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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 : ‘나바론 요새2’>7080 이야기거리 2025. 2. 1. 16:11728x90반응형
영어를 배우다 보면 우리말에도 쓰이는 관용어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설명이 필요없는’이라는 의미의 ‘beyond description’은 우리말이 된 관용어(慣用語)입니다. 소박한 시민들도 정확히 알기에, ‘설명이 필요없는 수준’이라는 수식어는 일상에서도 널리 쓰입니다. 그 설명이 필요없는 수준의 헐리우드배우가 해리슨 포드입니다. ‘스타워즈’,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라는 메가히트작의 주연배우이기 때문입니다. 이름은 몰라도 대부분의 시민은 얼굴만 봐도 누구인지 알 정도입니다. 두 메가시리즈에 가렸지만, 꽤나 히트한 작품에도 많이 출연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나바론 요새2(Force 10 From Navarone)’입니다.
헐리우드의 영화제작문법 중의 하나가 후속작을 만들어서 시리즈물화 하는 것입니다. TV용 드라마는 이와 동일한 문법으로 시즌제를 합니다. 이것은 기존의 히트작의 인기를 그대로 차용하여 제작비 및 수익을 향유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영혼을 갈아넣고 비용을 쏟아부은 신작이 폭망하여 영화사가 도산하는 영화제작역사에서 교훈을 얻은 것입니다. 과거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신곡의 히트에 대한 부담 때문에 유명 가수가 자살한 것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나바론2’는 바로 이런 헐리우드영화 제작문법에 따른 영화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전작 ‘나바론’에 비하여 무려 16년이 흐른 뒤에 제작한 것이 이채롭습니다. 제작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제2차대전이 한참 지난 1970년 후반에 이르러 전쟁물의 인기는 시들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O6KtD08An8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전쟁물은 기본적으로 거액이 소요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입니다. 출연배우 외에도 셋트장, 무기, 군인들로 분할 엑스트라 등 제작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소박한 상식으로도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 유명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상륙작전장면을 연상하면 더욱 이해가 쉽습니다. 전작 ‘나바론’이 거액이 소요되고 출연배우 면면도 거물급이었기에, 후속작인 ‘나바론2’도 당연히 그에 준하는 출연료와 마련해야 합니다. 안그래도 시기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전쟁물에서 관객을 확보하려면 거액의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영화제작사에서 고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제작이 확정되면서 ‘장고’의 프랑코 네로 등 유명배우가 출연했지만, 전작보다는 지명도가 떨어집니다.
전술한 대로, 이미 시기적으로 전쟁영화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해리슨 포드 역시 그 시기는 메가스타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다음 해(1978년)에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재회하는 바바라 바흐(독일계라 Bach의 영어식 발음인 ‘바크’로 배우 본인이 부르길 꺼려했습니다)와 죠스라는 007시리즈의 역대급 빌런으로 분한 리차드 키일(역시 독일계인데 독일식 ‘리하르트 키일’이 아닌 영어식으로 불리는 것을 원했던 점이 인상적입니다)이 주요 출연진인 점이 이채롭습니다.
특공대류의 영화는 ‘내부의 적’이 필수적인 클리셰입니다. 특공대원들 내부의 긴장과 갈등을 부각하는 대목에서 ‘내부의 적’만큼 유용한 클리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바론2’에서는 무려 ‘장고’의 프랑코 네로가 ‘내부의 적’으로 출연합니다. ‘장고’에서 기관총이 담긴 관을 끌고 다니면서 번뜩이는 눈을 지닌 과묵한 총잡이 그 ‘장고’가 후덕한 콧수염 동네아재로 변신한 장면도 얼떨떨한 데다가 ‘내부의 적’으로 변신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관객의 한숨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내부의 적’이 밝혀지는 장면 자체도 뭔가 어색합니다. 그냥 ‘내부의 적’으로 밝혀야 하는 장면을 인위적으로 삽입한 느낌적 느낌이 물씬 납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안타까운 장면은 댐을 폭파해서 다리를 부수는 장면입니다. 요즘 영화 속의 CG에 익숙한 분이라면 미니어춰임이 또렷한 다리가 웃프기까지 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미니어춰가 대세이긴 했지만, 전작 ‘나바론’에 비하면 확실히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에 2%가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당시 한국영화에서는 이 정도의 미니어춰도 언감생심인 시절이긴 합니다. 한참 후에 심형래가 만든 ‘영구와 아기공룡 쭈쭈’를 보면, ‘나바론2’는 그야말로 양반입니다. 그나저나 ‘나바론’이 실존하는 섬이나 지명으로 오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나바론에 대한 영문판 위키피디아에는 다음과 같이 ‘가공의 섬(a fictional island)’라는 점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Navarone Island is a fictional island portrayed in a novel by Alistair MacLean entitled The Guns of Navarone. The novel was made into a movie, but the film changed some of the geography of the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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