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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따라기의 이 노래 :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7080 가수 2024. 3. 15. 23:07728x90반응형
우수(雨水)는 봄의 정령(精靈)과 같은 절기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되어 대지에 흐른다는 의미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온도가 낮아서 눈으로 대지에 내릴 것이 비가 되어서 대지를 적시는 물이 된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묘사한 말입니다. 대기의 습기는 온도에 따라 눈이 되기도 하고 비가 되기도 한다는 것은 옛날 사람도 알았기에 우수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인들은 이상하게 우산을 쓰지 않습니다. 우산(umbrella)이라는 단어 자체는 존재하지만, 묘하게도 비가 오더라도 우산을 쓰는 것이 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비따위는 맞는 것이 당연하다는 마초문화가 원인인지도 모릅니다. 또한 본래 오물을 막기 위하여 고안된 망토가 비나 눈까지 막기에 우산이 별도로 필요없다는 것도 그 원인의 하나로 추측할 수는 있습니다. 아무튼 사계절 내리는 비 중에서 유달리 봄비는 동양인도 우산을 쓰지 않고 당당히 맞기도 합니다.
봄비는 유난히 반가운 비입니다. 농작물의 생성을 위해서, 그리고 겨울의 혹한을 잠재우기 위해서 내리는 봄비는 자연의 풍요로운 선물입니다. 봄비는 매서운 눈보라에 비하면 부드럽고 온화합니다. 이러한 봄비의 속성에 대한 인간의 심리는 대중가요에도 미치기 마련입니다. MZ세대에는 자연현상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 자체가 어색하지만, 역사적으로 한국의 대중가요에서 봄비는 발랄, 생성, 사랑 등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소재였습니다. 일본의 엔카에서도 ‘눈물을 흘리다.’(涙する, なみだする)와 더불어 가장 상투적으로 쓰이는 어휘가 ‘비가 내리다.’( 雨が降る, あめがふる)입니다.
이정선의 ‘봄’에서는 선우혜경의 코러스로 ‘한방울 두방울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라는 대목이 특히 봄이 주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잘 묘사합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봄비를 소재로 한 대중가요의 대표곡은 단연 배따라기의 ‘그댄 봄비를 좋아하나요?’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rBVVxNkLhc
남녀가 번갈아 부르면서 차분한 분위기로 봄비를 속삭임을 들으면서 누구든지 봄비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노래는 당연히 그 소재를 묘사하기 마련이지만, 이 노래는 유달리 봄비의 잔잔한 이미지를 수채화처럼 형상화했습니다. 가사 속에서 봄비는 만남과 헤어짐의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 배경입니다. 봄비를 보면서, 봄비를 좋아했던 연인과 봄비를 맞으면서 만남의 시간이 연상이 되고, 봄비를 맞으며 가꾸던 사랑이 떠오르며, 그 사랑은 끝내 꽃을 피지 못하고 낙엽이 지던 시점에서 헤어짐으로 이어진다는 사랑의 서사적 흐름이 무척이나 이채롭습니다.
사랑이 싹트고 자라는 것은 식물과 같이 반드시 시간과 공간이 선재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에서 봄비는 사랑이 싹텄던 시간이자 공간입니다. 봄비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이 서린 소재입니다. 봄비는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소환하는 소재이며, 묵었던 옛감정을 소환하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남녀가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헤어졌으면서도 둘 모두 아련한 사랑의 감정을 잊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고, 사랑을 위한 계절입니다. 그리고 봄비는 그 사랑의 촉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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