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동원의 이 노래 : ‘이별노래’>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4. 12. 17. 14:54
    728x90
    반응형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중가요의 가사 중에서 프로(시인 등 문인)와 아마가 각각 이름을 가리고 가사만으로 비교해보면 그 결과가 어떨까, 하는 것도 그것의 하나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간혹 무명용사가 쓴 가사가 영혼을 울리는 서정이 가득한 경우를 조우하기 때문입니다. ‘대중가요라는 이름 때문에 대중가요의 가사가 필요 이상으로 저급하다는 낙인을 받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시인의 언어가 일반인의 언어보다 월등하게 정제되어 있다거나 서정성이 빼어나다는 아무런 확증이 없는 상황에서 대중가요는 단지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굴레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물론 대중가요 중에서 저급하지는 않지만, 특별히 언어의 조탁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합니다. 그러나 일상어를 활용하여 진솔한 시민의 감성을 녹여낸다면 그것이 정녕 서정의 진수일 수도 있습니다. 오래전에 작사가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송창식의 푸르른 날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노래 자체도 훌륭하지만, 듣는 순간 머리를 차갑게 식히는 빼어난 언어가 담긴 가사였기에 주목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문제의 작사가가 서정주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서정주는 그냥 서정주가 아니구나! ‘지식인서정주는 온갖 비난의 십자포가 마땅한 사람이지만, ‘서정시인서정주는 어나더 레벨의 시인이 맞다는 탄복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동원의 이별노래도 그렀습니다. 네임드 시인 정호승의 가사가 노래로 승화된 명곡입니다. 예전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누가 이런 산뜻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가사를 썼을까, 하는 궁금증이 저절로 튀어나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정통시인의 시가 맞았습니다. 레토릭과 메타포어가 벌써 다른 대중가요와는 차원을 달리했습니다.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나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나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https://www.youtube.com/watch?v=Z-T5Y7y4Wzw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의 진의(眞意)는 떠나가지 말 것을 간청하는 것입니다. 늦게 떠나도 결국 떠난다면 늦게 떠나는 의미가 없습니다. 실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기 싫은 정서입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에서 느꼈던 그 정서를 소환합니다. 그리고 이별은 아픈 것이라는 사실을 아프게 느끼는 순간입니다. 직설적인 표현을 배제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이별의 아쉬움과 아픔을 간지나게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늦게 떠나더라도 그대 떠난 뒤에도 나 그대를 사랑하기에’, 즉 사랑의 감정이 있다면 아직 늦지 않으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말장난 같은 표현이지만, 그대를 사랑하는 감정이 남아 있기에 늦게 떠난다고 하여도 늦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며, 실은 떠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이별이 싫고 아프다는 함축입니다. 설사 그대가 떠나가도 그대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는 각오를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대가 떠나가도 나는 그대 뒷모습을 바라보는 노을처럼 그대를 생각한다는 말을 기발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의 이별에 대한 감각적 표현이 가사의 전반에서 빛이 납니다. 이별을 노래하면서도 실은 그 이별이란 사랑의 연속임을 웅변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별노래자체가 명곡이기는 하지만, 이별의 진한 향기를 노래로 발산한 이동원의 역량이 이 노래의 향기와 격조를 높였습니다. 한마디로 빛나는 궁합인 것입니다. 이제 이동원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가 불렀던 이별노래의 그윽한 향은 아직도 진학기만 합니다. 짧은 인생이지만, 과연 예술은 길기만 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