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가위 바위 보의 이 노래 : ‘내 님(feat. ’대학가요제’>
    7080 가수 2024. 3. 2. 21:49
    728x90
    반응형

     

    오래전에 영어회화를 가르쳤던 미국인 여교수님이 했던 일련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교수님은 미국의 위스콘신이라는 농업 및 목축업이 주된 산업인 주(실은 촌동네) 출신으로, 특이하게 한국어와 영어 모두 능통했습니다. 그래서 수강생이 못 알아들으면 한국어로 설명하곤 했습니다. 한국인 대학생이 못알아들을까봐 두엄퇴비를 한국어로 설명하던 장면에서 저를 포함한 한국인 대학생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토종 미국인이 두엄(manure)’퇴비(compost)’를 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어를 꽤나 잘하는 사람이라도 두엄(manure)’퇴비(compost)’는 잘 알지 못했기에, 교수님이 친절하게 설명한 것이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에서도 인삼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인삼은 고려인삼의 전통을 이은 금산인삼이 최고라는 막연한 국뽕에 저는 젖어있었는데, 실은 미국에서도 위스콘신주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는 이미 인삼농사를 짓고 있었던 것입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교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연, 혈연, 지연이 중시된다는 점을 설명하곤 했습니다. 특히 자신이 태어난 County 출신의 프로스포츠 선수는 전체 County 사람의 자랑거리로 여긴다는 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서의 풍습이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유달리 제 고향 대전에 대한 애착이 강합니다. 비록 서울에서 오래 살고 있어도 영원한 대전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통장의 잔고는 확인 안해도 한화이글스의 스코어는 확인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하도 꼴찌를 많이 하기에 스르로 잊혀진 습관이기는 하지만 매년 한화이글스를 응원하는 심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대전 출신 인물들에 대한 관심도 변함이 없습니다. 연예인은 말할 것이 없습니다. 신승훈, 한규철, 심신, 최병서 등 대전 출신 연예인은 늘 유심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목한 대전 출신 연예인(지금은 연예활동을 안하기에 연예인이라 부르기 뭣하지만) 중에서 1980년도 대학가요제에 참가한 가위 바위 보가 있습니다.

     

    다음 유튜브에는 1980년도 대학가요제에 참가한 가위 바위 보의 기록동영상이 실려 있습니다. 당시에 각종 청춘 오락물의 MC로 맹활약했던 이수만, 그리고 깜찍한 미모의 왕영은이 가위 바위 보를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이수만은 당시에 학사가수 출신으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그때 그 시절에도 번뜩이는 언어구사와 재치, 그리고 지식이 돋보였습니다. 훗날 SM엔터테인먼트의 신화를 괜히 창조한 것이 아님을 당시의 동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될 성 부른 떡잎이 맞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GcULwjcRt8

     

    누가 내님 보고 미웁다고 말을 하나요

    누가 내님 보고 철이 없다 말을 하나요

    얼굴은 못났다지만 마음은 예뻐요

    철부지 내님이지만 꿈은 있어요

     

    가사를 보더라도 그 옛날 아날로그 정서가 물씬 납니다. 우선 내 님이라는 단어부터 요즘에는 생소합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라는 걸작 시에서도 쓰인 이라는 단어는 요듬 대중가요에서 보기 어렵습니다. 남진의 님과 함께라는 대박 히트곡에서도 쓰일 정도로 예전에는 대중가요에서 볼 수 있던 단어였는데, 흐른 세월이 단어를 저 멀리로 떠나보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얼굴은 못났다지만 마음은 예뻐요. 철부지 내님이지만 꿈은 있어요.’라는 대목은 요즘은 아예 보기 어려운 발상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당연하고, 은연 중일지라도 성형시술을 받은 서구형 미남미녀가 등장하는 요즘 대중가요의 가사와 무척이나 비교가 됩니다.

     

    더욱 결정적으로 요즘 대중가요와, 정확히는 세태와, 다른 것은 정서의 이질성입니다. 외모가 떨어지고 어리숙해도 님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 있다는 취지의 가사가 요즘의 사랑풍속도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신혼부부가 단칸방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신혼부부가 가난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것이 풍속도였습니다. 평수 넓은 아파트가 아니면 결혼 자체를 거부하는 요즘의 사랑풍속도와는 많이 다릅니다. 근자에 격화된 젠더갈등, 그리고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갈등의 본질은 대부분 돈과 관련된 이해타산입니다. 똑같은 단군의 DNA를 물려받은 후손들이기에, 그 시절의 남녀와 요즘의 남녀가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적어도 사랑을 요즘보다 중시했던 흔적이 대중가요에 남아있는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입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