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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트 마징가’의 추억>
    7080 이야기거리 2023. 2. 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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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어려서 제일 싫어했던 말이 미국은 어떻다, 일본은 어떻다하는 선생님들의 훈시였습니다. 문맥상 미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는 했지만, 미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이나 천태만상임에도 특정한 1인을 전제로 한국인 전체와 견주고 비교하는 것이 정말이지 짜증났습니다. 논리학적 오류 이전에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았음에도 교장선생님부터 담임선생님까지 그놈의 미국은 일본은타령은 식지도 않는 죽같았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미국사람이나 일본사람 중에서 거지도 있고, 일자무식한 사람도 있다는 것쯤은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서는 일본이나 미국을 동경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일본을 무척이나 동경했는데, 국산문구류의 조잡함과는 비교 자체가 곤란한 엄청난 퀄리티의 문구류가 그 첫째였고, 마징가제트, 캔디, 독수리5형제, 게다가 저 세상의 퀄리티같은 건담까지 도무지 상상 자체가 어려운 만화영화를 원 없이 볼 수 있었다는 것이 그 둘째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TV에서 만화영화를 보면 하루가 뿌듯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과장을 보태서 자랑까지 했습니다. 만화영화를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습니다.

     

    그러던 차에 그레이트 마징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MBC에서 보던 마징가 제트와 비스므레하게 생겼음에도 계속하여 MBC에서 방영하는 것이 아니라 TBC에서 방영을 했습니다. 당시 대전에서는 TBC는 머나 먼 이국땅과 같았습니다. 지금은 찾기가 어려운 TV수신용 안테나를 두 개, 세 개 다는 등 용을 써야 겨우 볼 수 있는 것이 TBC였습니다. 저는 TBC가 나오는 친구네 집에 가서 동냥시청을 해야 겨우 볼 수 있었습니다. 훔친 사과가 맛이 있듯이, 동냥시청으로 본 그레이트 마징가가 그냥 꽂혔습니다. 마징가제트가 제트 스크란다를 달고 용을 써야 하늘을 겨우 나는데, 그레이트 마징가는 그냥 하늘을 날았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암흑대장군이라는 악당 보스가 그렇게나 멋져 보였습니다. 머리는 장식(?)이고 가슴에 달린 수염 달린 얼굴이 굵직한 목소리로 악당을 지휘하는 포스가 그렇게나 멋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계마인(나중에 악당 로봇을 기계수라 부르던데, 당시에는 기계마인이라 불렀습니다)을 부리는 멋진 포스의 암흑대장군 외에 고곤대공의 괴상한 모습(호랑이와 사람이 한 몸이 된 로봇)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믹한 보스보롯이라는 로봇의 기행도 웃음을 안겨주었습니다. 마징가제트의 출동장면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그레이트 마징가의 출동 모습도 멋짐을 끝판왕이었습니다. ‘마징가 블레이드라 불리는 칼로 악당을 베는 장면은 통쾌 그 자체였습니다. 선더 브레이크라 불리는 벼락(!)광선도 눈길이 거듭 끌렸습니다.

     

    이전에 마징가 제트에 훔뻑 뻐졌는지라 그레이트 마징가가 보고 싶어서 방영 전에는 그냥 몸살이 났습니다. TBC가 나오는 친구들이 그렇게나 부러웠습니다. 며칠 전부터 아부를 하면서 그레이트 마징가를 보여달라고 간을 빼주고 쓸개를 빼줬습니다. 그러다가 친구네 사정으로 당초에 보여준다고 했다가 못 보여준 일 때문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레이트 마징가를 보면 하루가 뿌듯했습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그레이트 마징가 자체를 잊었습니다. 어른들이 돈, 돈하는 것을 보면서 왜 악당들은 돈이나 벌지 왜 악당짓을 하는지 아리송했습니다. 그러다가 악당들이 만드는 로봇도 엄청나게 돈이 들어가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돈은 어디에서 났을까, 하는 의문, 게다가 암흑대장군이 고용한 그 많은 악당졸개들의 월급은 누가 줄까, 하는 의문, 악당로봇의 훈련과 성능테스트는 어디에서 할까, 하는 의문 등 쪼잔한 의문이 넘쳐나면서 만화영화 자체가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도 없이 학생들을 때리는 나쁜 선생님들이야말로 악당 그 자체인데, 왜 그레이트 마징가는 혼내주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만화영화는 아예 흥미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제 흰머리가 슬슬 나는 아재가 되었음에도 다시금 코흘리개 시절의 그레이트 마징가가 그리워지는 것이 정말이지 알 수가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xdLiF2Mk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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