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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검다리, 여름, 그리고 왕영은>
    7080 이야기거리 2021. 7. 2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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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 ~ 80년대와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습니다. 대중가요의 영역으로 한정하면,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이 대학가요제나 해변가요제, 강변가요제 등 각종 가요제의 유무라는 차이입니다. 1MBC 대학가요제에서 샌드 페블스멤버로 나 어떡해를 불렀던 여병섭은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신해철을 중심으로 한 그룹사운드 무한궤도가 부른 그대에게이후 대중이 기억할만한 가요가 아직 안 나왔다고 일갈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외형상은 여병섭의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여병섭의 말은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1990년대 이후 각종 기획사의 등장과 가요의 질적 성장을 도외시한 말입니다. 당시 대학생보다 현재 대학생의 음악적 역량이 떨어질 리가 없습니다. 단군 이후 물려받은 DNA가 같은데, 작곡능력이나 발성능력이 떨어질 리가 없습니다. 1990년 이후에 등장한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변진섭 등의 슈퍼스타들을 생각해 보고, 아이돌의 폭증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활약이 BTS의 빌보드정복의 밑거름이 된 것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소수 대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노래의 수준과 기획사의 프로들이 히트를 작정하고 만든 노래의 질적 수준을 고려하면, 대학가요제 등 각종 가요제에서 출품된 곡이 기획사의 노래를 능가하기가 어렵다는 답은 쉽게 나옵니다. 1980년대 중후반까지 국내 대중가요는 트로트가 바닥에 깔린, 일명 뽕끼가 깔린 곡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나마 조용필 등 소수의 가수들만이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한 형국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대학가요제 등 각종 가요제에 출품된 곡이 실은 프로의 솜씨였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그 사연은 이랬습니다. 대학생은 당시에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히트한 가요는 대중들이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였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요즘의 각종 가요 경연대회를 연상하면 됩니다. 그래서 방송국은 각종 가요제를 경쟁적으로 탄생시켰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요제는 황금알까지는 아니더라도 금덩이 정도는 던져주는 암탉 정도는 되었습니다.

     

    가요제에 출품하는 곡은 프로들의 솜씨로 각색이 되어서 숙성을 시킨 뒤에 참가자가 불러서 음반을 만들면 날개가 달린 듯이 음반이 팔렸습니다. 참가 대학생들은 슬프게도 그 음반에 대한 권리가 없었습니다. 대학생들의 순수한 경연장을 내세워서 음반의 판권을 방송국과 음반제작사가 꿀꺽한 것입니다. 가요제에 출품한 곡은 무조건 뜬다고 봐도 무방하며, 실제로도 대박을 보장하는 아이템이기에 방송국은 군침을 삼켰습니다. 가요제의 시청률이 화끈하고 음반으로 거액을 챙기니 방송국이 마다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히트제조기라 불리는 작곡가들을 닦달했습니다.

     

    가요제 출품곡이 떠야 자기들이 거액을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국마다 가요제를 그냥 만들 리가 만무합니다. 물론 출품곡 전부가 프로의 솜씨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프로의 마사지를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과거에는 유명 작곡가에게 곡을 주고 돈을 받은 새끼 작곡가가 일종의 조수처럼 활동을 했는데, 나름 참신하고 상큼한 곡을 만든 새끼 작곡가의 곡이 신선한 맛을 준다는 이유로 인기를 얻었다고도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지금은 사라진 방송국인 TBC의 가요제에서 상큼하고 귀여운 1980년대 원조 국민여동생 왕영은이 멤버로 활약한 징검다리여름이 대상을 받게 됩니다. 이 곡은 편안하고 가벼운 리듬으로 거부감이 없이 따라부르기도 좋은 곡입니다. 상을 안 받으면 이상하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좋은 곡입니다. 이 곡도 프로들의 마사지를 받았는지는 당사자들만 알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왕영은이라는 최대 히트상품을 국민에게 안겼기 때문입니다. 뽀미언니 왕영은의 등장은 엉뚱하게도 가요제가 그 기원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음미할 점이 있습니다. 당시 대학생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가요제 출품곡으로 방송국과 음반제작사가 마치 재주를 부린 곰이 벌어들이는 돈을 거둬가는 떼놈들과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대학생들은 크게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각종 가요제가 가수의 등용문이었고, 학사출신 가수라는 타이틀도 얻을 수 있었으며, 방송국에서 화끈하게 밀어줬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손해를 보는 거래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각종 가요제는 사라졌습니다. 추억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2rhCZiq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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