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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슴 전문배우, 안병경>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3. 11. 24.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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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1970년대 배우 문숙이 연기를 새로 시작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봤습니다. 문숙, 하면 파블로프의 조건처럼 영화 삼포 가는 길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여러 차례 보기도 했습니다. 황석영 작가 특유의 민초의 삶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투박하지만 현장감이 또렷한 밀도 높은 대사가 인상적인 삼포 가는 길은 고교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문학성이 빼어난 작품이기에, 여러 차례 드라마와 영화에서 영상으로 살려냈습니다. 지금 유튜브로 다시 봐도 영상미가 빼어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rz_bK4GkTE

     

    그런데 이상하게 과거 ‘TV문학관에서 방영한 드라마 삼포 가는 길이 갑자기 오버랩 되어서 떠오릅니다. 두 작품 모두 봤지만, 이상하게 영화보다 드라마가 더 영상미가 뛰어났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정 씨역의 고 문오장의 중후한 연기, 그리고 작부 백화역의 차화연의 인생연기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영달역의 안병경의 연기가 딱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안병경은 배우인생의 대부분을 조연으로 일관했는데, ‘삼포 가는 길의 세 주인공 중의 하나인 영달역으로 미친 연기력을 과시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56kr3T96PI

     

    드라마나 영화나 감독은 주연에 주안점을 두고 연출합니다. 카메라워킹이나 조명, 그리고 장면의 배치 등 모든 면에서 주연 위주로 연출이 진행됩니다. 실은 주연보다 조연이 빛난다면 연출을 잘못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조연이 주연보다 빛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태조 왕건에서 주조연급인 궁예 김영철이 주연 최수종보다 뜨거운 인기를 누렸었고 실제로 연기대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수종은 주조연을 맡은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서 주연 최재성을 제치고 인기를 독식한 전례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소수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절대다수의 작품에서는 주연만이 대중의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데 안병경은 조연 전문배우, 정확하게는 머슴이나 소작농, 그리고 건설일용자나 시정잡배 등 하류층 전문배우이지만, 대중이 이름 석자를 기억하게 만드는, 아니 기억할 수밖에 없는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였습니다. 안병경을 기억하는 계기가 된 것은 1980년대 전설의 고향에서 머슴 단골역으로 출연한 일련의 작품에서였습니다. 주인아씨를 짝사랑하다가 자결을 하거나 아니면 겁탈하는 비련을 품은 역할을 주로 했는데, 그 연기가 무척이나 농익어서 실제로도 머슴이 아닌가 할 정도였습니다. 1970 ~ 80년대 드라마를 보면, 저런 배우가 있었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조연배우는 눈에 익숙하지 않지만, 안병경은 배우인생의 대부분을 조연으로 일관했음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빼어난 연기력이 아니면 설명이 어렵습니다.

     

    배우도 사람이기에, 누구나 상류층 인물, 가령,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고위직 공직자를 꿈꿉니다. 사극을 한다면 당연히 정승이나 판서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안병경은 현대극, 시대극, 그리고 사극 모두 하류층 인생 배역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미지가 딱 하류층 배역에 적합하기에 본인 스스로는 수용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막상 연기를 하면서 남모를 애환이 있기 마련입니다. ·현직 조연 전문배우들의 그 애환에 대한 토로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조연 전문배우들에게는 시련이 야금야금 찾아왔습니다. 명품 조연배우 안병경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그것은 주연배우들의 몸값의 급등에 따라 조연배우들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드라마나 영화제작의 현실입니다. 한정된 제작비로 주연배우 위주로 캐스팅을 하다보니 조연배우들의 역할이 줄거나 아예 없어지는 것이 일상적인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배우들 몸값의 양극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주연배우들이 회당 억대를 받는 동안에 조연배우들은 수백 만원 정도에 그치는 양극화는 이제 국민상식 수준입니다. 안 그래도 조연배우들의 비중이 줄어드는 마당에 나이가 많은 조연배우들은 거의 사멸수준입니다. 조연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는 작품이야말로 퀼리티 높은 작품이라는 웃픈 현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으로 이제는 잊혀진 배우가 되었지만, 과거 브라운관을 누비던 안병경의 빼어난 연기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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