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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 김의 이 노래 : ‘이별’>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4. 11. 30. 21:08728x90반응형
연애의 시간은 달콤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영원하지 않기에, 언제까지 이 달콤한 시간이 지속될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때로는 나의 이 뜨거운 마음만큼 연인도 그렇게 느낄까 의심이 생깁니다. 사랑은 베푸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되돌아 올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사랑은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연인으로부터 확인받고 싶은 속성이 있습니다. 내가 태풍이라 느끼는 사랑을 연인은 미풍이라 여긴다면 손해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언제나 사랑의 강도를 느끼고 싶은 본능이 꿈틀거리지만, 사랑은 추상적 감정입니다. 측정단위 자체가 없습니다. 그나마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부재, 즉 이별의 아픔을 통하여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듯이 이별도 실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깊으면 이별도 그만큼 아프기에, 이별의 순간은 사랑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별은 잠깐의 불화이며 재회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별의 시간에는 미움의 감정이 솟아나지만, 이는 사랑의 감정의 이면입니다. 사랑이 약하면 이별이 고통스럽지도 않고 미움이 극심해지지도 않습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이치를 절절히 깨닫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별은 사랑을 측정하는 단위인 동시에 사랑의 이면이라는 묘한 함수관계라는 점은 인생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인생 자체가 부재라는 사실로 존재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의 기회비용이 바로 부재를 통한 존재의 가치를 측정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란 복수의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했을 때, 그 선택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가치를 금전으로 환산한 것을 의미합니다. 선택지는 현존하고 포기지는 부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별을 통한 사랑의 가치 확인과 동일한 가치 측정의 방법입니다. 사랑과 이별의 양자택일 상황에서 이별을 택한 경우의 심적 고통이 바로 사랑이라는 산정방법이 도식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랑과 이별의 관계를 고려할 때 마냥 부당한 것은 아닙니다. 법률의 영역에서 손해의 개념도 현존과 부재의 차액을 전제로 산정합니다. 당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 추정하는 현존가치가 법률상 손해입니다.
사랑과 이별의 절묘한 인생함수관계를 걷어내고 패티 김의 ‘이별’의 가사를 음미해 봐도 이별이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점은 충분히 확증할 수 있습니다. 이별을 감행했어도 때로는 보고프기도 하고 둥근 달을 봐도 옛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나는 것은 사랑의 여운이 남기 때문입니다. 이별이 아프다는 것은 사랑이 깊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별은 필연적으로 후회를 남깁니다. 후회가 남지 않는 이별이란 이미 사랑이 아니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대체가능한 것이 아니라 단지 시간이 치유할 뿐입니다
때로는 보고파 지겠지
둥근 달을 쳐다보면은
그날 밤 그 언약을 생각하면서
지난날을 후회할거야
https://www.youtube.com/watch?v=zcGTaWz1-PQ
패티 김이 활동하던 시대는 대중가수나 배우를 ‘딴따라’라 비하하는 것이 일상인 시절이었습니다. 패티 김은 미모가 뛰어난 가수는 아니지만,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풍모로 인하여 대중가수를 ‘딴따라’라는 멸칭으로 부르는 일부의 시각을 잠재운 대형가수였습니다. 그 시절 대중가요에 널리 유행하던 ‘뽕끼’가 배제된 고급진 창법으로 대중가요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패티 김은 의상도 경박한 것을 거부하고 백작 부인과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고수했습니다. 고차원적인 지적 수준을 구비한 것도 아니고 다분히 가식적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패티 김의 화법 자체는 우아함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가 역력했습니다. 한 마디로 패티 김은 그 자체가 고상함이었습니다.728x90반응형'7080 가수 > 7080 여자가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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