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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음자리의 이 노래 : ‘바다에 누워’>7080 가수 2024. 4. 12. 21:47728x90반응형
바다는 동경입니다. 본능은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를 그리움이라는 환영(幻影)을 그리게 합니다. 하얀 갈매기는 아련한 미지의 세계로 부릅니다. 부서지는 파도는 그 미지의 세계가 만만치 않은 곳임을 암시하지만, 푸른색의 산호는 영혼을 재촉합니다. 파도 위를 미끄러져 가는 배는 희망을 안고 그 미지의 세계로 나아갑니다. 격랑속에서 심장은 뛰고 피는 솟구칩니다. 그래서 바다는 희망을 부릅니다. 그 희망 너머에 있는 안락과 평온을 부릅니다.
그러나 바다는 비애이고 상실입니다. 차디찬 바닷바람은 인생의 비애를 절절히 자각하게 합니다. 인생의 신산(辛酸) 못지않게 자연도 매서운 고난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겨울바다는 호된 바람으로 살을 베고 뼈를 녹입니다. 그리고 현실의 고난과 역경을 체감합니다. 바다는 매운바람만을 안겨주지는 않습니다. 아예 포기상태에 있던 고난의 시대는 백기사처럼 등장한 훈풍으로 희망의 시대로 격변합니다.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조우한 훈풍은 상처난 영혼을 달래줍니다. 사무친 추위에 떨면서 상심에 찬 공허한 그 가슴을 바다는 메워줍니다. 바다는 동반자이자 친구를 넘어 희로애락 그 자체입니다.
육지에 발을 디디고 살아야 하는 인간이지만, 바다를 바라보면서 인간은 인생법칙을 공감합니다. 동병상련이라는 감정을 저절로 깨닫습니다. 어선을 타는 어부에게는 바다는 삶의 터전이고, 화물선에 몸을 실은 상인에게는 생계라는 수고롭지만 뿌듯한 짐을 싣고 떠나가는 낙타입니다. 바다는 본능과 현실 모두 인간에게 동반자이자 필수재입니다. 바다, 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호의적입니다. 그래서인지 시대도 가리지 않고, 장소도 가리지 않고 바다는 노래의 영원한 테마입니다. ‘바다에 누워’는 높은음자리라는 듀엣의 멋짐 화음과 신명이 넘치는 리듬으로 대학가요제의 대상을 받은 곡입니다. 노래 자체가 워낙 출중해서 대상을 받자마자 각종 가요순위는 물론 방송에서 고공비행을 하였습니다. 물론 지금 들어도 흥이 절로 튀어나오는 멋진 노래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HJbymv1naQ
‘바다에 누워’의 상업적 성공을 보면서 의문이 돌발적으로 튀어나옵니다. 왜 그때는 대학가요제를 비롯한 각종 가요제가 맞고 지금은 틀린가, 하는 점입니다. 그 원인 내지 비밀의 하나는 그 시절은 각종 가요제에 출품한 노래는 프로들이 만들거나 ‘맛사지’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는 점입니다. 물론 밝혀진 것은 한양대 중창단 ‘징검다리’의 멤버로 참가한 왕영은이 ‘열중 쉬어!’ 자세로 불렀던 ‘여름’의 작곡가 이정선이 거의 유일합니다. 그러나 그 이외에도 프로들의 직·간접적인 참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그 시절 슈퍼갑이었던 방송국은 유명 작곡가들을 닦달하여 ‘출품용 노래’를, 물론 히트조짐이 있는 노래를, 만들거나 ‘맛사지’를 하여 참가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었냐, 의문이 이어집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돈입니다. 당시 방송국은 참가자들의 노래에 대한 저작권을 일정 기간 보유했습니다. 수상자들의 곡을 부리나케 음반으로 만들어서 팔았습니다. 물론 ‘가요제 음반’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공식이었습니다. 거기에 방송국의 위상이 보태졌습니다. 지금도 각종 경연대회 참가자들의 노래, 즉 실연권이라는 저작인접권은 방송국이 일정 기간 보유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방송국의 위상도 홍보하고 돈도 버는 ‘꿩도 먹고 알도 먹는’ 기막힌 수단이 경연대회입니다.
각설하고! 그 많은 대학가요제 출품곡 중에서 아직도 ‘바다에 누워’는 산뜻한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프로가 만들거나 ‘맛사지’를 한 노래가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빛이 납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제 대학가요제와 같은 나름 창작곡(!)의 경연장은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아마츄어가 만든 산뜻한 신곡보다는 히트곡을 작정하고 기획사가 만든 스테레오타입의 노래가 보편화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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