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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노키오의 이 노래 : ‘사랑과 우정 사이’>
    7080 가수 2024. 9. 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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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게시글을 보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글 작성자 개인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어떠한 사안에 대하여 모두 이렇다!’는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히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숫자를 귀납적으로 검증한 결과가 아닌 글 작성자의 막연한 감정만으로 마치 확고부동한 결론인 양 억지를 부리는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논리학상 일반화의 오류라고 보기도 하지만, 일반화의 오류란 소수의 사례이지만 검증 자체는 하는 경우입니다. ‘대수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가, 라는 통계학적 오류는 있을지언정 소수의 사례 자체는 검증한 결과입니다. 검증은커녕 확인이 불가능한 소수의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은 그냥 억지라 봐야 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1990년대를 대 표절의 시대라고 보는 것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습니다. 당시 히트곡 중에서 유달리 해외 유명곡들을 무단으로 자신의 곡인 양 둔갑을 시켜서 거액을 착복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초반까지는 해외 유명곡들을 번안곡이라는 이름으로 남의 노래라는 사실을 고백은 했지만,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자기 노래라고 우기면서 남의 노래를 도둑질했습니다. 표절이라 부르는 도둑질이 1990년대에 극성을 부린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시대에 표절만 횡행했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르가 다양화하고 편곡이나 작곡실력이 월등하게 향상된 시대라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려운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전 장르의 트로트화가 대세였습니다. 락뽕, 뽕발라드, 뽕고고 등 트로트가 가미된 노래가 기성세대의 주류곡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청년들은 팝에 경도되었고, 음악다방에서 팝을 들으면서 기성세대의 트로트 몰빵에 항의했습니다. 물론 청년들의 팝 선호 취향을 두고 당시 기성세대들은 문화사대주의라고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중음악 장르를 두고 세대 간의 갈등이 발생한 셈입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성세대들의 취향이었던 트로트는 굴욕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몰락했습니다. 서태지의 랩, 김건모의 댄스, 신승훈의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이 전 국민을 사로잡았습니다. 표절시비가 항상 뒤따르는 서태지는 그렇다 치고도 순수창작곡도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대중가요의 주도권이 신세대로 급격하게 권력이동을 한 시대가 바로 1990년대입니다.

     

    장르의 다원성 시대에서, 더군다나 랩 서태지와 레게댄스 김건모의 투톱체제에서 역설적으로 발라드곡의 존재감이 빛났습니다. 신승훈, 변진섭, 그리고 조성모라는 발라드 거물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이승환의 존재감은 미약했습니다. 그러나 이승환을 있게 한, 그리고 많은 발라드 가수들의 존재감을 빛낸 작곡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오태호입니다. 이승환과 이오공감라는 프로젝트그룹을 결성하기도 했지만, 오태호는 아무래도 전체적인 활동은 작곡에서 빛이 났습니다. 작곡가로서 그의 명성을 높인 곡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입니다. 그의 무수히 많은 히트곡과 마찬가지로 이 곡 역시 그가 작사 및 작곡 모두 한 순수창작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uwLpBqm-AU

     

     

    1980년대까지는 대중가요 속의 사랑이란 거의 맹목적인 사랑지상주의에 가까웠습니다. 사랑을 위하여 불구덩이라도 뛰어들고 사랑을 위하여 목숨까지 던지는 그런 사랑이 지배적인 화두였는데, 1990년대의 사랑은 차갑고 현실을 고려하는 사랑으로 그 문법이 변했습니다. 감성충만한 가사를 만드는 사람은 작곡에 문외한인 경우가 많은데, 오태호는 기본적으로 연주, 작곡에 더하여 작사까지 거의 언어예술의 경지에 이른 대중음악도사입니다. 대중음악도사 오태호가 본격적으로 대중가요 가사 속의 사랑문법을 주목한 것이 바로 이 사랑과 우정 사이입니다.

     

    그렇습니다. 오태호의 사랑문법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바로 이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투영이 됩니다. 뭔가 짜증도 나고 내가 손해 보는 느낌도 들고, 내가 준 사랑에 비하면 돌아오는 사랑의 농도는 희석된 것 같기도 한 것이 현실에서 느끼는 사랑의 실체입니다. 사랑은 베푸는 것이라고 누구나 훈계는 하지만, 현실 속의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실은 사랑이라는 확신 자체가 애매한 경우도 많습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란 실은 우정을 포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담긴 경우도 많습니다. ‘사랑과 우정 사이는 단순하지만 원초적인 의문에 대한 감상을 가사에 담았습니다. 곡에도 아련한 사랑의 감정이 녹아있지만, 가사에 담긴 화두가 가볍지만 무거운 아이러니가 숨어있습니다. 이렇게 사랑과 우정 사이는 기조 대중가요 속의 사랑의 본질을 새롭게 탐구하는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에 기존 대중가요 속의 사랑에 대하여 신세대는 오글거리는사랑이라고 격하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대중가요 속의 사랑문법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튼 사랑과 우정이란 시대를 초월하는 테마에 대하여 이렇게 대중가요에 담는 것도 오태호의 대단한 능력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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