴 정도로 미모와 연기력이 발군인 배우였습니다.
아무튼 강수연의 캐스팅은 ‘고교생일기’의 인기를 폭발시킨 탄약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역부터 호흡을 함께 한 손창민과의 열연으로 ‘고교생일기’를 장수드라마로 등극하게 만든 공신으로 등극했습니다. 보조개와 살인미소, 그리고 갸름한 턱선으로 대표되는 강수연의 미모는 전국의 남고생을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이 시기에 동명이인의 신화가 창조된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아역스타가 하이틴스타, 그리고 청춘스타까지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데, 그 어려운 관문을 가볍게 뚫은 것이 강수연입니다. 특히 여배우는 성장하면서 미모가 훼손되어 역변하는 경우가 전 세계적으로도 일상적인 것에 비하여 강수연은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오히려 그 미모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하늘은 정녕 강수연을 사랑했나 봅니다.
강수연은 그 이후에도 TV를 중심으로 활약하다가, ‘씨받이’ 이후에는 영화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영화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각종 영화제의 수상을 휩쓰는 맹활약을 합니다. 물론 관객의 뜨거운 사랑도 지속적으로 받았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미모는 변함이 없었지만, 얼굴에 비치는 세월의 상흔은 배역에 있어서 한계라는 장벽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서의 캐스팅이 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인기도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러나 강수연은 강수연이었습니다. 다시 TV로 돌아와서 ‘여인열전’에서 다시금 연기력을 시청자에게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문희’로 농익은 연기를 보였습니다. 강수연은 미모와 연기력 모두 세월이 비켜가는 듯했지만, 외모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주연의 자리에서 내려올 찰나에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강수연은 평생를 연기한 인생 내내 인기가 식지 않은 배우였습니다. 그 무수히 많은 배역 중에서 딱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숨도 쉬지 않고 바로 이 ‘고교생일기’를 꼽을 것입니다. 강수연은 인생 내내 미녀였지만, 사춘기 미모가 극강이었던 시절의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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