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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슬의 이 노래 : ‘이사가던 날’>7080 가수 2023. 6. 6. 19:18728x90반응형
통기타, 생맥주, 장발, 그리고 청바지
다른 소재도 있지만, 아마도 1970년대를 상징하는 것은 위 넷이 가장 뚜렷합니다. 그 중에서 그 시절의 연예활동과 청춘들의 낭만을 동시에 상징하는 것은 단연 통기타일 것입니다. 그 시절에는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을 방송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세시봉가수’로 유명한 송창식, 김세환 등은 물론이고 지금은 물러났지만 과거 SM엔터테인먼트를 상징했던 이수만도 방송에서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연예인만 통기타를 쳤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전국의 대학생은 기본이고, 어지간한 중고생은 통기타를 직접 치거나 건너건너 치는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막상 통기타를 치면 손목이 시큰하고 손끝에 피가 맺히는 개고생을 하지만, 그 시절의 낭만이랄까 유행이랄까 아무튼 통기타는 상징이었습니다. 특히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오순도순 모여서 통기타를 치면서 불러댔던 포크송은 그 시절을 살았던 청춘들의 특권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인 특유의 음주가무DNA는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산이슬’의 ‘이사가던 날’도 그 시절의 통기타반주에 맞춰 무수히 불렸던 포크송입니다. 게다가 1970년대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을 송두리째 보듬고 있는 노래이기에, 더욱 사랑을 받았던 노래입니다. 그 아날로그 감성 중에서 이 노래가 간직한 가장 절절한 감성은 성장기의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CYG828lY6k
이사 가던날 뒷집아이 돌이는 각시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장독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었고 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네.
신랑각시놀이, 즉 소꿉놀이를 하던 어린 소년, 소녀가 시골마을에서 잔잔한 사랑을 느끼다가 소녀의 이사로 눈물을 흘렸다는 한편의 수채화 같은 성장소설이 이 노래 가사입니다. 이별이 주는 고통과 아픔을 겪으면서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추억으로 간직한다는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플롯입니다. 고 황순원 작가의 기념비적인 단편소설 ‘소나기’를 환기시킵니다. 우연히 만난 성장기의 이성을 생각하다가 설레고 가슴이 뛰는 묘한 감정을 느끼고, 그러다가 그 대상이 사라지면서 사랑임을 깨닫는다는 플롯은,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클리셰이기도 하지만, 쉽게 질리지도 않고 언제나 마음을 맑게 해주는 클리셰입니다. 무협지의 복수극에 비견되는 전형적인 클리셰입니다.
예전에 ‘자자’의 ‘버스안에서’의 가사를 살피다가 불현 듯 바로 이 ‘이사가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비록 통기타반주의 맑은 반주에거 랩과 경쾌한 리듬으로 변신을 했어도 가사 속에서 흐르는 정서는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확신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인간의 DNA에 심겨진 사랑의 코드가 지워질 리는 만무합니다. 그래서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유행가에서 등장하는 코드는 단연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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