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식샤를 합시다’, 그리고 이수경>
    7080 배우 2023. 4. 11. 14:23
    728x90
    반응형

     

    고전명작이라 불리는 소설에 대한 소감을 말해보라면 대부분 줄거리나 주인공 행동에 대한 특이점, 그리고 플롯에 대한 사적인 감상 등이 주를 이룰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식성이나 취향, 그리고 용변 등에 대한 인상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레마르크가 지은 개선문에서 주인공 라비크가 즐겼던 칼바도스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생명체로서 사람에게는 현실에서 먹고 자고, 그리고 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다이아몬드의 역설처럼 모순점이 발생합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일상적인 것들은 문학작품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야 할 특별한 매력포인트도 없고 예술적 승화도 어렵기에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랜 기간 먹는 장면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1970년대 드라마에서는 아예 먹는 시늉만을 했습니다. 특히 여주인공이 먹는 장면은 극히 희귀했습니다. 마치 먹는 것이 죄악인 양, 여주인공은 반찬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도의 장면이 보통이었습니다. 아무리 드라마광이라도 여주인공이 이렇게 먹는둥마는둥 하는 장면에 대하여는 그리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의 리얼리티에 주목을 하면서 짜증나는 가짜 식사장면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드라마에서 진짜 밥과 반찬이 등장해서 출연배우들이 진짜로 먹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그 시기가 대략 198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요즘은 연예프로그램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지만, 그 시절에는 시청률보장수준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어느 연예프로그램에서 실제로 방송국 직원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장면을 소개하였습니다. 마침내 진짜 밥이 등장했던 시기입니다. 배우들이 실제로 밥을 먹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실제로 식사가 등장했어도 여주인공은 여전히 밥을 먹는둥마는둥 했습니다. 아마도 이슬만 먹고 사는 동화 속의 공주님같은 인상을 원해서 그랬나 봅니다. 그러나 식사는 진짜이면서도 정작 먹는 장면은 가짜라는 것은 뭔가 부족합니다. 다시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진짜로 먹는 장면이 잇달아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항의가 영향을 미쳤으리라 봅니다. 급기야는 여주인공이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이 잇달아 등장했습니다. 20년이 되었지만 환상의 커플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상실 역으로 열연한 한예슬이 게걸스럽게 자장면을 먹는 장면은 인터넷의 인기밈이 되어 아직까지 맹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맛을 즐기는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고고한 안나조라는 인물이 찌질한 나상실로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상징적 장치에 불과했습니다.

     

    여주인공이 제대로, 게다가 맛깔나게, 먹는 장면을 연출한 것은 식샤를 합시다의 이수경이 대표적입니다. 식당에 가면 젊은 여성 중에서 맛나게, 그리고 열심히 먹는 장면을 흔히 봅니다. 그 오랜 기간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현실 속의 장면을 이수경이 마침내 연출한 것입니다. 먹는 것이 왜 그렇게나 품위를 해치고 망가진 인생으로 여겨졌는지 지나간 세월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먹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고, 삶에 적극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인생을 포기한 사람이 열심히 먹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 무렵 식도락이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했습니다. 초대박을 친 타짜에서 이수경도 출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수경은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여주인공으로 분한 김혜수의 존재감이 너무나 컸기 때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vHCLqTfUUM&t=126s

     

     

    식샤를 합시다로 이수경은 비로소 존재감을 진하게 과시했습니다. 물론 드라마 속의 배역처럼 만 30이 넘은 시점에서 딱 그런 역할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조연이나 주조연을 주로 했던 이수경으로서는 그 동안의 설움을 시원하게 날린 드라마였습니다. 여배우 인생의 꽃인 20대에서 이수경은 빛나는 존재감을 보이지는 못했습ㅂ니다. 아마도 식샤를 합시다가 이수경의 인생배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슬프게도 떴나 싶었던 이수경은 식샤를 합시다이후에는 다시 존재감이 떨어지는 인상입니다. 맹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728x90
    반응형

    '7080 배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의 아웃소싱과 배우의 아웃소싱>  (0) 2022.12.25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