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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자연의 이 노래 : ‘당신의 의미’>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4. 10. 2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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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홍상수의 그녀, 김민희를 세상에 널리 알린 모 휴대폰 광고의 멘트입니다. 광고는 당대에 잘 팔리는 유행상품을 팔기에 당연히 시대상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간접적이나마 당대의 생활상이나 가치관도 반영하기 마련입니다. 이 멘트는 그 시절의 사랑풍속도를 반영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1992년에 국민히트곡이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에는 그 어렵다는 편지는 쓰지 않아도 돼. 너의 진실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요.’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1980년대에 전영록의 종이학속에서 천마리의 학을 접어서 사랑을 표시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고, 1970년대에 어니언스의 편지를 건네주고 울어버리는 가슴 떨리는 사연과도 많이 다릅니다.

     

    1980년대까지는 사랑은 지극정성인 것, 그리고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대중가요의 가사에 투영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사랑에 목숨까지 거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었습니다. 사랑이 세상의 전부이고, 사랑을 말하면서 직업이나 돈, 그리고 부동산 등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사랑을 훼손하는 것인 양 묘사가 되었습니다. ‘사랑지상주의의 시대였던 셈입니다. 대중가요의 가사는 물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사랑은 절대가치로 등극하였습니다. 김민식의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에는 아예 해가 없어도 살 수 있고, 달이 없어도 살 수는 있는데,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황당한 과장이 등장합니다.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이나 남진의 가슴 아프게’, ‘님과 함께도 사랑은 절대선이라는 전제가 담겨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사랑뽕이 거하게 들어간 노래입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라는 사랑뽕이 치사량 수준인 사랑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를 만든 가수 겸 작곡가답게, 나훈아는 사랑뽕이 거하게 들어간 당신의 의미라는 만들어서 이자연에게 보냈고, 이자연은 이를 받아 대박을 냈습니다. 잠시 당신의 의미의 가사를 음미해 봅니다.

     

    당신 사랑하는 내 당신

    둘도 없는 내 당신

    당신 없는 이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가지 마세요 가지 마세요 나를 두고 가지 마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PCkgq9F_ETE

     

     

    사랑뽕이 잔뜩 들어갔지만, 유치뽕도 가득합니다. 무엇보다도 여성편력이 화려한 나훈아가 이런 가사를 썼다는 사실이 뭔가 어색하기도 합니다. 실은 나훈아의 일련의 히트곡 상의 사랑은 모두 사랑뽕이 가득한 노래들입니다. 그런데 나훈아만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나는 열일곱살이에요라는 노래는 얼굴이 화끈해질 정도로 사랑뽕이 가득합니다. 트로트곡중에서 사랑뽕이 없는 노래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일본의 엔카는 한술 더 뜹니다.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엔카를 배우다가 사랑뽕이 가득한 노래를 원없이 배웠습니다.

     

    그런데 신세대 트로트곡을 보면 적어도 트로트계열에서는 사랑뽕이 나름 유구한 전통(?)이 아닌가 싶습니다. 윙크의 얼쑤는 나름 상대방을 현실적으로 훅가버리게유혹하는 내용이지만, 장윤정의 어머나’, 그리고 홍진영의 사랑의 밧데리는 사랑뽕이 거하게 등장합니다. 1990년대 후반 자자버스 안에서’, 김부용의 풍요 속 빈곤등 댄스곡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사랑이 대세가 된 것과 무척이나 대조적입니다. 그리고 김민희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광고멘트는 이러한 대중가요 속의 현실적인 사랑관을 동일한 맥락에서 표출한 것입니다.

     

    트로트곡은 해당 가수에게 평생연금이라 불릴 정도로 유행이 오래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자연의 당신의 의미는 발표 당시에도 불꽃히트를 했지만, 그 이후에도 오랜 기간 노래방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알딸딸하게 취한 술꾼들은 유치뽕, 그리고 사랑뽕이 가득한 단순한 가사에 또다시 취해서 당신의 의미를 무한대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술꾼들은 어느새 추임새를 넣다가 전국적인 새로운 풍속도를 낳았습니다. 가사에서 '당신'에 '여보'를 더하고 둘도 없는 내 당신에 더하여 셋도 넷도 없는 내 당신을 추임새로 넣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노래방에서 신이 나서 부르던 풍습이 반복되다가 아예 노래방용 가사로 등극(?)한 것입니다.

     

    윙크의 얼쑤’, 홍진영의 사랑의 밧데리’, 그리고 장윤정의 어머나’, 그리고 편승엽의 찬찬찬등 사랑뽕이 가득한 트로트곡들은 모두 노래방에서 꾸준히 불리는 애창곡들입니다. 술꾼들에게는, 유치뽕이긴 하지만 사랑을 단순화한 노래가 소구력이 있다는 반증입니다. 신명나게 노는 상황에서는 착 가라앉은 발라드곡보다는 신나는 사랑뽕 트로트곡들이 더 흥을 돋군다고 해석을 해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들 노래는 앞으로도 꾸준히 불릴 것입니다. 그나저나 노래방이 전국적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 최근의 불경기는 진실이라 봅니다. 그리고 이자연의 당신의 의미도 덜 불릴 것입니다. 경기가 불타올라 당신의 의미가 밤새도록 불리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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