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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운의 복서인가, 행운의 복서인가? 그 이름은 살바도르 산체스>
    7080 이야기거리 2021. 9.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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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어에는 발음이 없습니다. 간혹 마르티네즈, 고메즈, 페레즈라고 발음하는 분이 있는데, 정확한 발음이 아닙니다. 마르티네스, 고메스, 그리고 페레스가 맞습니다. 그런데 발음을 고수하는 분들도 산체즈라는 발음을 고수하는 분은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전부 산체스라고 발음합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1980년대 초까지 한국에서 프로복싱의 인기는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는 시대였습니다. 바로 그 시대에 이역만리 머나먼 멕시코의 복싱영웅 살바도르 산체스의 인기가 희한하게도 국내에서 폭발수준으로 뜨거웠습니다. 그것은 우선 염동균 및 홍수환에 대한 대리만족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당대 복서들 간의 이상한 먹이사슬 때문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당시 복싱영웅 홍수환은 알폰소 사모라에게(당시 고 오일룡 해설위원은 자모라라고 발음했지만, ‘사모라가 맞는 발음입니다. 고 오일룡 해설위원의 특유한 말투, ‘김사왕 선수의 맷집으로는 더 버틸겁니다.’에서 마침내 김사왕 선수가 KO가 되자, ‘역시 맷집에는 장사가 없군요!’라는 멘트를 인간복사기최병서가 성대모사를 하여 빅히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두 번씩이나 KO를 당할 정도로 사모라는 막강한 펀치를 휘둘렀습니다. 물론 사모라는 역대급 강펀치 복서입니다.

     

    그 막강한 사모라가 카를로스 사라테에게 허무하게 KO패를 당했고, 그렇게나 악마같은 펀치를 휘두르던 사라테를 꺽은 것이 윌프레도 고메스라는 역대급 강타자였습니다. 그 역대급 강타자 고메스를 화끈하게 KO로 눕힌 것이 바로 이 살바도르 산체스였습니다. 슬프게도 산체스는 23살의 한창때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시에는 이런 말이 유행이 되었습니다.

     

    홍수환은 사모라에게 지고, 사모라는 사라테에게 지고, 사라테는 고메스에게 지고, 고메스는 산체스에게 지고, 산체스는 교통사고에 지고.

     

    당시의 프로복싱의 인기는 엄청났습니다. 세계타이틀 전이 열리기라도 하면 근 한 달 전부터 요란한 중계권을 가진 방송국의 광고방송이 반복되었고, 언론은 짜증이 날 정도로 취재에 열을 올렸습니다. 21세기 현재 시점에서 프로복싱에 대한 기사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실은 한국 프로복싱 자체가 이미 사멸한 수준입니다. 올림픽은 고사하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언감생심인 시대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프로복싱이 무려 정규 프로그램으로 방영이 되었습니다. 고 이철원 캐스터, 고 김재영 캐스터, 그리고 박병학, 원종관 캐스터 등 각 방송국의 간판 캐스터 프로복싱을 전담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당시 한국에서는 고메스가 요즘 말하는 국민밉상정도로 미움을 받았습니다. 심판의 농간으로 염동균의 KO승을 가로채갔다는 점 외에도 강펀치의 소유자답지 않게 캔버스에 누운 상대방에게 펀치를 날리는 등 경기에서 보여준 무매너에 국내 팬들이 뿔이 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홍수환을 두 번씩이나 KO로 제압한 사모라와 그 사모라를 박살낸 사라테를 가볍게 KO로 제압한 고메스는 프로복싱 역사상 경량급의 역대급 복서답게 화끈하게 KO로 번번히 도전자들을 캔버스에 누이면서 장수챔피언으로 등극을 하였고, 국내팬들의 성원(!)에 부응할 도전자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메스는 체급을 올려서 멕시코의 미남자이자 상남자인 살바도르 산체스에게 도전을 하였습니다. 체급 차이인지 아니면 상성 때문인지 고메스는 한마디로 산체스의 밥이었습니다. 1회 다운을 시작으로 8KO패의 순간까지 흠씬 두들겨 맞았습니다. 당시 국내팬들은 고메즈가 아니라 (소한)메주라고 약을 올릴 정도로 고메스의 KO패를 반겼습니다. 그러다가 도대체 그 막강한 고메스를 제압한 산체스가 누구인가 궁금해 했습니다. 그 이전까지 열성팬 외에 산체스는 그리 잘 알려진 복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고메스의 얼굴이 피떡이 되는 와중에도 깨끗한 산체스의 얼굴, 게다가 수려한 미남자의 얼굴로 국내 여성팬들의 시선을 강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내 일부 복서들이 외국의 강타자만 만나면 기가 죽어서 펀치를 못 날리는 것과 달리 인간 피스톤처럼 끊임이 없이 펀치를 날리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국민밉상 고메스를 때려잡은 그 자체만으로도 산체스의 인기는 요즘 말로 떡상을 했습니다.

     

    산체스는 그 뒤로도 승승장구를 했습니다. 사모라나 사라테, 그리고 챠베스로 이어지는 멕시코의 복서영웅들 중에서 산체스가 아직까지도 가장 인기가 뜨거운 것이 아마도 그의 수려한 외모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들 복서는 모두 복싱역사상 뺄 수 없는 위대한 복서들이기는 하지만, 테크닉이나 스피드, 그리고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한 것은 단연 산체스입니다. 그러나 신은 완벽 그 자체인 산체스를 너무 사랑했는지 한창 나이인 23살에 교통사고로 허무하게 세상을 등졌습니다. 프로복싱계의 흥행 빅카드인 산체스를 잃어서 프로복싱계가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한국에서도 국민영웅에 근접하는 인기를 누린 산체스를 잃은 충격이 대단했습니다.

     

    유튜브에는 그가 죽은지 무려 40년이 지났어도 그를 애도하는 글이 끊이지 않습니다. 산체스를 보면, 사람은 죽어서 이름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후세의 추모와 존경이 차지할 공간도 남긴다고 생각이 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UptnbciV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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