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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눈이 온다구요’, 그리고 ‘민들레 홀씨되어’의 작곡가는 누구일까?>
    7080 이야기거리 2021. 6. 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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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다음과 같은 뉴스를 보고 그 결과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 요지는, 작곡가 이범희가 MBC PD의 부탁으로 강변가요제 출품곡인 민들레 홀씨되어와 대학가요제 출품곡인 첫눈이 온다구요를 각각 작곡했다는 주장과 작곡가로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작곡가를 상대로 저작권확인소송을 제기한다는 주장 등이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범희 씨는 당시 MBC PD가 미국에 있던 김정신 씨가 쓴 가사 여러 편을 주며 곡을 만들어 보라고 해, 그 때 민들레 홀씨되어첫눈이 온다구요를 작곡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강변가요제나 대학가요제에서는 기성 작곡가 작품을 낼 수 없도록 되어 있었던 데다, 저작권 개념이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았던 터라 자신의 이름으로 올릴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90927010009052

     

     

    제가 개인적인 경로로 KBS, MBC, SBS 각 방송국의 오락담당 PD, 작곡가, 기타리스트 등 대중가요 전문가들과 개별적으로, 물론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예전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 해변가요제 등에서 기성 작곡가들이 작곡한 곡이 출품된 적이 있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취재차 물은 것이 아니라 술자리나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물어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구동성으로 그런 사실이 있다고 증언을 하였습니다. 과거 7~80년대 각종 가요제는 경쟁이 극심했기에, 자신들이 주관하는 가요제에서 대박이 나는 곡을 잡으려고 요즘과 달리 가요관계자들에게는 슈퍼갑의 지위에 있던 방송국이 유명 작곡가들을 닦달하여 튀는 곡을 참가자에게 주거나 아니면 참가자들이 아예 유명작곡가의 곡을 자작곡으로 둔갑시켜 출품한 적이 있다는 증언을 하였습니다.

     

    최근에 유명 케이블방송의 조작극은 실은 예전부터 있던 관행(!)인 셈입니다. 그리고 최근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 학원생의 작품인 작사를 자신의 작사로 둔갑시킨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지금과 같이 저작권이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7~80년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조용필이 자신이 만든 곡임에도 노래를 발매한 음반사에 저작권을 양도한 까닭에(조용필은 작곡가이자 가수이지만 저작권 전문가는 아니기에 무심코 저작권을 양도하였습니다), 수십 년간 자신의 곡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실은 과거에 갑의 위치에 있던 음반사가 저작권을 가로채는 조건으로 음반을 발매하는 악습이 있었습니다. 마치 출판사가 저작권을 갖는 조건으로 소설가의 저작권을 가로채는 것과 유사한 일과 같습니다.

     

    아무튼 그 소송의 결과는 이범희의 패소로 2심이 종결되었습니다. 다음 기사를 보면 그 상세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을 유심히 음미해 봐야 합니다. 이범희가 패소한 것은 이범희가 작곡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일 뿐입니다. 이범희가 이정석 등 작곡가에게 승소하려면, 1). 이범희가 작곡했다는 것, 2). 이범희가 그 작곡한 곡을 이정석 등 가요제의 출품상의 작곡가에게 제공했다는 것 등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신문에 실린 이범희의 주장 자체를 봐도 이정석 등 가요제 출품상의 작곡가에게 제공한 증거가 없습니다. 그런 상황인데, 1).의 요건, 즉 이범희가 작곡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기에, 법리적으로는 이범희가 승소할 가능성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범희가 작곡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1980년대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는 신인 가수들의 등용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곡가 이범희 씨가 당시 수상곡 이었던 '첫눈이 온다구요'라는 노래와 '민들레 홀씨 되어'란 노래가 원래 자신이 만든 곡이라면서 30여 년 만에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37&aid=0000268071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범희의 주장의 신빙성을 음미해 봅니다. 작곡저작권은 단순한 곡의 저작권이 아니라 특정한 작곡가의 음악풍과 취향, 그리고 곡의 전개 등 작곡가의 개성이 발현된 창작물입니다. 그런데 이범희가 작곡한 작품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다음 3곡을 들으면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은 1). 슬로우 고고의 4박자 곡, 2). 전약후강의 곡의 배치구조, 3). 고음 옥타브의 잦은 활용, 4). 곡 자체의 서정적인 분위기 등입니다.

     

    다음 노래는 1). 첫눈이 온다구요, 2). 민들레 홀씨되어, 3). 잊혀진 계절입니다. 모두 곡 자체는 다르지만, 노래풍, 박자, 서정적인 분위기, 전후약강의 구조, 고음 옥타브의 잦은 활용 등 모두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이범희 스타일의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범희는 80년대를 강타한 작곡가인데, 이범희 작품은 이렇게 유사한 구조를 지닙니다. 마치 이문세의 대다수 히트작을 양산한 작곡가 이영훈의 노래 스타일이 유사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법리적으로는 법원의 판결이 맞습니다만, 적어도 음악팬으로서는 이범희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실은 저 개인적으로는 이범희가 당시 담당 PD에게 제공한 곡을 토대로 이정석이 약간의 변형을 하거나 편곡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합니다. 제가 수십 년 전에 쓴 글도 아스라이 생각이 나는데, 자신이 쓴 곡을 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혹여라도 제가 이범희나 이정석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으나, 음악팬의 하나로써 생각을 말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법리적으로는 이정석의 손을 들지만, 음악팬으로는 이범희의 손을 든다는 제 생각을 말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DHIFTFESQY

     

     

     

    https://www.youtube.com/watch?v=fNbtTf9wPBc

     

     

     

    https://www.youtube.com/watch?v=4WQwW6FrD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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