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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남자 장학수>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3. 12. 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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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영화 주인공처럼 매끈한 미남자로 무력지수와 지력지수 극강의 주인공으로 무수히 많은 여성을 홀렸던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역을 연기한 숀 코네리와 로저 무어는 세상에 부러움이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나이를 먹고 몰골이 초라한 노인으로 변했다가 마침내 고인이 되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근육질의 우람한 체격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와 실베스타 스탤론도 이제는 그냥 노인에 불과합니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배우들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노화를 맞지만 대중은 배우들의 전성기만을 또렷하게 기억을 하곤 합니다. 배우들의 노화된 얼굴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배우들도 사람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인식하게 됩니다. 실은 이렇게 화석처럼 고정된 상()에 천착하는 것은 초중고 동창들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배우가 고정적인 이미지를 강력하게 구축하는 것은 연기를 통하여 배우가 시민에게 형성하는 이미지가 크게 작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배우는 자신의 전성기의 이미지를 시민에게 구축하는 것이 직업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배우는 실제와는 달리 화면에서 형성된 이미지로 그 사람을 평가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이미지가 배우의 실제 모습도 그럴 것이라는 모종의 착각(!)을 팬에게 심어주게 됩니다. ‘전원일기에서 쌓은 이미지에 김혜자를 한국의 어머니상으로 불렸던 것, ‘대발이 아버지로 이순재가 근엄한 아버지상을 심은 것 등이 모두 이러한 예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제임스 딘은 에덴의 동쪽에 출연했던 반항아의 이미지가 고정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상남자의 전형으로 캐릭터를 구축한 장학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장학수는 특유의 괄괄한 목소리가 트레이드마크였습니다. 강한 인상도 겸비한 분이라 젠틀하고 이지적인 배역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우였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배역 자체를 맡은 적도 없습니다. 언제나 강한 상남자의 이미지로만 그려졌습니다.

     

    이미지가 상남자이기에, 악역으로도 선역으로도 똑같이 강한 캐릭터로 일관했던 것이 장학수였습니다. 선역으로는 악당과 대적하는 장수로, 그리고 장교로 분했으며, 악역으로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질 불량배나 조폭의 두목, 그리고 백성을 괴롭히는 탐관오리 등으로 분했습니다. 선역과 악역을 넘나들면서도 상남자로 일관한 배우는 장학수 외에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막걸리를 잘 마시게 생긴 분답게 생전에 주당으로 유명했던 분인데, 머나먼 길도 술 때문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여류 논설위원으로 날카롭고 이지적인 글로 유명한 전 한국일보 장명수 논설위원이 장학수의 친 누나라는 점입니다. 남매는 닮기 마련인데, 묘하게도 이미지는 극과 극인 셈입니다.

    장학수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전두환 정부가 출범하면서 kbs가 방영한 개국이라는 사극에서 특유의 괄괄한 목소리로 극중 분위기를 주도하는 장면에서였습니다. 배우라기보다는 동네 한량같은 사람이 꽤나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주면서 저절로 눈에 익게 되었습니다. 묘하게도 장학수는 현대극이나 시대극, 그리고 사극에서 모두 강한 캐릭터로 일관했습니다. 실은 그것이 연기인생 대부분을 조연이나 단역으로 일관한 장학수를 또렷하게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장학수의 마스크는 주연배우급 마스크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 강한 상남자 배역이 필요하다면, 장학수가 딱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는 그런 이미지로 초지일관했던 배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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