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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의 ‘방황’ vs. 구창모의 ‘방황’>7080 가수 2022. 3. 30. 12:00728x90반응형
‘같은 옷 다른 느낌’이라는 인터넷 밈이 유행합니다. 이것은 같은 옷이라도 입는 사람에 따라 옷이 주는 느낌이 다른 이색적인 상황이 네티즌에게 재미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의미를 확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재미는 같은 노래를 다른 사람이 부르는 경우에도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창모의 원곡으로 알고 있는 ‘방황’도 그런 범주입니다. 요즘은 같은 작곡가가 서로 다른 가수에게 제목이나 가사를 바꿔서 주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작곡가가 기획사를 사실상 겸하는 1980년대까지는 작곡가의 가수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기에,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작곡가도 사람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심혈을 기울여서 작곡한 노래가 그냥 잊혀지는 것이 싫은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작곡가가 자신의 곡을 최대한 살릴 만한 가수에게 주다 보니, 이 가수, 저 가수가 부르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요즘에는 기획사에 속한 작곡가가 특정 가수에게만 곡을 주는 것이 보통이기에, 1980년대 특유의 이러한 해프닝은 쉽게 찾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1980년대에 잘나갔던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 김기표는 1985년에 최헌에게 ‘방황’이라는 곡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최헌은 ‘방황’을 포함한 다수의 곡이 실린 앨범 전체를 말아먹었습니다. 1970년대 중후반 전성기를 보낸 최헌은 당시의 대중에게 1985년을 기준으로도 올드보이라는 인상이 강했기에, 그가 부른 곡 자체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했던 것입니다. 최헌과 구창모 모두 그룹사운드의 걸출한 보컬이었지만, 최헌이 활약했던 1970년대는 락뽕(락과 뽕의 결합으로 트로트풍의 락)의 시대였고 최헌은 ‘구름나그네’ 등 일련의 트로트곡으로 떴지만, 송골매의 메인 보컬이었던 구창모는 정통락에 가까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N1cTzrvWEc
트로트는 나쁘고 락은 좋다는 이분법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는 확실히 ‘뽕끼’가 줄어드는 시기였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원래 연예인은 한번 떨어진 인기를 회복하기가 엄청나게 어려운 직군입니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사는 직군인데, 인기란 결국 당대 대중의 선호도를 말하는 것이기에 시대에 따라 변덕이 조변석개하는 선호도를 극복하는 엄청나게 어려운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무려 ‘10대 가수’까지 지낸 최헌이라 할지라도 대중의 인기를 되찾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시대가 된 상황이기에, 흘러간 가수 최헌이 앨범을 내더라도 그냥 대중의 반응 자체가 시큰둥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헌과 유사한 사례는 변진섭을 통하여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1년에 변진섭은 ‘희망사항’으로 최고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듬해 혜성같이 등장한 서태지의 돌풍으로 인기가 휘청했습니다. 다시 김건모라는 초강력 태풍을 만나서 불과 1~2년 사이에 신기루같이 변진섭의 인기는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에 변진섭은 꾸준히 앨범을 냈지만, ‘그 밥에 그 나물’ 수준의 발라드곡으로는 인기회복은 불가능 영역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고 최진실과 짜증나는 밀당으로 대중이 더 외면을 하는 상황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1980년대를 대표하는 록그룹 ‘송골매’의 리드 보컬 출신 구창모는 최헌이 발표한지 딱 1년 후인 1986년에 ‘방황’을 발표했고, 그 ‘방황’은 미친 듯이 인기를 얻었습니다. 1987년 1월에는 마침내 KBS의 ‘가요톱10’에서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구창모의 ‘방황’은 ‘희나리’ 이후 다시 솔로가수로도 정상급 가수로 등극하는 교두보가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서서히 ‘송골매’와 구창모를 별개의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방황’도 구창모의 노래만으로 인식하였습니다. 불과 1년 남짓한 시기에 세상은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그 와중에 최헌은 엄청난 상심을 겪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자기가 불렀던 노래를 후배 가수가 불러서 대박을 쳤으니 어쩌면 피눈물이 났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대중가요는 가수의 이미지와 가요의 선호도라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을 최헌의 ‘방황’과 구창모의 ‘방황’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m-6N4xME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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