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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드라마, ‘서울의 달’>7080 이야기거리 2024. 10. 15. 13:16728x90반응형
1994년은 ‘응답하라 1994’ 때문에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나 1994년은 김일성이 죽은 해였고, 역대급으로 무더운 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존파’라는 막장 조폭조직의 엽기적인 행각으로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사형장의 이슬이 된 바로 그 지존파의 두목 김기환이 좋아했던 캐릭터가 ‘서울의 달’이라는 국민드라마의 주인공 김홍식(한석규 분)이었습니다.
‘서울의 달’은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군상들이 일확천금을 꿈꾸지만, 피나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군상들이 주인공들입니다. 춤선생, 제비, 꽃뱀, 소기업 경리, 전직 군인, 구멍가게 주인 등 달동네에서 흔히 보는 군상들이 주인공들입니다. 물론 김홍식과 박춘섭(최민식 분)이 극중 주연이며 이 둘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는 하지만, 플롯의 전개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달동네의 주민들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제비족, 꽃뱀 등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내용을 담아서 지속적으로 방영 내내 일부 시청자들의 민원과 비판이 이어졌디만, 용광로 같은 재미에 중독된 전 국민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그 재미는 단연 웃음입니다. 이대근의 딸로 분한 윤미라는 ‘닭대가리’라는 멸칭을 들을 정도로 사차원의 캐릭터로 웃음을 저절로 짓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점심을 비빔밥을 먹을까, 아니면 볶음밥을 먹을까?’라는 고민을 했다는 장면은 웃음을 저절로 자아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윤미라의 약혼자 백윤식은 그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코믹연기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뺐습니다. 장인인 이대근과 맞고를 치면서 ‘와탕카!’를 외치면서 ‘패가 잘 들어왔다!’면서 기염을 토하기도 했고, 예비 부인인 윤미라와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하곤 했습니다. 춤선생 김용건은 그 이전에 ‘방송가의 대표 멋쟁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츄리닝 패션’으로 변신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라면 하나 살 돈이 없는 궁짜인생을 보이면서도 ‘춤선생도 선생이다!’라는 이상한 교훈을 반복했습니다. 김용건의 제자 김영배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일명 ‘경부선춤’으로 시청자들의 인기폭주가 이어져 오랜 무명생활을 청산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QkQJAwJlp4&t=930s
조연들의 활약이 뜨겁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메인플롯은 한석규, 채시라, 그리고 최민식의 묘한 삼각관계였습니다. 달동네를 뜨고 싶은 채시라와 그 채시라를 짝사랑하는 최민식과 한석규의 삼각구도는 안타까움과 사랑의 고단함을 생생히 그렸습니다. 그리고 한석규와 극중 꽃뱀 홍진희의 기묘한 인연과 악연으로의 반전은 극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부유한 여자를 낚아 미국으로 날아가는 것을 소망한 한석규는 막상 미국에 대하여 무지하고, 영어도 몰랐기에 ‘아메리칸 드림’ 자체가 아리송했지만, 미지의 엘도라도로 미국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부나방같은 그의 인생은 쓰레기통 옆에서 비참하게 죽으면서 마무리됩니다.
지금이야 시청률이 20%를 넘기는 것이 대단한 것이지만, 그 시절의 시청률은 엄청났습니다. ‘서울의 달’의 폐해를 성토하는 의견이 넘치면 넘칠수록 시청률은 역설적으로 고공비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존파 두목의 ‘서울의 달’ 언급은 그 인기에 불을 또 붙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인기스타로 등극을 했습니다. 까무잡잡한 ‘호순이’ 역할의 김원희가 ‘서울의 달’로 떠서 오늘의 ‘토크쇼 여왕’이 된 것은 이미 유명한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서울의 달’ 때문에 윤미라와 홍진희를 눈여겨 봤는데, 운좋게도 실물로 두 여배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둘 모두 화면보다 훨씬 빼어난 미녀였습니다. 윤미라는 화장이 너무 진해서 유감이긴 했지만, 미모 자체는 월등했습니다. 홍진희의 우월한 미모에 한참이나 쳐다봤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서울의 달’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기에, 3년 후 방영된 같은 작가의 ‘파랑새는 있다’가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것은 오히려 당연했습니다. 물론 동 시간대에 ‘신데렐라’라는 막강 인기드라마가 방영되었기에 인기 자체는 ‘서울의 달’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까지는 나름 서민드라마, 농촌드라마, 그리고 단막극과 사극이 인기를 누렸지만, 이제는 이러한 드라마들은 찾기 어렵습니다. 특히 ‘야 곰례야!’부터 드라마의 한축이었던 서민드라마는 이제 추억에서만 존재합니다. 그저 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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