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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희숙의 이 노래 :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3. 7. 1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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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어느 정치인이 한국인의 성향을 레밍으로 비유하여 파문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을 짐승에 비유한 것 자체는 격이 떨어지는 것이지만, 한국인의 성향 내지 속성이 레밍과 유사하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쓰라린 사실입니다. 구한말의 명언제조기 윤치호의 유명한 다음의 명언도 이렇게 무비판적으로 쏠리는 한국인의 성향 내지 속성을 거침없이 비판한 것입니다. 슬프게도 어느 정치인의 레밍 발언과 윤치호의 멍석말이 발언은 일맥상통하는 뼈아픈 가르침이 있습니다.

     

    조선인의 특징은 한 사람이 멍석말이를 당하면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려고는 하지 않고 다 함께 달려들어 무조건 몰매를 때리고 본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그런 성명서를 발표하면, 시위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자극을 받아 역효과를 낼 것이다.

    -윤치호-

     

    오래 전에 이스트팩 가방의 유행광풍과 노스페이스 패딩의 유행광풍도 슬프게도 한국인의 이러한 무비판적인 성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점잖게 이런 한국인의 성향을 진단한 것도 동일한 맥락입니다. 가요계라고 다른 것이 아닙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후반까지 가요계는 뽕끼의 광풍이었습니다. 서양의 락도 뽕끼를 가미하여 변형된 락뽕이라는 그 시절의 신조어까지 탄생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개성이 특히 중시되는 대중가수들임에도 모난 돌처럼 튀지 말아야 한다는 기이한 강박관념을 그 시절의 대중가수들에게 심어주기까지 했습니다. 요즘 그 시절의 가요들을 들어봐도 그야말로 뽕끼가 알파요 오메가인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귀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인생에 반전이 있듯이, 가요계에도 반전이 있습니다. 뽕끼를 수용하지 않아서 정을 맞을지도 모르는 모난 돌과 같은 가수의 운명은 때로는 대중의 뜻밖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반전이 있습니다. 유행가이면서도 유행(!)을 좇지 않는 한국적 락을 고수한 신중현이 그랬고, 소울과 재즈, 그리고 락풍의 노래를 고수했던 임희숙이 그랬습니다. 특히 그 시절의 여가수는 뽕끼에 더욱 몰두할 수밖에 없는 대중가요의 제작환경에 놓여 있었음에도, 감정을 듬뿍 실은 화끈한 목소리로 소울풍의 노래를 열창하는 임희숙에게 그 시절의 팬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반전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순간입니다.

     

    그 시절의 여가수들은 남가수들에 비하여 더욱 뽕끼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아니 수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70년대를 석권한 혜은이가 막상 처음부터 뽕끼 가득한 노래로 일관했던 점을 고려하면 임희숙의 고전분투는 눈이 부시기까지 합니다. 디스코를 입혔다고 당시에 각광을 받은 이은하의 밤차도 실은 뽕끼가 가득합니다. 그 시절의 여가수들에게 싱어송라이터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에, 레코드사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작곡가의 뽕끼 좇아가기라는 유행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임희숙의 존재감이 더 빛이 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2Ej_qaiV1E

     

    당시 중고생들은 뽕끼 일변도의 국내 대중가요에 냉담하였습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보학(譜學)에 심취했듯이, 빌보드차트 순위를 읊어대고 팝가수의 이력을 읊어대면서 음악다방의 DJ를 꿈꿨던 중고생들이 당시에는 꽤나 많았습니다. 그런 중고생들이라도 이구동성으로 임희숙을 한국의 티나 터너로 칭송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주말 버라이어티쇼에 임희숙이 자주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화끈하게 노래를 부르고 나면 뭔가 임희숙이라는 가수로부터 거한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시절에 임희숙이 열창을 하던 모습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꽂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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