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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환, 그리고 ‘왜 그러셨어요?’>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3. 12. 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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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별관 건물은 과거 1970년대 방송가의 신화를 썼던 구 TBC의 사옥입니다. 오락과 예능에서 발군의 역량을 발휘한 TBCDNA가 남아서인지 KBS별관에서는 드라마와 가요, 그리고 각종 연예프로그램이 제작됩니다. KBS별관 근처에서는 연예인들을 무수히 많이 볼 수 있는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시켰지만, 예전에는 KBS별관 커피숍에서는 연예인들이 커피 등 음료를 마시는 장면을 저절로 보곤 했습니다. 물론 KBS별관 근처에서는 배우들의 드라마 촬영현장의 생생한 장면도 많이 목격할 수 있습니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연기의 달인의 지경에 이른 박인환을 딱 세 번 보고 반가움과 실망을 느낀 역사의 현장도 바로 이 KBS별관 근처에서였습니다. 여의도에서 살거나 직장이 있는 분은 드라마 촬영현장으로서의 KBS별관 주변의 실제상황을 잘 알 것입니다. 여의도에 소재한 빌딩이나 도로, 그리고 횡단보도 등은 모두 촬영장소로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도 많이 활용이 됩니다. 저절로 배우들을 보게 됩니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배우들에게 성원과 환호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TV나 스크린에서만 보는 스타들을 보고 신기한 감정이 안 생기거나 반가운 감정이 생기지 않으면 그 자체가 이상하기도 합니다. 박인환도 그런 감정을 지녔던 흔한 배우들의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마주치면서 애증의 감정을 느끼기 전에는!

     

    1989년 무렵으로 기억되는데, ‘왕룽일가라는 드라마에서 코믹연기의 진수를 보였던 것이 박인환이었습니다. 보다가 저절로 웃음보따리를 터뜨리게 되었습니다. 박인환은 코믹연기뿐만이 아니라 연기 자체를 잘하는 배우입니다. 그의 탁월한 연기력은 연극무대에서 오랜 기간 갈고 닦은 결과의 산물입니다. 혹자는 연극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는 괴상한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연극무대에서 실력파연기자로 검증된 배우였기에, 연기력이 두드러지는 것입니다. 지금도 드라마와 영화에서 빛나는 연기력을 발산하는 연극배우출신 배우들은 연극배우출신이었다는 이유가 아니라 그냥 연기력이 출중해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입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연극무대,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연기를 잘합니다.

     

    아무튼 왕룽일가이후에 박인환 출연물 중에서 기대이하의 작품 자체가 없을 정도로 연기력은 거의 도사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박인환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존경심에 가까운 팬심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실물로 본 박인환은 그간의 존경심과 환상을 깨기에 충분했습니다. 반가움에 안녕하세요!’하고,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저를 노려보더니 인상을 확 썼습니다. 그 충격이란! 그렇게 실망과 충격의 시간을 보낸 후에도 나름 제 자신은 박인환을 두둔하는 미련이 남았습니다. 아마도 촬영중에 몰입된 감정선에 방해를 했나보다, 라는 자책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며칠 후에 다시 마주친 박인환은 또다시 짜증이 섞인 얼굴로 제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분노가 치밀어올라 이제는 박인환이라는 사람 자체의 인성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를 만드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TV화면에서 박인환을 보면 분노와 짜증이 올라왔습니다. 박인환을 누구보다 싫어하였습니다. 심지어 제가 쓰는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 현관에서 실제로(세번째) 마주친 박인환을 보고는 카악!’하고 가래침을 뱉기까지 했습니다. 안티로 변한 팬의 소심한 항의차원이었습니다.

     

    박인환을 보면, 꼭 양준혁과 이종범이라는 한국프로야구의 레전드를 쫓아낸 선동렬의 만행이 떠오릅니다. 다음 유튜브는 선수 양준혁이 감독 선동렬에게 완곡하게 자신을 강제로 은퇴시킨 서운함을 표출하는 장면입니다. 그토록 세월이 흘렀어도 서운함이 이렇게나 사무칠 정도로 선동렬은 양준혁에게 모진 수모를 안긴 것입니다. 말로 벤 상처는 평생 가는 법입니다. 양준혁이 선동렬에게 했던 말을 제가 박인환에게 그대로 전합니다.

     

    왜 그러셨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xB_2t0XASpQ

     

     

    최강야구 김성근 감독의 어록 중에서 이런 것이 있습니다. ‘야구스타들에게 팬이 없다면 그냥 공놀이하는 선수에 불과하다.’ 팬의 환호가 없다면 연기란 그냥 시늉놀음에 불과합니다. 아이들의 소꿉놀이와 별반 다름이 없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에게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연기력의 대가 박인환 배우라면 수십 년간 자신을 성원했던 무명의 팬의 사랑과 관심도 소중하게 여겼어야 했습니다. 팬심이 없는 배우란 있을 수 없습니다. 반갑게 인사한 무명의 팬에게 왜 그러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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