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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백분쇼’ 풍경>7080 이야기거리 2021. 10. 2. 02:21728x90반응형
1980년대 방송가에는 주말 버라이어티쇼가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KBS의 간판은 ‘100분쇼’였고, MBC의 간판은 이덕화가 느끼한 목소리로 그 유명한 ‘부탁해요!’를 남발했던 ‘토요일 토요일을 즐거워’가, 일명 ‘토토즐’로 불렸던 바로 그것!, 라이벌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이상하게 방송국에서는 같은 시간대에 라이벌격인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아무튼 KBS의 ‘백분쇼’는 토요일에 방영을 했고, 고 박상규가 입담을 과시했던 ‘여의도 청백전’은 일요일에 방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KBS가 TBC를 통합하면서 쇼나 오락 프로그램 등은 대거 KBS2로 이동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KBS2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광고를 방영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바로 이 ‘백분쇼’는 굳건하게 KBS1에서 방영을 했습니다. 교양과 다큐멘타리가 주종으로 시청률과 무관하게 ‘국민의 방송’을 주장했던 KBS1에서 이런 쇼 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아무튼 ‘100분쇼’는 실제로도 100분 정도를 방영했습니다. 처음에는 고 곽규석과 임성훈, 정혜경이 함께 MC를 맡았는데 당시에도 뭔가 어수선했던 인상이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임성훈과 정혜경 더블 MC로 굳어졌습니다. 하늘에 해가 두 개가 있을 수 없듯이 MC도 단일화해야 말끔한 진행이 가능합니다. 당연히 시청자들도 시선이 집중됩니다.
아무튼 유튜브에 풀린 이 ‘100분쇼’ 방영분에서는 맨 처음부터 대거 당대의 인기 여가수들이 등장을 합니다. 방미, 나미, 현숙이라는 외자 이름을 지닌 세 여가수가 ‘벳노래’를 부르면서 출발을 합니다. 그런데 예전에 이계진 전 아나운서가 ‘뱃노래’의 ‘에야노 야노야’가 일본어라는 주장을 확신에 찬 어조로 단정적으로 하면서 ‘어기야 디어차’라고 해야 한다고 하길래 그의 주장이 맞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계진이 ‘피고’에게 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맞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길래 ‘에야노 야노야’가 과연 일본어인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피고’에게는 징역을 선고할 수 없으며, ‘피고인’에게 징역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제가 의문을 품은 것은, 삼국시대부터 노동요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것을 배웠는데, 왜 어부에게는 노동요가 없었을까 하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조용호 박사의 향찰에 대한 해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欸 搖橹 搖橹呀(에야노 야노야)가 ‘에야노 야노야’의 어원이라는 점을 알았습니다. 스티븐스의 소설 ‘보물섬’에도 노동요가 존재합니다. ‘망자의 관 위에는 열다섯 사람. 얼씨구 좋다 럼주를 마시자.’ 아직도 기억이 새로운 노동요인데, ‘얼씨구 좋다’는 한국인이 번역을 했겠지만, 노동요 자체가 존재했다는 점은 의문이 없습니다. 멀쩡한 한국어를 일본어로 둔갑시키는 이계진 전 아나운서가 참으로 야속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미의 ‘영원한 친구’를 봅니다. 나미는 춤과 노래, 그리고 연주 모두 정상급인 대형가수입니다. 아직까지 꾸준히 리메이크되는 ‘슬픈 인연’의 원조가수입니다. 1980년대에는 음향기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역설적으로 립싱크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악단의 반주에 맞추어 가수들이 노래를 불러야 했기에, 당시 주말의 버라이어티쇼는 놀랍게도 라이브공연이 많았습니다. 나미는 라이브로 부르는 상황에서 파격적인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녹음곡이 아니라 왜 저렇게 이상하게 부르나하고 짜증이 났는데, 40년이 지난 후에 들어보니 나름 괜찮습니다.
현숙은 당시에 갓 스물을 넘은 2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아줌마틱한 패션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숙은 요즘과 비교해도 한결같습니다. 춤도 그렇고 창법도 무려 40년간 ‘못 먹어도 고!’를 외칩니다. 당시에 저는 현숙이 꽤나 나이가 많은 누님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방미는 MBC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활약하던 코미디언인데, 가수로 변신해서 나름 성공을 거두고 KBS에도 진출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코미디언은 전속제라서 방송국을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을 때였습니다.
팝그룹 빌리지 피플의 ‘In the Navy'를 사랑을 담은 ’사랑해요‘라는 곡으로 기발하게 번안을 한 노래를 부른 정윤선은 번안곡 전문가수였습니다. 나중에 필리핀 곡 ’Anak'을 ‘사랑하는 아들아’로 번안한 노래를 불러서 대박을 쳤습니다. 당시에는 번안곡을 아무런 제재없이 그냥 자기 노래처럼 부르곤 했던 시대였습니다. 요즘같으면 저작권 송사로 수억 원을 물어줘야 합니다.
아무튼 옛날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나는 ‘100분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출연한 가수들이 줄기차게 들고 있는 마이크가 예전부터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까 일본의 소니사의 마이크였습니다. 당시에 저 알록달록한 마이크가 그렇게나 궁금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사소한 것도 궁금한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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