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 철이 크로스! 그리고 아이젠보그>

영희, 그리고 철수!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과거 1970년대에는 영희와 철수를 수백, 수천 번 듣고 보지 않으면 국민학교를 졸업하기 어려웠습니다. 간혹 영희와 철수의 변형물(?)인 영이와 철이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주류는 당당히 영희와 철수가 군림을 했습니다. 이 영이와 철수는 무려 만화영화의 주인공으로까지 진출(!)을 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그것이 바로 원제 ‘공룡대작전 아이젠보그(恐竜大作戦 Izenborg, 쿄류다이삭센, きょうりゅうだいさくせん)’입니다.

 

아이젠보그하니까 독일어식 이름이 아닐까 오해를 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이와 젠은 각각 주인공인 일본남자아이의 이름 아이(アイ)와 그 누이인 젠(ゼン)그리고 사이보그(Cyborg)의 뒷글자를 딴 보그(ボーグ)의 합성어입니다. 그래서 ‘일본틱’하지 않은 점이 서양인에게도 그리 거부감이 없었던 만화영화의 제목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당시 KBS에서 방영이 되었는데, MBC에서 방영이 되어서 나름 중박이상의 성과를 낸 ‘공룡수색대’에 대응하는 성격도 있었는데, 당초 제작부터 ‘공룡수색대’의 성공에 힘입어서 제작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공룡대작전 아이젠보그’의 백미라면 원제에서 ‘아이 젠 크로스’를 적당히 재활용(?)한 ‘영이 철이 크로스’는 두 남매가 손을 뻗치면서 엇갈리게 크로스를 하는 장면인데, 이 장면을 TV에서 본 이성친구사이나 남매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와중에 이성의 상대방이 없으면 동성끼리 ‘크로스’를 외치곤 했지만, 아무래도 모양이 엉성하고 그 당사자도 하면서 계면쩍은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영이와 철이가 크로스를 하면 다분히 장난감모형같은 불도저같은 전투기(!)로 둔갑을 합니다. 공룡제국의 공룡은 이 불도저의 회전톱날에 거침이 없이 쓰러지면서 문제의 ‘크로스’의 목적은 달성합니다. 어린 마음에도 공룡제국에서 인해전술처럼 무더기로 공룡을 지구에 파견하면 간단하게 지구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는 짐작이 있었지만, 한꺼번에 몽땅 지구로 파견하면 다음 방영분은 굶어야 한다는 주위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곤 했습니다. 실은 마징가제트나 그랜다이저 등 당대를 호령하는 로봇이 상대하는 악당들은 매회 악당로봇을 등장시키는 습관(?)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영이 철이 크로스’가 반복이 되자 자꾸만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시청률이 메롱인 상태가 될 것을 우려한 원제작자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였습니다. 그것은 철이(원제상의 아이)가 영이(원제상의 젠)의 몸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미 크로스를 한 상태에서 또 다시 변칙(!)을 쓰는 것이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지만, 주고객이 어린이인데 의문을 품을 리가 만무합니다. 그래서 불도저 전투기는 비닐껍질같은 것을 둘러 쓴 특촬물 용사로 변신을 합니다.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를 통하여 한국인들이 익숙해진 것이 특촬물입니다.

 

특촬물(特撮物, 토쿠사츠부츠, とくさつぶつ. 그러나 줄여부르기를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그냥 ‘토쿠사츠(特撮)라고만 불립니다)은 울트라맨을 비롯하여 후일 전대물로 업그레이드되는 일종의 사이보그인데, 이름처럼 특수촬영이 현란하지는 않고 비닐껍질을 둘러싼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서 활극을 펼치는 수준입니다. 더운 날에는 고생을 하겠다는 걱정이 앞서는 히어로인데, 헐리우드처럼 특수촬영이 현란하지는 않아서 그냥 스르르 사라졌던 추억의 히어로입니다. 인형극의 업그레이드버전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안습한 수준의 히어로입니다.

 

아무튼 ‘공룡대작전 아이젠보그’는 이 히어로가 무지막지한 티라노사우르스 등 공룡을 무찌르면서 인기의 재기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공룡도 조잡하고 히어로도 조잡해서 장수는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당시에 ‘공룡대작전 아이젠보그’의 인기는 꽤나 대단해서 각종 장난감, 문구, 그리고 딱지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fsuzVARF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