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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민의 이 노래 : ‘흙에 살리라’>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4. 12. 26. 15:28728x90반응형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출범이 목전입니다. 트럼프는 전례없이 미국우선정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IRA법 등을 통해서 트럼프와 별반 차이가 없는 미국우선정책을 진행 중이기에, 트럼프 제2기 행정부에서는 더욱 그 조치가 강경해질 것이 확실시됩니다. ‘미국인을 고용하라(Hire American)!’는 구체적 주장으로 표출된 미국우선정책은 주로 제철 등 주로 제조업에 국한합니다. 이미 낙농업 등에 대하여는 광범위하게 미국의 보조금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낙농업보조금에 대하여는 오래전부터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대동단결하여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해왔던 것이 미국의 현실입니다. WTO(세계무역기구)의 출범 당시 ‘예외없는 관세화’를 기치로 각국의 낙농업시장의 개방을 강요한 미국이지만, 자국 낙농업에 대해서만은 양두구육입니다. 이율배반적인 이러한 정책은 거의 깡패나 다름이 없지만, 미국이 무서워서 각국은 냉가슴만 앓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나라가 낙농업보조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도 아이러니한 사실입니다.
홍세민이라는 대중가수의 ‘흙에 살리라’는 대중가요를 소개하면서 왜 이렇게 장황하게 미국과 미국 대통령까지 소환하는가, 라는 불만이 폭발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상관이 있습니다. 인류역사상 최강의 나라 미국도 농업과 농민의 현상유지를 위하여는 낙농업보조금이 필수적이라는 현실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에서도 ‘인클로저 운동’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이촌향도(移村向都)가 진전되었고, 반도체굴기 등 각종 굴기를 내세운 중국도 ‘농민공(農民工)’의 대두라는 동일한 이촌향도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새마을운동’을 내세워서 ‘잘사는 농촌’, 그리고 ‘돌아오는 농촌’을 주창한 한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산업화의 그늘이 바로 농촌의 붕괴, 그리고 농민의 급감입니다.
1970년대 한국에서는 홍세민의 ‘흙에 살리라’를 비롯하여 김상진의 ‘고향이 좋아’, 나훈아의 ‘고향 시리즈’, 남상규의 ‘고향의 강’ 등 고향을 소재로 한 무수히 많은 ‘농촌테마곡’이 발표되었습니다. 심지어 동요에도 ‘고향 땅’, ‘박꽃 피는 내 고향’ 등이 등장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는 농민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이라는 역설적인 사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촌향도가 사실이 아니었다면 이런 농촌테마곡 자체가 출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4년 현재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이 농어촌 등 촌락지역이라는 사실은 그 많은 농촌테마곡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서 이촌향도가 진행된 쓰라린 결과입니다.
홍세민의 ‘흙에 살리라’는 형식상 곡중 화자가 농촌에 살 것을 다짐하는 내용이지만, 그 실질은 농민에게 농촌에 눌러살기를 권유하는 것입니다. 그때 그 시절에 흙에 살면, 즉 농촌에 살면 생활이 나아졌는가, 하면 절대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취업으로 인한 도시로의 이주 외에도 그 시절에도 먹고 살기 어려워서 무작정 도시로 떠나는 농민이 꽤나 많았습니다. 흙에서 살면 가난하게 살 것이 뻔하기에 도시로 떠났던 것이 그 시절의 실록입니다. ‘흙에 살리라’를 비롯하여 대다수 농촌테마곡에서는 목가풍의 전원생활의 멋을 강조하지만, 당시는 물론 지금의 농촌 현실은 결코 낭만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그 시절에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향수가 발동하면, 대중가요를 통해서라도 애환을 달래는 용도로만 불리는 농촌태마곡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농촌테마곡을 부른 그 어떤 가수도 귀농하여 농촌에 정착하지도 않았습니다. 농촌테마곡을 부른 가수가 귀촌해야 할 필연적인 의무는 없지만, 자신은 도시에서 안락과 풍요를 누리면서 타인에게는 귀촌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뭔가 공허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zdIIVq8VRg
홍세민은 사람좋은 환한 미소를 담아 정답게 노래를 부르던 가수였습니다. 푸짐한 얼굴부터 진짜 농촌 출신임을 증명했습니다. 히트곡은 여러 곡이 있었지만, ‘흙에 살리라’가 대표곡이었기에 농촌을 대표하는 가수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고 송해 옹이 ‘전국노래자랑’에서 초대가수로 홍세민이 나오면, ‘언제 흙에서 살거냐?’고 묻곤 했습니다. 홍세민은 반갑게 화답하면서 ‘곧 갑니다!’라고 능청맞게 웃곤 했습니다. 그러나 홍세민은 죽을 때까지 농촌으로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가수가 막상 농촌으로 돌아가봐야 ‘개고생’만 하게 됩니다. 농사를 짓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힘이 듭니다. 아무리 하이테크가 지배해도 농작물의 생육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불가능합니다. 어린아이 다루듯 해야 하는 것이 농사입니다. 천하의 미국도 농작물에 대한 자연재해에는 속수무책입니다.
21세기 현재에도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그대로 유효합니다. 농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중요한 식량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어느 정부도 농촌보호정책은 포기하지 않았고,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농촌으로 돌아가는 길을 멀고도 험난합니다. 그리고 가기도 꺼려지는 것이 흙입니다. 참으로 난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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