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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골매의 이 노래 : ‘외로운 들꽃’>
    7080 가수 2022. 3. 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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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시민들이 헷갈리는 법률용어가 조합입니다. 보통은 농업협동조합에 담긴 조합이나, 재개발조합의 조합을 연상합니다. 아니면 고교 수학에서 순열과 영혼의 동반자로 등장하는 조합을 연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법률용어상 조합은 민법에서 등장하는 동업계약으로서의 조합을 말합니다. 송골매를 소개하면서 생뚱맞게 왜 조합을 언급하는가 의아해할 분이 있을 것입니다. 송골매와 같은 그룹이 바로 민법상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대중음악을 위하여 각 멤버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 밴드를 구성하는 것는 법률적으로 동업계약에 속하며 이들 멤버는 조합원이 됩니다.

     

    조합에 얽힌 대외적, 대내적 송사는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런데 조합의 대내적 송사는 크게 1). 수익과 비용의 분배에 얽힌 것과 2). 조합원들 간의 불화에 기초한 것으로 대별이 됩니다. 물론 양자가 섞인 것도 많습니다. 록그룹의 송사는 대외적 송사인 매니징 회사와 멤버들 간의 금전분쟁이 대부분입니다. 연예기사에서 등장하는 소속사와 연예인 간의 송사가 바로 이러한 유형입니다. 그런데 멤버들 간의 대내적 송사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대부분 멤버를 규합할 때 수익분배에 대한 약정이 있거나 리더가 정하는 방식으로 분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록그룹 등의 멤버는 리더가 주로 수입을 관리하며, 자기들끼리 자율적으로 분배를 하기에 상대적으로 분쟁이 덜합니다.

     

    문제는 멤버 구성원, 즉 조합원 간의 음악적 견해의 차이에 따른 불화에 따른 이합집산입니다. 록그룹과 같은 밴드 멤버들은 동등한 인기를 전제로 동일한 음악적 가치관을 기치로 모였기에, 음악적 가치관이 다르거나 멤버들 간에 팬들의 인기라는 균형점을 상실하면 꼭 불화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한국보다 훨씬 발달했던 미국과 영국의 록그룹이 이합집산을 한 것도 대부분 이러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록음악도 결국은 보컬의 노래가 인기의 결정적 변수이기에, 보컬의 인기라는 가변적 요소가 멤버들의 이합집산을 부추깁니다.

     

    작곡, 편곡 및 연주에 발군의 능력을 보유한 김태원은 결정적으로 노래가 안 됩니다. 그래서 부활의 흥망사에서 이승철에게 언제나 굴욕을 겪었습니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팝의 본고장인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보컬이 절대 갑입니다. 연주곡이 아닌 이상 노래가 등장해야 하는데, 보컬은 반주자와는 달리 대체가 쉽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록그룹 등 밴드가 해체되는 경우의 절대적인 빈도가 바로 메인 보컬이 독립하는 경우입니다. 록그룹 이글스와 같이 반주자 각자가 히트곡이 있다면 밴드가 잘 깨지지는 않지만, 보컬이 한명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깨지기가 쉽습니다. 또한 보컬이 경쟁관계에 있을 때도 깨지기 쉽습니다. 하늘에 해가 둘이 있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초에 송골매는 배철수와 구창모 두 록그룹의 보컬이 주축이 되어 성립하였는데, 1980년대초 송골매의 히트곡 대다수를 부른 구창모가 절대 갑인 보컬이 되자 구창모는 독립의 수순으로 나갔습니다. 구창모를 꼭 나무랄 수만도 없습니다.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것은 가수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느 면에서는 필연적인 수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송골매는 정점에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 멤버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베이시스트 멤버로 영입된 것이 이태윤이었습니다.

     

    그 이태윤이 작사, 작곡 및 베이스 연주, 나아가 보컬까지 재능을 발휘한 곡이 바로 이 외로운 들꽃입니다. 오랜 기간 송골매스러운곡에 익숙한 팬들은 갸녀린 목소리의 이태윤이 감성풍의 발라드곡을 부르자 어색해 했습니다. 혹자는 송골매다움을 잃었다고 맹비난을 했습니다. 그러나 가수들은 언제든지 카멜레온 같은 변신이 숙명입니다. 그 밥에 그 반찬인 노래들로는 팬들을 식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색다른 변신은 한번으로 족합니다. 빠른 템포의 강렬한 사운드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송골매에게는 구창모의 카랑카랑하면서도 옥타브를 넘나드는 보컬이 필수적입니다. 실은 그 맛에 밴드음악을 듣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태윤의 외로운 들꽃은 절반의 성공일 수밖에 없는 수순이었습니다. 노래는 히트했어도 몰락을 재촉하는 비운의 곡이 외로운 들꽃입니다. 그 이후로 이태윤은 베이시스트로 명성을 높여서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의 멤버로 승승장구하다가,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성대모사를 비롯한 각종 입담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영혼의 베이시스트라는 만능 연예인으로 등극을 했습니다. 이태윤과 외로운 들꽃은 가요사를 넘어 인간사의 재미있는 굴곡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실은 인생은 이렇게 굴곡이 있어야 재미가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UgxNqfJX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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