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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복희의 이 노래 : ‘왜 돌아보오’>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3. 4. 1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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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코드 중에 자학개그가 있습니다. ‘에구 죽으면 늙어야지.’, ‘내가 미친놈이야.’ 이런 부류의 자학개그는 과거 1960년대부터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단골소재로 무수히 등장했음에도, 코미디가 개그라는 말로 슬며시 변하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마치 신종 개그코드인 양 오해를 받았습니다. 실은 바보개그, 호통개그 등과 더불어 자학개그는 족보가 오래된 개그코드입니다. 자학개그가 오래된 전통(?)을 지닌 것은 자학이란 감정은 누구나 공감하는 감정이기 때문에, 개그코드로도 쉽게 안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고해입니다. 그래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학은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는 심정입니다. 자학의 반대인 자기애도 실은 자학을 숨기려는 의도가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살이란 자학의 극단입니다. 에밀 뒤르껭까지 굳이 언급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람은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누구나 자살충동을 느낍니다. 성장하면서 현실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란 실은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회피하는 안식처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학은 인생에 대한 진지한 문답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유행가의 마르지 않는 샘물입니다. 그런데 윤복희의 왜 돌아보오는 유행가이면서 자학이 들어 있습니다. 뭔가 궁합이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여기에 역설이 담겨 있습니다. 실은 민족의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담긴 정서와 거의 일치합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사랑한단 말을 마오. 유행가 가산줄 아오.

    갈래면 가지 왜 돌아봅니까.

     

    둘 다 상대방을 사랑함에도 슬프게도 사랑에 대한 화답을 받지 못하여 고통을 느끼는 자학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보내고 싶지 않음에도 역설적으로 고이 보내드리오리다(진달래꽃)’, ‘ 갈래면 가지 왜 돌아봅니까(왜 돌아보오)’라고 비애를 말하는 상황입니다. 위 작품의 둘은 어쩌면 판박이 같은 느낌입니다. 겉으로는 자학이면서도 실은 뜨겁고 절절한 사랑이 소재입니다. 그런데 왜 돌아보오는 흔히 보는 유행가 가사와 같은 사랑이 아니라는 자학이 강조된 가사가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유행가 가사에서 보는 그런 사랑보다 몇갑절 절절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레토릭이 기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kjCdvydqjg

     

    윤복희의 왜 돌아보오도 분명 히트한 곡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거물가수 윤복희의 가창력에 밀려서 그 가사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자세히 보면 자학코드를 십분 활용(!)한 역설적인 사랑의 묘사가 탁월합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이 없는 대화라는 유명한 E.H. 카의 말을 슬며시 패러디해봅니다. 유행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해석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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