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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들’의 이 노래 : ‘정든 부두’>7080 가수 2023. 11. 5. 20:02728x90반응형
제가 어렸을 적에 궁금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룹사운드(요즘에는 ‘그룹사운드’라는 말 자체가 사어 수준입니다. 아이돌그룹처럼 그냥 ‘그룹’이라고 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는 멤버들이 많기에 방송무대에서 돈을 더 주는가, 였습니다. 항상 엉뚱했던 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의문이기도 합니다. 엉뚱한 어린이의 답은 오랜 세월이 흘러서 우연치 않게 풀렸습니다. 그 답은 가수의 등급마다 출연료가 정해져 있지만 그룹사운드라고 하여 멤버들에 비례하여 더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려서 이렇게 엉뚱한 질문을 생각한 연유가 바로 이 ‘들고양이들’을 너무나 동경했기 때문입니다. 어린 마음에도 ‘들고양이들’은 너무나 멋이 있었고, 쿵짝쿵짝, 하는 박자가 흥에 겨웠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바로 이 임종님의 매력 때문에 ‘들고양이들’만 보면 신이 났습니다. 당시에도 ‘들고양이들’은 곧 임종님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이었습니다. ‘오늘 임종님 나오냐?’는 질문은 ‘오늘 ‘들고양이들’이 방송에 출연하느냐?’의 의미였습니다. 요즘 말로 임종님 혼자서 ‘들고양이들’을 하드캐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를 기록한 다음 유튜브 동영상을 보더라도 임종님만이 눈에 들어 옵니다. 실제로도 그 시절, ‘쇼쇼쇼’를 진행했던 고 곽규석이나 ‘쇼2000’을 진행했던 이덕화의 멘트 모두 임종님에 집중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b31VydybPA
지금 생각하면, 임종님이 ‘들고양이들’을 탈퇴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가요는 당연히 반주보다 가수가 우선입니다. 그리고 음반관계자는 솔로가수가 월등하게 관리가 편리합니다. 수익분배에 있어서도 유리합니다. 그렇습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록그룹에서 리드보컬이 독립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돈 문제가 그 원인입니다. 히트곡은 결국 보컬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들고양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종님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기에, 굳이 나머지 밴드멤버를 배려할 이유가 없습니다. 실은 그렇게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임종님은 그 시절에도 엄청나게 튀는 언니였습니다. 단발머리커트 패션을 고수하면서도 늘 짧은 치마를 입고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화려한 율동을 펼치는 임종님의 인기는 활화산이라는 식상한 수식어가 부족했습니다. ‘마음 약해서’나 ‘십오야’보다는 못했지만, 바로 이 ‘정든 부두’를 부를 때도 임종님이 무대를 휘저었습니다. 40년도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화려한 무대연출은 여전히 빛이 납니다. ‘정든 부두’는 록비트에 트로트리듬이 가미된 전형적인 ‘락뽕’음악입니다. 요즘에는 이런 류의 ‘락뽕’이 거의 찾기 어렵습니다만, 그 시절에는 최신 유행 트렌드였습니다.
임종님하면 빠질 수 없는 대목이 바로 ‘동남아 순회공연’이라는 멘트입니다. 예전에 이경실이 ‘웃으면 복이 와요’의 코너에서 바로 이 ‘동남아 순회공연’이라는 멘트로 코미디를 연기했습니다만, 그 배경이 된 인물이 임종님입니다. 임종님은 요즘 말로 한류를 일으켰던 가수였습니다. 물론 동남아에 국한된 무대였지만, 안방호랑이에 불과했던 당시 대부분의 가수와는 결을 달리했습니다. 이경실의 멘트 원조도 고 곽규석이 먼저 써먹었던 멘트이기도 합니다. 당시 주말 버라이어티쇼에서 임종님을 소개할 때는 당연히 이 멘트가 필수멘트처럼 쓰였습니다.
임종님은 항상 튀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당시 한자표기로는 ‘임종임’이 맞지만, 언제나 ‘임종님’을 고수했습니다. 역시나 임종님은 튀는 것을 즐기는 가수였습니다. 그처럼 대중을 즐겁게 했던 임종님이 얼마 전에 고인이 되었습니다. 인생은 짧더라도 예술은 긴 법입니다. 임종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 시절의 즐거움을 소환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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