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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추자의 이 노래 : ‘무인도’>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3. 4. 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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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도는 어제도 무인도, 오늘도 무인도, 그리고 내일도 무인도입니다. 말장난같은 소리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축된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무인도는 사람의 때가 타지 않은 곳이기에, 자연에 동화되어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푸른 파도를 보면서 해방감을 느끼고, 갈매기를 보면서 푸른 하늘을 비상하는 자아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에 뛰어들어 자연이 주는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입니다. 무인도에서는 스타벅스커피의 풍취를 느낄 수 없습니다. 간혹 땡기는 피자도, 족발도, 삼겹살도 접할 수 없습니다. 시덥지 않은 TV를 보면서 멍때릴 수도 없습니다. 비가 오면 쫄딱 비를 맞아야 하며, 매서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추위라는 고통을 감내도 해야 합니다. 폭설을 넘어 눈폭풍의 공포를 체험해야 합니다. 사소한 몸살이나 감기라도 들면 병원의 소중함을 절절히 느낍니다. 그러나 그 어떤 고통도 고독함의 쓰라림만 못합니다. 고독은 엄청난 고통입니다. 그래서 무인도는 그냥 무인도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현실을 도피하고픈 욕망이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이상향으로 그렸습니다. 도연명이 귀거래사를 쓸 때의 심정이 그랬고, 신석정이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를 쓸 때의 심정이 그랬습니다. 당대의 명필 한석봉은 자연에서 누리는 감동이 그 어떤 것보다 크기에, 짚방석도 필요없이 그냥 흙바닥에 앉아서 막걸리를 마시겠노라고 자연을 칭송했습니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반대로 문명의 혜택을 포기한 사람입니다. 육신은 고달프고 피곤해집니다. 이 세상 힘든 일을 모두 직접 해야 한다는 고통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볼 때마다 마음 한켠에서는 슬프게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자연에 동화된 삶을 누린다는 생각보다는 찌질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자연은 그냥 구경차원에서만 멋진 것이지 막상 자연과 물아일체를 하는 것은 고통 그 자체입니다.

     

    그럼에도 사람이 안 사는 곳에서 마음껏 소리를 치고 뛰어다니면서 자연을 누리고 싶은 욕망을 억누를 수 없는 것이 사람입니다. 문명 속에서는 자연이 그리운 법이고, 자연 속에서는 문명이 그리운 것이 얄팍한 사람의 본능입니다. 자연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바로 무인도입니다. 적나라한 원초적 자연의 본체는 진정 무인도에서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추자의 무인도는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을 쌓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c_bcnq3iwg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찬란한 고독을 노래하라.

    빛나라 별들아 캄캄한 밤에도

    영원한 침묵을 지켜다오.

     

    무인도에서 느끼는 고독이 찬란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군중 속에서 진정한 공허감을 느낍니다. 세상과 고립되고 고독한 자아를 느낍니다. 역설적으로 무인도에서는 고독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없습니다. 홀로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고독이 그냥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고독을 마시고 고독과 벗하며 고독을 베고 잡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고독이 찬란할 수 있습니다. 김영랑이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설파한 찬란한 슬픔의 봄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인도에서 고독이라는 역설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무인도에서는 거주가 어렵습니다. 무인도는 무인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무인도에서의 이색적인 삶을 갈망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1uremgJ_j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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