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들장미소녀 캔디’, 그리고 ‘캔디, 캔디’>
    7080 이야기거리 2022. 8. 20. 10:45
    728x90
    반응형

     

    채널싸움!

     

    요즘에는 이 채널싸움이라는 말이 거의 쓰이지 않는 사어에 가까운 말입니다. 그러나 흑백TV시절에 이 채널싸움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었습니다. 당시는 TV 자체가 없는 집이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TV가 있는 집이라도 누가 채널의 주도권, 즉 누가 보고 싶은 것을 보느냐의 문제가 바로 이 채널싸움의 문제입니다. 요즘같이 가정에 여러 대의 TV가 있고, 휴대폰으로 TV를 대체하는 시대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호랑이가 담배를 뻐끔거리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두 분의 누님이 있습니다. 외동아들에 막내인지라 누님들과의 채널싸움을 번번히 이겼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귀남이남동생에게 채널을 양보한 것입니다. 그러나 두 분 누님이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캔디, 캔디입니다. 일단 캔디, 캔디는 당대 최고 인기가수 혜은이가 주제가를 불렀습니다. 바로 이 노래입니다. 주제가 딱 하나만으로도 캔디, 캔디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9BFVHbT9UI

     

    당시 캔디, 캔디는 거의 신드롬 수준이었습니다. 문구점에 가면 캔디수첩, 캔디공책, 캔디자, 캔디물감, 캔디연필, 캔디화첩 등 여학생 문구에 캔디가 있으면 불티가 나게 팔렸습니다. 당시 여학생들에게 캔디는 하나의 문화아이콘이었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는 주제가 가사처럼 씩씩하게 역경을 극복하는 캔디 스토리는 드라마틱한 전개로 수많은 여학생들의 혼을 빼앗았습니다. 여학생들은 캔디의 역경스토리는 어렵게 살던 당시의 상황을 자신의 처지로 그대로 동화하였기에, 작중 캔디에 더욱 몰입하였던 것입니다.

     

    훼방꾼 이라이자와 청순가증 스타일의 애니라는 캐릭터, 그리고 안소니테리우스라는 캔디 상대남들과의 안타까운 사랑방정식도 캔디의 인기비결로 절대로 뺄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캔디, 캔디는 한국에서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작의 나라인 일본부터 서양, 남북미 모두 인기를 누렸습니다. 인기의 천하통일을 누린 수준이었습니다. 지금도 유튜브에는 각국의 언어로 변신한 캔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캔디, 캔디의 인기가 뜨거웠기에 당연히 여러 방송국을 전전하면서 재방영이 반복되었습니다. ‘캔디, 캔디를 방영하면 본전은 뽑기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새 들장미소녀 캔디로 제목이 슬며서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혜은이가 발랄하게 불렀던 그 주제가가 곡은 물론 가사 자체를 거의 그대로 베꼈다는 사실에 실망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9dEiDlBq9w

     

     

    그리고 캔디, 캔디의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논쟁이 페미니즘의 본격화 시대를 맞아 새롭게 대두되었습니다. 김수현 작가의 사랑의 덫에서 너를 부숴버리겠어!’라는 복수의 다짐이 여주인공 본인 스스로의 성공이 아니라 실은 잘 나가는 남자를 만나서 잘 먹고 잘 살면서 복수를 한다는 짜증나고 실망스러운 복수의 플롯으로 구현이 된 것처럼, 캔디의 성공신화도 캔디 본인만의 야망과 성공이 아니라 남주인공의 성공에 숟가락을 얹는 플롯도 순정만화의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캔디, 캔디가 신데렐라 스토리와 아예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캔디, 캔디가 순정만화의 대명사처럼 군림을 했던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고전적인 여주인공이 얼굴만 예쁘고 선한 성격에 세상의 때에 묻지 않고도 능력과 외모 모두를 갖춘 남자의 선택을 받아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도식을 그나마 깼다는 점에 있습니다. 순정만화의 여주인공은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모든 남자가 목숨을 바쳐서 구해내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 클리셰입니다. ‘캔디, 캔디1970년대 아련한 추억을 소환해 내는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