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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찌질함에 대하여>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5. 2. 3. 15:25728x90반응형
대중가요는 물론 문학작품 속의 사랑은 숭고하거나 위대한 측면이 주로 부각됩니다. 목숨을 바칠 정도라거나 해와 달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소중한 것으로 묘사되는 것이 상투적인 사랑의 묘사입니다. 조국과 사랑을 양자택일해야 하는 극단적인 진지모드인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복잡다기한 인생의 일부입니다. 인생에서 겪는 꿀꿀하거나 찌질한 사랑도 다반사인 것이 현실입니다. 나는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심심풀이 땅콩’인 경우도 존재합니다. 자존심을 넘어 비참함을 느끼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이 토로하는 ‘고백공격’은 원하지 않는 상대로부터의 고백의 부담스러움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메이와쿠(迷惑)라 하여 고백이 실례가 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초식남’이 진전되었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자자의 ‘버스 안에서’는 경쾌한 리듬으로 어쩌면 비참할 수밖에 없는 찌질한 사랑풍속도를 그립니다. 딕 훼밀리의 ‘나는 못난이’도 경쾌한 리듬에 담긴 찌질함을 그리고 있습니다. 노래 속의 화자라면 ‘라라라라’하는 후렴구가 무척이나 잔인하다고 느낄 듯합니다.
넌 너무 이상적이야 네 눈빛만 보고
네게 먼저 말 걸어 줄 그런 여자는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사랑이 더욱 잔인한 것은 나도 상대방도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결실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문열의 ‘들소’에 담긴 사랑이 바로 그렇습니다. 주인공이 오매불망 짝사랑하는 ‘초원의 꽃’은 주인공의 진지한 짝사랑의 감정을 잘 알지만, 차갑게 외면했습니다. 오히려 현실의 열매가 달콤하기에 권력자인 ‘뱀눈’의 환심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권력자인 뱀눈이 실컷 노리개로 갖고 놀다가 농경 종족들과 협상할 때 협상의 댓가로 넘겨주면서 버릴 시점에야 비로소 사실 주인공을 좋아했노라고 고백을 하면서 주인공의 피눈물을 돋게 합니다. 사랑과 현실, 그리고 예술은 별개라는 이문열의 목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사랑은 이렇게 오묘한 심리게임이자 고차방정식입니다. 그래서 찌질함의 극치인 송창식의 ‘왜 불러’가 탄생했는지도 모릅니다. 당초 이 노래는 하길종 감독의 대박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ost입니다. ‘고래사냥’과 함께 ost로 발표되었는데, 둘 모두 대박을 쳤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의 주인공의 심리를 그린 노래임에도 정권을 비판한다는 황당한 죄목으로 금지곡으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당시 인기가요순위 프로그램에도 등장했던 노래임에도 정부는 아무런 보상이 없이 금지곡으로 선정했습니다. 지금 가사를 보더라도 찌질한 사랑의 회한과 감성만이 보이며 무슨 정권에 대한 강렬한 비판과 저항은 없습니다. 전형적인 논리비약적인 아전인수입니다. 실은 송창식 자체가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세상에 대한 관조가 가득한 사람입니다.
왜 불러 왜 불러 돌아서서 가는 사람을 왜 불러 왜 불러
토라질 땐 무정하더니 왜 왜 왜 자꾸자꾸 불러 설레게 해
아니 안 되지 들어서는 안 되지 아니 안 되지 돌아보면 안 되지
그냥 한 번 불러보는 그 목소리에 다시 또 속아선 안 되지
https://www.youtube.com/watch?v=H4FUMFXuv_w
금지곡의 지정은 검열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무슨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변한 검열기관의 ‘심의’라는 명칭의 사전적 규제를 헌법상의 검열금지라는 이름으로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 검열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데, 그 시절에 그렇게나 많은 금지곡이 등장했지만, 막상 위원회의 구성원 중에서 당시의 금지곡 지정이 정당했다거나 부당했다는 사후적인 소감을 발표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송창식의 ‘왜 불러’보다 검열을 자행했던 사람들의 침묵이 더 찌질합니다.
검열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의사표현의 발표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검열은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6. 10. 31. 선고 94헌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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