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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손자병법 감상기>7080 이야기거리 2022. 5. 15. 17:10728x90반응형
한 손엔 휴대전화 허리엔 삐삐차고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
고 신해철이 결성한 ‘넥스트’의 ‘도시인’ 중의 한 대목입니다. 당시에는 위 가사가 최신 문물로 무장한 현대인을 상징한다고 쓰였겠지만, 지금 삐삐를 차는 사람은 없습니다. 까마득한 시절로 오해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불과 30년도 되지 않은 시절의 노래입니다. 이렇게 현대문물의 변화는 빛의 속도입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중기 임진왜란 전까지 천년이 넘게 칼, 활, 창으로 전쟁을 할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던 변화가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옛날 드라마를 보면 문물의 변화가 체감이 됩니다. 그러나 문물의 변화와 더불어 그 문물을 누리는 사람의 의식, 그리고 문화의 변화도 체감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is0JNlqRAM
미스코리아 출신 오현경과 동명이인 오현경, 서인석, 그리고 장용과 정종준이 고정멤버로 공동주연격으로 출연했던 ‘TV손자병법’을 보다보면 문물이 급변하고 그 문물의 급변에 묻어서 직장생활도 급변함을 절절히 느낍니다. 그리고 직장인들의 근무환경도 급변하고 더불어서 직장생활의 애환도 변화했음을 절절이 느낄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샐러리맨들의 근무환경을 그린 작품으로 전제하고 당시와 현대를 비교해 봅니다.
‘TV손자병법’의 직원들 책상에는 PC가 없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영세기업이라도 PC가 없는 사무직의 책상은 없습니다. 그리고 타자기도 없습니다.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직원들은 손으로 일일이 기안양식을 그렸고, 주로 여성 타자수가 타자를 쳤습니다. 실은 ‘수사반장’에서 여형사도 대부분의 업무가 타자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타자학원과 차트글씨학원도 존재했습니다. 당연히 업무에 쓰였기 때문입니다. 군대에서도 ‘차트병’이라는 보직도 있었습니다. 여군 중에서도 타자하사관이 있었습니다. 관공서에서도 타자수라 불리는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이제 타자기 자체를 찾기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 시절에는 엑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무직 근로자들 중에서는 계산기나 주산을 들고 숫자를 맞추는 것이 직장에서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실은 은행에서 주산을 찾는 것도 쉬웠습니다. 상고에서 부기가 정식과목이었던 시절이었고, 상고생들이 주산학원을 다니고 암산학원을 다니는 것은 흔한 광경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기안용지에 연필로 초안을 쓰고 머리를 싸매면서 숫자를 맞췄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주산은커녕 계산기도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PC로 하면 족합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수식을 짜서 엑셀에 입력하면 족합니다. 이제 상고에서도 주산을 하지 않습니다.
사소한 풍경의 변화도 주목하여야 합니다. 그것은 담배입니다. 그 시절에는 사무실에서 흡연이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이사의 책상에 재떨이가 있습니다. 고참직원이나 간부급직원은 사무실 내에서 담배를 거리낌이 없이 피웠습니다. 예전에는 학교의 교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흔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고속버스 내, 지하철 구내, 극장 내, 그리고 식당 내에서의 흡연은 당연히 허용되었습니다. 다방이나 커피숍은 너구리소굴이었습니다. 아파트 내에서의 흡연은 사생활의 영역이었습니다. 기차 내에서 나이 어린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 눈총을 받을 뿐 어른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물질적인 것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직장인들의 가치관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출세를 위하여 직장인들의 필독서로 ‘처세술서적’의 탐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인생처세술을 위하여 삼국지를 읽어야 한다는 기상천외의 주장도 먹히는 시절이었습니다. 화술학원이나 처세술학원도 존재했습니다. 개인의 역량보다는 상사에게 잘 보이는 처세술이 직장인의 능력으로 포장되는 시절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인사문제는 승진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처세술 그 자체라 능력이라는 주장은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일본에서 사무라이의 거친 칼날이 오가는 살벌한 상황에서 발달된 처세술이 한국 직장인의 인생교훈으로 포장된 것입니다.
극이 끝나는 상황에서 직장생활의 팁으로 포장된 처세술의 교훈이 등장하는 장면이 ‘TV손자병법’의 특징이기도 하였습니다. 실은 그 시대 처세술이라는 일종의 생존법칙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류의 처세술은 직장생활에서 통용되지 않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적당히 일을 하다가 떠나는 곳이 직장이라고 확립된 시대에 처세술이라는 실력은 없으면서도 아첨하는 부류의 인간이 생존하는 전략으로 그 의미가 격하되었습니다. 실은 요즘에 처세술이라는 말 자체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TV손자병법‘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직장인의 애환‘과 ’처세술‘이었습니다. 지금도 직장인의 애환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만 못합니다. 그리고 처세술이라는 말 자체가 사어에 근접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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