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의 ‘잊으리’, 그리고 동명이인의 애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대중에게 유명하게 된 ‘타임 패러독스’가 있습니다. 미래의 터미네이터(T-800)가 과거의 인물 사라 코너를 살해하려고 과거로 보내진다는 영화 속의 설정 중에 인류가 멸망하게 된 근원인 T-800의 부품, 즉 미래의 부품으로 과거의 인류멸망의 단초인 스카이넷을 만든다는 패러독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T-800은 누가 만들었는가’가 없는 상태, 즉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그 결과인 T-800의 부품만 과거와 미래를 왔다갔다 하면서 스카이넷을 만드는 괴상한 일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패러독스가 있습니다. 그것은 미래에서 특정한 과거시점으로 보내진 T-800이 이미 고정된 과거의 인물인 사라 코너를 찾지 못하고 공중전화부를 찾아 일일이 사라 코너를 찾는 장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보내진다면 당연히 그 시점에 생존한 인물도 고정되었고, 그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확보되어야 정상입니다. 미래의 저항군 리더 존 코너의 기록에는 그 엄마 사라 코너의 기록이 고정되어 존재하기에, 그 사라 코너를 추적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왜 흘러간 가수 이승연을 소개하면서 영화속의 패러독스를 설명하는가, 의아해할 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냥 재미있으라고 한 것만은 아니고 서양에서의 동명이인의 문제를 소개하려는 의도입니다. 서양에서 사람의 이름은, 상대적이지만, 그 가짓수가 적습니다. 또한 성은 달라도 이름은 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는 T-800은 물론 업그레이드 된 다른 종류의 터미네이터도 공중전화부를 뒤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일련의 장면을 보다 보면 유달리 동명이인이 많다는 것을 간접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서양의 이름은 성경에서 유래한 것이 유달리 많기에 동명이인이 많습니다.

 

동양의 경우에는,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여자가 동명이인이 월등하게 많습니다. 제 주위를 봐도 여자는 특정한 이름의 동명인 분들이 유달리 많습니다. 그리고 동명이인인 경우에는 숙명적인(!) 애환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동명이인 중에서 유명한 인물이 있으면 덜 유명한 인물은 그냥 묻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승연의 경우가 딱 그런 경우입니다. 가수 이승연은 한참이나 후배인 동명이인인 배우 이승연 때문에 거의 ‘강제적으로’ 잊혀진 인물입니다. 그런데 가수 이승연은 지금 들어봐도 가창력이나 표현력이나 모두 훌륭한 가수였기에, 그를 사랑했던 팬에게 유달리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남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M9CKPvMRs

 

그토록 사랑한 그님을 보내고 어이해 나 홀로 외로워하는가.

생각하면 무얼 해. 만날 수 없는 님 차라리 손모아 행복을 빌리라.

 

그 때 그 시절의 사랑지상주의 시절의 전형적인 노래입니다. 그 시절의 사랑은 절대적인 가치였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위해서는 나의 아픔을 묻어두고 잊겠다는 각오(?)를 가사에 담는 경우가 보통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래 제목은 ‘잊으리’인데, ‘손모아 행복을 비는’ 상황에서 쉽게 잊혀질지는 아리송합니다.

 

만남과 헤어짐은 인간의 숙명이고, 사랑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혼한 부부를 포함하여 연인과 결별한 사람들 대부분은 사랑의 순간은 차츰 망각의 강으로 보내는 것이 보통입니다. 현실이 주는 무거움은 과거의 사랑이라는 수렁을 헤어나게 하는 특효약입니다. 사람에게는 사랑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유행가는 유행을 타기 마련이며, 단지 가사만을 보더라도 그 시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