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음자리의 이 노래 : ‘바다에 누워’>

1988년 신해철이 이끄는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끝으로 대학가요제 입상곡이 대중가요의 히트곡으로 등극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각종 가요제 입상 모음 앨범은 거의 자동적으로 베스트셀러 앨범으로 등극하였고, 각종 가요순위에서 정상을 오르내렸습니다. 실은 정식으로 가요제가 진행도 되기 전에 출품곡 전체가 녹음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에피소드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1980년대 중반까지는 실제로 그랬습니다.

 

높은 음자리의 ‘바다에 누워’는 대학가요제의 인기가 절정일 무렵의 노래입니다. 특히나 이 노래는 매년 여름이면 사그라들었던 인기가 다시금 뜨거워지곤 했습니다. 여름하면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바다가 떠오르기 때문이지 모르겠지만, ‘바다에 누워’자체가 실은 대학가요제 입상곡 중에서 잘 만든 노래에 속하기에 오랜기간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계절을 타는 노래이기에 매년 봄이면 괴력을 발휘하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과 비스므레하고, 매년 10월의 마지막 날 즈음하여 폭주하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과 비스므레합니다.

 

‘바다에 누워’는 신이 절로 나는 인트로에 흥겨운 리듬이 어우러져 청춘의 심장을 끓게 만드는 바다의 향연을 잘 그린 곡입니다. 그런데 바다에 대한 서정적인 묘사를 그린 가사도 훌륭합니다. 이 노래를 만든 김장수는 놀랍게도 동의대에서 체육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체육을 전공하는 사람이 음악에 능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체육을 전공한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김장수의 작곡 능력이 출중해서 높은 음자리는 대학가요제 이후에도 대중가수로 맹활약을 했습니다. 물론 히트곡도 줄지어서 등장했습니다.

 

그러다가 멤버 간에 불화가 일더니 결국 해체의 길로 이어졌습니다. 사연이야 당사자 간에만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해체사연과 마찬가지로 불미스러운 소문이 이어졌습니다. 지금에서야 그 사연을 알 길도 없고 알 필요도 없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많은 안타까움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김장수는 재기를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대다수의 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식은 인기를 되살리는 데에 실패하고 다른 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졌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죽어서 이름만을 남기는 것에 비하여 가수는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던 노래를 남깁니다. 1980년대 중반을 넘어 후반까지 뜨겁게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바다에 누워’는 아재들의 기억에는 또렷이 남아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_KQYAc42q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