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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모의 이 노래 : ‘핑계’>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1. 11. 2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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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가요사에서 1990년대는 격동기였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성인가요를 휘감은 트로트시대, 그리고 아날로그시대를 마감하면서 디지털시대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990년대까지 ‘일본베끼기’가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본문화개방을 포함한 문화융성정책이 빛을 발하면서 한국 가요의 질적 도약이 이루어지는 시대였습니다.

    1980년대까지는 방송국 전속악단의 다분히 ‘밤무대틱’한 반주가 대세인 시대였지만, 1990년대는 기존의 가요반주에는 없었던 오케스트라의 동원, 현란한 디지털음향, 그리고 샘플링 등 새로운 반주 등의 첨단 가요환경이 구비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격변이 어느 날 갑자기 행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융합되는 카오스(혼돈)의 시대를 거치면서 코스모스(질서)가 활짝 피었습니다. 혼돈의 시대에는 언제나 영웅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 시기에 등장한 영웅은 김건모, 서태지, 그리고 신승훈이었습니다.

    1990년대 가수답지 않게 외모가 떨어지는 김건모였지만, 그는 월등한 가창력을 앞세운 현란한 노래솜씨로 단숨에 대중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선봉에 선 노래가 바로 이 ‘핑계’입니다. 이 노래는 과거 1960년대 자메이카를 중심으로 이미 활활 타올랐던 레게열풍을 한국에 도입하였습니다. 물론 UB40등을 중심으로 팝가수들이 레게열풍을 지핀 것은 사실입니다만, 한국의 취향이 가미된 레게는 김건모가 선봉인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레게음악 자체는 단순한 리듬이지만, 그 원초적인 단순함에 깊은 중독성을 지닌 마성의 음악입니다. 풍부하고 깊은 성량의 김건모가 불렀기에 ‘핑계’는 더욱 대박을 안겼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기는 하지만, 김건모의 ‘핑계’가 의미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언어로서의 국어의 변천을 확인할 수 있는 단초를 준다는 점에도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 표준어인 ‘네가’를 ‘니가’라는 일상언어로 대체하여 이를 노래가사에 도입하였고, 마침내 사실상 표준어로 등극을 했으며, 나아가 대중적으로 확인사살까지 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장황하여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듯하기에 쉽게 설명을 합니다. 1981년에 발표된 조용필의 ‘여와 남’에서는 후크 부분에 ‘너가 있음에 내가 있고, 내가 있음에 너가 있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1980년대를 전후한 일상에서는 ‘너가’가 당시에도 표준말인 ‘네가’를 대신하여 쓰였습니다. 당시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너가’가 더 많이 쓰였습니다. ‘네가’는 ‘내가’와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아서 일상에서 불편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너가’가 무척이나 많이 쓰였고, 사실상 표준말격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런데 ‘너가’는 뭔가 어색합니다. 또한 발음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너’라는 지칭이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친한 사이에서는 ‘니가’가 대세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김건모의 ‘핑계’에서는 ‘니가’가 대세임을 확인사살을 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영희와 철수가 맹활약하던 과거 초등생의 국어 교과서에 표준어로 군림했던 ‘네가’는 일상에서 줄기차게 외면을 받았습니다. 아무튼 대중가요에서도 국어의 변천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니 무척이나 재미가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7-y0X5re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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