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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컨에 대한 명상>
    7080 이야기거리 2022. 8. 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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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구조사!

     

    1970년대와 1980년대 가정방문과 더불어 무수히 많은 국민학생들에게 상처를 준 단어입니다. 가정방문이나 호구조사는 그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학생들의 가정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여 학생지도의 자료로 삼는다는 취지 자체는 오히려 교육목적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목적이 언제나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것이 아닌 것처럼, 호구조사는 그 조사방법이 문제였습니다. 집에 자가용이 있는 학생, TV가 있는 학생, 그리고 자가 또는 셋집에서 사는 학생은 각각 손을 들으라는 등 위화감을 조성하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조사 방법으로 호구조사 도중에 엉엉 우는 학생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 상처는 요즘 말하는 흙수저금수저니 하는 말과 같이 부모의 경제적 수준을 동급생들에게 까발리는 수준의 상처가 되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부모에 대한 원망과 초라한 자신에 대한 굴욕감으로 가난한 학생은 커다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집의 학생들은 빈부격차에 따라 교사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는 쓰라린 현실을 견디다 못해 비행학생이 되거나 심지어는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부잣집 학생들이 일부 악덕 교사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 현실을 저 역시도 목격했습니다. 세상을 공정하고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교사들의 가르침에 반항심이 저절로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호구조사 중 빈부격차의 척도의 하나가 바로 선풍기와 에어컨이었습니다. 당시 중산층 이상은 선풍기를 보유했고, 그 이상 부유층은 에어컨을 보유했습니다. 1970년대 당시 에어컨이 있는 집은 약 60명 내외의 한 반에서 1 ~ 2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에어컨이 있는 집은 대부분 자가용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선풍기와 에어컨은 가정경제력의 척도인 셈이었습니다. 집에 에어컨이 있는 학생은 당연히 뿌듯함이 얼굴에 가득했습니다. 선풍기만 해도 양반인데, 에어컨이라니!

     

    https://www.youtube.com/watch?v=gBk23FKEsaU

     

    그러나 당시 어른들은 아이들의 에어컨타령에 전기세라는 확실한 방어기제가 있었습니다. 에어컨은 돈 먹는 하마이다, 에어컨을 켜면 전기세가 펑펑 나온다, 는 등의 방어기제로 아이들의 욕망을 재웠습니다. 그러나 에어컨을 한 번이라도 쐰 아이들은 에어컨의 엄청난 위력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누구나 그렇지만,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은 배가가 됩니다. 괜히 훔친 사과가 맛이 있다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솝우화의 신포도처럼 에어컨을 말한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었습니다. 후일 칼라TV가 등장했을 때, 전기세라는 방어기제가 또 다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에어컨은 인류가 만든 전기제품 중에서 가장 위대한 제품군 중의 하나입니다. 에어컨만 있다면 무더위를 참을 수 있습니다. 에어컨이 없는 한여름 뙤약볕에서 잠깐이라도 노출이 되면 그야말로 지옥의 순간을 맛봅니다. 그러다가 에어컨이 있는 공간에 들어서면 천국의 향연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전자제품보다 위대한 것이 에어컨입니다. 선풍기의 위력에 감탄을 했다가 에어컨의 괴력을 맛보고 나서는 선풍기는 시시함 그 자체였습니다. 에어컨을 만든 분에게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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